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日記

2018.2.2.

감효전(甘曉典) 2018. 2. 2. 19:56

혼자 첩첩산골에 사시는 97세 노할머니 생각이 나서 들렸더니 돌아가셨단다. 어제가 삼우였다고. 정정하시고 깨끗한 분이셨는데 4년전쯤 치매가 와서 옛날같지 않고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 사셨던 분이다. 작년 이맘때 마지막일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산으로 모시고가서 고기 사드린 일이 있다.ㅠㅠ

 

그러고보니 여든 넘으신 분들중에 저 분이 앞으로 얼마 못사시겠구나란 느낌이 든 분들은 내가 다 모시고 가서 맛있는 것을 사드렸다. 치매래도 그 분은 경증이었다. 헝크러진 머리로 어느날 찾아오셨는데 그 때 치매를 직감했다. 꽃을 좋아하신 분이셔서 오시면 꽃화분을 드리곤 했는데 소녀처럼 좋아하셨다

 

언젠가 나보고 훗날 내가 죽어 기별이 가거든 와서 염불 해달라고 하더니 가난하게 사는 외지에 사는 자식들은 연락을 하지 않았고 방금 여기와서 알게 되었다. 꿀 한병 드리러왔는데. 참 사는게 뭔가 싶다. 열 다섯에 시집와 82년을 이 산골짜기에 사시다가 돌아가셨구나. 얼음이 끙끙 얼어 이렇게 추운 날 아침에 마당에서 돌아가신걸 누가 와 5시간만에 발견했단다.

 

그 분과 그 날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바다로 데이트를 했었는데 아이처럼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다. 집으로 모셔드리고 나오는데 뜰앞에서 한참이나 나를 바라보고 서있었던 백발의 그 분을 잊을 수 없다. 부디 좋은 세상으로 가시길 빈다. 김행순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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