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앓는 96살의 노보살님이 고장난 낡은 유모차를 끌고 공양미 2되를 보따리에 싸가지고 절로 내려오셨다. 20년도 넘게 오던 길을 못찾아 엉뚱한 산길을 헤매다 오셨는데 뭐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자식이 잘 되라고 맨날 비시던 그 분은 아주 정정하시고 깨끗하셨는데 치매가 와서 드디어 오늘은 나보고 완전 반말을 하셨다. 데이트신청, 돈든다고 안가시겠다는 것을 입은 옷 그대로그 분과 함께 30분을 달려 괭이바다로 가서 장어구이를 사드리고 꿀 한병을 쥐어드리고 모셔드리고 왔다. 나는 안다. 오늘이 그 분과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얼굴과 눈빛이 다른 때하고는 분명 달랐다. 나는 그 노보살님하고 돌아가시기전에, 치매로 나를 몰라보기전에 맛있는 밥을 꼭 한번 사드리고 싶었다. 산골짜기 오지마을로 18세에 시집와서 78년이나 이 골짜기에서 사셨단다. 연세는 그러셔도 연세드신 분 같지않으시고 대화가 되어 좋으셨는데 3년전쯤부터 달라지셨다.
그 분은 꽃을 좋아하셔서 꽃화분을 드리곤 했는데 그 연세에 촌에 혼자 사신다. 자녀들은 떨어져 한번씩 다녀가는 모양이고.어찌나 짠하던지.
옷을 안갈아 입어선지 안씻어선지 냄새가 심하여 코를 찔렀으나 아무튼 오늘 잘 갔다왔다. 내 뒷좌석에 낡은 유모차를 겨우 실었는데 오가면서 유모차가 어딨냐고 30번도 넘게 물으셨다.
절에서 8리 좀 넘는 거리에 사시는데 잘 걷지도 못하시는 분이 오신다고 2시간도 넘게 걸리신 듯, 꿀이 두 병 들어왔는데 치매걸린 분들께 다 나눠 드렸다.삽짝문밖을 나서자 " 언제 우리가 또 만나지?"라고 하셨다.
왠지 마지막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달력을 드렸기는 한데 마지막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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