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두日記

2018.6.22

감효전(甘曉典) 2018. 6. 22. 22:45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봉두가 기침하고 아픈 것도 그렇고 식성도 나와 똑같았다. 찬우유 먹으면 배 아픈것도.생미역 다시마 좋아했고 무 당근 고구마 찔레순 찔레꽃 찔레열매 앵두 치즈 햇쑥 달래 도라지 두리안..아,그러고 보니 올해는 둘 다 아파서 산에 가서 산나물 뜯고 고사리 꺾는걸 못했구나.

 

봉두도 나처럼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작년 화엄사에 갔는데 계곡 물위에 걸친 다리에 죽어도 안가겠다고 버딩키는 바람에 덩치큰 놈을 안고 계단을 40개도 넘게 진땀 흘리며 건넌걸 생각하면 지금도 진땀난다.

바닷가에 가파른 길이 있는데 그 근처는 아예 안가려고 그러다 나한테 쥐박힌적이 여러번이다 https://t.co/RPMLJQ0auN

 

오늘 거기를 가니까 그때 봉두가 땅에 주저앉아 뒤로 있는대로 버딩키며 죽어도 나는 가기싫다며 고집피우다 바보같이 왜 그러냐고 나한테 쥐어박힌 일이 생각나 웃었다.암튼 봉두는 뭔가가 무서웠던 거였다.미안하다.몰라줘서.짐작하기론 영가가 있는곳 같았다.봉두가 그런 반응을 보인곳이 다 그랬다.

 

나같은 메모광도 많지는 않을거다. 일곱살에 학교를 갔는데 그때부터 일기를 썼다.처음에는 쓰라고 해서 1970년 뭘 월 며칠 수요일 맑음 "잘 잤다.햇님이 방긋 떠서 일어나 세수하고 밥먹고 학교에 갔다와 숙제하고 놀았다" 라고 맨날 썼다.일기를 나같이 일곱살 때부터 계속 썼다는 이를 보지 못했다.

 

석달짜리 봉두를 데리고 와서 첫날 기념사진을 찍었다.13년간 틈틈히 계속 봉두일기를 썼는데 참 잘한 일이다. 동영상 감아둔것도 그렇고 봉두일기를 보는 재미가 솔솔하고 내가 썼지만 상당히 재미있다.묶어서 책을 내도 될듯, 함 생각해보겠다.동영상도 하나로 편집해서 CD같은 걸로 만들수 있을텐데.

 

혹시라도 말인데 내가 봉두 너는 죽어도 절대 잊지 않을테니 아무 걱정말거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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