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甘仁穆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본 것은 내가 25살인 1988년이었다. 극장에 잘 안가는데 작품성있고 하도 잘된 영화라 하여 강원에서 공부할 때 도반들과 극장에 가서 직접 큰 화면으로 보았는데 너무 좋았다.
그 영화는 두 번이나 보았는데 무척이나 인상깊었고 그 후에 책도 나왔길래 구입해서 꼼꼼히 읽었다. 나는 그 부이를 보면서 어리석었지만 사람좋고 가여운 우리 아버지를 연상했었다.
불행할 때 행복했었던 과거를 회상하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다고 했던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였다가 황제의 자리를 뺏기고 말년엔 황실의 초라한 정원수로 자전거타고 황실로 매일 출근했었던 부이처럼 만석군의 아들이었다가 평생 뽀얀 담배연기속에 노름꾼들과 밤낮없이 노름하다 그 많던 재산 다 팔아 날리고 자식들 식구들 건사하지도 않고 미움받고 개털되었던 우리 아버지의 심경도 바로 그랬을 것 같았다.
16년전에 간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보고싶던 몇 해전 어느 날밤 우리 아버지 이름을 자판에 두들겨 본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찾아볼 수 있는 남아있는 자료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세상에 65년이 넘도록 한참이나 살다갔지만 아무 흔적도 남긴게 없다는 거였다.
검색해도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다는 그 조회결과를 한참이나 보면서 무어라 할 수 없이 나는 너무 슬펐다.
나는 글을 쓰면서 고조부모부터 아버지 남동생까지 내 글 곳곳에 이름을 심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라도 그 분들의 흔적을 나는 남기고 싶었다. 이 세상에 왔다가 이슬처럼 그냥 갈 순 없는거니까, 왔다가 그래도 한 점 흔적이라도 남겨두어야 하니까.
정말이지 인생은 한갖 따뜻하게 햇볕드는 툇마루에 모로 누워자며 꾸는 봄꿈일 뿐이다.
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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