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9월 1일, 부산형무소 재소자들이 희생 현장으로 끌려가기 직전 트럭에 실려 있는 모습.(진실화해위 제공)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 위원장 안병욱)는 2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형무소 재소자들에 대한 집단학살 의혹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국가가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그 실태를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드러난 부산과 마산, 진주에서 민간인과 교도소 재소자 최소 3400명을 학살한 사건은 당시 희생된 576명의 신원이 밝혀지면서 그 실태가 드러났다.
이들 수천 명의 희생자들이 집단 학살되는 과정에는 육군본부정보국, CIC(육군 특무부대)와 헌병대, 경찰, 형무관(교도관)이 조직적으로 가담, 자행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비점령지역으로 치안이 유지된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이미 신병이 확보되어 격리되었기 때문에 특별히 위험하다고 할 수 없는 형무소 재소자와 민간인 수천 명을 군경이 일방적이고 임의적으로 집단학살한 것"이라며 "이는 사상 유례가 없는 비인도적인 행위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국가차원의 공식 사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희생자 위령제 봉행과 위령비 건립 지원, ▲잘못 기재된 가족 관계등록부 정정, ▲정부 공식 간행물과 향토사에 사건 추가 등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실태 규명 조사에서 1950년 7월부터 3개월 간 네 차례에 걸쳐 군경, 형무관들이 마산형무소 재소자와 예비 검속된 보도연맹원 등 최소한 717명이 인근 산골짜기에서 총살되거나 구산면 원전 앞바다에 집단 수장됐던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희생자 중 358명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진주형무소의 경우 같은 해 7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최소 1200여명의 재소자와 보도 연맹원들이 집단 살해됐음이 밝혀졌고, 이중 70명의 신원이 파악됐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가 상륙했을 때 산사태로 집단 학살 현장이 송두리째 드러나 경남대 박물관팀이 163구의 유골을 수습했던 경남 마산시 진전면 여양리 학살사건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진주에서는 명석면, 우수리와 관지리, 용산리, 문산읍 상문리 등에서 집단 학살 뒤 암매장이 이뤄졌다.
부산형무소에서는 최소한 150여 명이 군경에 의해 집단 살해됐고, 희생자의 구체적인 신원은 2명을 제외한 148명이 이번 진실 규명 조사로 밝혀졌다. 마산에서는 유족들이 피해 신고를 꺼려 희생자들의 상당수가 누락됐을 것으로 진실화해위는 추정하고 있다.
진실화해위의 한 관계자는 "재소자 가운데 일부 기결수들은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헌병대에 인계돼 총살됐고, 대부분 육군형사법, 국방경비법 등을 위반한 징역 3년 이하의 단기 수들로 사형수가 아니었다"며 "형이 확정된 기결수를 군법회의가 사형을 언도하는 총살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위반한 사실상의 집단 학살"이라고 규정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비록 전시였다고는 하나, 대한민국이 통치하고 있던 비전투․비교전지역인 부산․경남지역에서 단순히 남하하는 인민군에 동조할 것을 우려하여 형무소 재소자들과 민간인이었던 보도연맹원들을 불법적으로 살해한 것은 범죄행위"이라며 “국가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할 것과 위령사업 지원, 민간인 희생 내용을 공식간행물에 반영하고 인권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에 드러난 경남 일대 민간인과 형무소 재소자 학살 사건은 전국 단위로 볼 때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한국전쟁 전에 발생한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을 전후로 전국 형무소 20여 곳에 수감 중이던 최소 2만여 명의 재소자들과 예비검속으로 형무소에 구금된 보도연맹원들이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경에 의해 조직적으로 집단 학살돼 암매장되거나 수장된 사례가 전국 단위로 이뤄졌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과거사를 규명하는 중요한 사례라고 판단해 직권조사를 결정하는 한편, 현재 조사 중인 675건에 대해 연내 조사를 마무리해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