관심사/古典

[스크랩] 사지(四知)

감효전(甘曉典) 2012. 1. 11. 20:49

天知  地知 子知 我知
(천지 지지 자지 아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거늘


☞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


※ 동한(東漢/後漢) 때 관서 출신의 양진(楊震)은 학덕이 높고 청렴하여 관서의 공자(關西公子)라 불렸다.

 

그가 형주자사(荊州刺史)에서 동래태수(東萊太守)로 전임되어 부임하는 길에 창읍(昌邑)이라는 고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당시 창읍 현령은 왕밀(王密)이라는 인물로 바로 양진의 천거로 현령이 된 사람이었다.


덕망 높은 고관의 행차인데다 사적으로 은혜까지 입은 처지이니 왕밀로서는 양진에게 뭔가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왕밀은 한밤중에 양진의 처소로 찾아가 황금 열 근을 예물로 내놨다.


양진이 "옛 친구는 그대를 알고 있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옛 친구의 마음을 모르는가"라며 거절했다. 왕밀은 "어두운 밤이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暮夜無人知)라며 재차 받기를 청했다.


이에 양진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거늘,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天知 地知 子知 我知 何謂無知)라며 엄숙히 꾸짖었다. 왕밀이 얼굴을 붉히며 쥐구멍을 찾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로부터 사지(四知)라는 말이 나왔다. 또 "어두운 밤이어서 아무도 모름"을 뜻하는 모야무지(暮夜無知) 또는 모야무인지(暮夜無人知)라는 말도 생겨났다.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에 실린 이야기이다.


이 고사는 세상에 비밀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예화가 아닌가 한다. 공직에 있으면서 뇌물을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를 환기시켜주는 경종(警鐘)이자 죽비(竹篦)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 근현대 중국화가 황엽(黃葉)의 <백기사지(伯起四知)> 伯起는 양진의 字.


※ 四知라 하면 대개 양진과 왕밀의 고사를 떠올린다. 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청대(淸代) 화가 추일계(鄒一桂)는 ≪소산화보(小山畵譜)≫에서 四知를 역설한 바 있다. 바로 知天 知地 知人 知物이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하늘을 알고, 땅을 알고, 사람을 알고, 사물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사지취(四知取)라는 것도 있다. ≪주역(周易)≫ <계사(系辭)>에 나오는 구절이다.

 

君子知微 知彰 知柔 知剛,萬夫之望"之意. "군자는 (드러나지 않은) 기미를 알고, 드러난 것을 알며, 부드러운 것을 알고, 굳센 것을 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것이다."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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