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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한강 - 조정래지음

감효전(甘曉典) 2012. 4. 26. 20:51

 

 * 다음은 조정래작가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로, 남헌 오홍탁선생을 비롯하여, 同 시대를 살며 같은 길을 걸었던 분들과 그 후손들이 겪어온 삶의 고초와 당시 시대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며, 일독(一讀)을 권합니다.   

 

 - 제   목 : 한강(全10권)

 

 - 저   자 : 조정래

 

 - 출판사 : 해냄

 

 - 줄거리 :   

 <제1부 격랑시대>

  전남 강진 출신의 유일민과 일표 형제는 서울의 일류대학과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서울에는 일민의 선배 이규백과 김선오가 같은 고향 출신의 강기수 의원이 운영하는 남천장학사에서 고등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 전형적인 출세주의자 강기수 의원의 집안은 대를 이은 친일파로, 공교롭게도 유일민 형제의 집안과는 깊은 원한이 있는데…….
  두 형제가 고향 강진에 남겨두고 온 것은 어머니와 여동생뿐. 국밥장사를 하며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일민의 어머니 해촌댁은 가슴속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정부의 끊이지 않는 감시 속에 살게 한 월북한 남편에 대한 원망스러움, 그리고 빈곤한 가정 형편 때문에 요정에 나간 큰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에 대한 한스러움. 그 죽음에는 강기수 집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사라호 태풍이 몰아닥치면서 남도 일대는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김선오의 부친은 태풍에 휩쓸려 세상을 뜨고, 이규백도 농사를 지으며 집안을 이끌어가던 형을 잃는다. 무너진 집안 살림과 남편을 잃은 외로움에 이규백의 형수 해남댁은 마을의 머슴 춘길이와 배가 맞아 밤도망을 놓는다.
  춘길이는 제 돈을 떼먹으려는 광주상회 주인과 그 아내를 엉겁결에 살해하고 죄인으로 쫓기는 몸이 되어 해남댁과 함께 장돌뱅이 생활을 꾸려나간다. 김선오와 이규백은 돌연한 고향 소식에 난감하기만 한데…….

  한편 강기수 의원의 딸인 숙자는 일민에게 마음을 두고 그를 포함한 김선오, 이규백과 자신의 친구인 박영자, 안경자와 함께 미팅을 주선해 만나기에 이른다. 그러나 누나의 죽음이 강 의원의 집안과 관계가 있음을 아는 일민이 자신을 외면하자 강숙자는 집안끼리의 비극을 알지 못하는 일표와 가까워지게 된다. 또한 일표는 독립투사의 손자인 친구 허진이 가난에 허덕이다가 끝내 학교를 중퇴하고 공장 노동자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

  3 ·15부정선거 이후 고려대생들의 4·18데모를 도화선으로 4·19혁명이 일어나자 일민은 정의감에 불타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며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일생 동안 어떤 정치적 행위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심한 부끄러움과 자기 모멸을 느낀다.
그러나 동생 일표는 친구들과 함께 고등학생 데모대에 합류하여 시위에 참여한다.

  4 ·19혁명이 학생들과 시민들의 승리로 끝나 결국 이승만이 이끈 자유당의 12년 간의 장기집권은 종말을 고한다. 그리고 남천장학사 내에는 데모에 참여한 학생들과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된다. 한편 4·19혁명 이후 간첩들의 대량 남파 사태가 벌어지자 월북한 부친과 관련해 일민과 해촌댁은 또 한 차례 수사기관에 잡혀가 각각 고초를 겪고 나온다.

  뒤이어 찾아온 5·16쿠데타는 구 정치인인 강기수에게 심각한 위기로 여겨지나, 그는 특유의 처세술과 기회주의적 능력으로 군부의 끈을 잡으려 한다. 그러나 지방 유지의 아들 한인곤의원은 쿠데타 정권의 부당성에 대한 분노를 표하며 그 세력에 반대한다. 그는 과거 군 대령으로 복무하던 시절 독립운동계 출신이라는 이유로 예편 위기에 처해 강기수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모욕적으로 거절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같은 군인 출신으로 한인곤의 참모인 강직한 인물 남재구는 한인곤에게서 등을 돌리고 박정희가 만든 신당에 가담하게 된다.
  일민의 고향 친구로 주먹계에 입문한 서동철은 5·16 이후 국토건설대에 소집되어 1년 동안 비인간적인 대접과 굴욕적인 노동 착취 끝에 풀려나면서 그곳에서 만난 인물들과 세븐클럽을 만들어 서서히 자신의 야망을 불태울 준비를 한다.

  한편 일민이 가정교사로 들어간 월남한 집안의 딸 임채옥은 부모의 반대와 일민의 거부를 무릅쓰고 그에게 연정을 품는다. 그러나 일민은 부친의 월북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정교사 자리를 잃게 된다. 그후 대학생이 된 채옥은 일민이 입대하자 부모를 속이고 전방까지 면회간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하는 채옥을 계속해서 외면하던 일민은 결국 면회온 채옥과 폭설을 계기로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게 되는데…….
  드디어 남천장학사 출신 이규백과 김선오는 각각 차례로 고시에 합격한다. 그러자 강 의원은 둘 중 한 사람을 사위로 삼고 싶어하지만 딸 숙자의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규백은 선배검사의 소개로 부잣집 딸과 중매결혼을 하고, 김선오는 자신을 억누르는 가난한 집안의 현실과 2년 동안 사귀어온 연인 영자와의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놓고 고민한다.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는 어지러운 시절, 민정이양을 약속했던 박정희는 끝내 대통령선거에 나서 윤보선과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제2부 유형시대>

  경제성장 논리를 앞세운 박정희정권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4·19세대의 변질'이라는 친구들의 충고와 야유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야심찬 인물로 변신한 박영자의 오빠 박준서는 아버지 박부길 사장의 경영수업을 받으며, 형들과의 경쟁에서 이겨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제대한 일민과의 사랑을 남몰래 키워가던 채옥은 연애사실이 발각되면서 부모로부터 헤어질 것을 강요 당한다. 채옥의 아버지인 임상천 사장이 고용한 패거리들로부터 집단 구타당한 유일민은 다시금 현실의 큰 벽을 느끼며, 채옥의 마음을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던 나약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선배인 배상집과 함께 노동인력 수출의 일환으로 행해지던 독일행 광부의 길로 마음을 정한 유일민. 그러나 그것마저도 연좌제로 인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유일민은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데….

  한편 안경자의 아버지로부터 딸과의 결혼을 제의받은 김선오는 오래 사귀어온 연인 박영자에게서 등돌리고 안경자를 선택하게 된다. 곧 그의 배신 행위가 드러나 결혼은 무산되지만, 그는 안경자에게 보복이라도 하듯 재력가 집안의 여의사와 결혼을 한다.

  강숙자는 강기수 의원의 탐탁잖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며 남천장학사 출신의 홍석주와 결혼한다. 이후 강기수 의원은 딸 숙자와 사위 홍석주의 제안을 받아들여 선거공약으로 독일행 티켓을 내걸어 엄청난 득표 차로 득의만만하게 국회의원에 거듭 당선된다. 그러나 야당정치를 하는 한인곤 의원의 아버지 한무규는 아들이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에 나선 것으로 꼬투리가 잡혀 탈세혐의로 중앙정보부의 감시와 사업상의 난관에 부딪힌다. 미군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에서 피납되자 국방부에서는 비상태세령을 발동시킨다. 그 덕에 카투사인 최주한과 군 법무관에 소속된 이상재를 비롯한 현역 군인들의 복무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된다. 그러던 중 통일혁명단 간첩사건에 연루된 이상재는 연인으로 발전한 허진의 동생 허미경을 고국에 남겨둔 채 충격 속에서 월남의 전쟁터로 몸을 피하게 된다. 그후 월남에서 제대한 이상재는 임신한 채 박부길 사장의 첩이 되어 있는 허미경의 모습에 망연자실하고….

  한편 유일민은 형벌과 같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에게 모질게 각인시키며 임채옥을 떠나보낸다. 학교 선배인 손진권 사장이 창업한 대진기업에서 삶을 일으킬 작은 희망을 키워가던 일민은 언제나 따라붙는 신원조회라는 현실 앞에 좌절한다. 그때 부모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결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채옥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편지가 유일민의 앞으로 도착하고, 채옥의 임신과 유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일민은 그녀가 생명처럼 모아온 거금의 송금환을 받고, 서동철의 제안에 따라 작은 술 도매상을 시작하게 된다.

  제6대 대통령으로 재집권한 박정희는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미군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등으로 조성된 반공정세를 이용하여 장기집권을 위한 3선개헌을 날치기로 통과시킨다. 이후 '군대식 날림'이 원인인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으로 박정희정권은 점점 민심을 잃기 시작한다. 박숙자의 남편 원병균 기자는 군인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군 출신들이 국가와 사회의 거의 모든 조직을 장악한 현실과, 전시행정을 노리는 박정희정권의 적당주의를 온몸으로 체감한다.

  경제발전의 물결을 타고 번창일로에 있는 일류회사에 입사한 허진, 고등고시를 포기하고 햇병아리 기자가 된 이상재,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는 최주한. 그러나 유일표는 넝마주이들과 함께 재건대에서 생활하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사회진출이 막힌 채 일찌감치 꿈을 접어버린 청춘의 좌절과 체념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스테인리스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오른손을 다친 나복남은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와 아무런 보상이 없는 무자비함에 분노한다. 복수의 기회만을 엿보던 중 그는 여동생 나윤자로부터 '노동자의 예수' 전태일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내 목숨을 헛되이 말라"는 말을 남기며 분신자살한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 나복남은 자신과 같은 일개 노동자의 삶과 생각이 그토록 다를 수 있다는 데에 크나큰 충격을 받는데….

  제7대 대통령선거가 시작되고, 전라도 민심은 박정희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더구나 김대중 후보가 '박 정권이 영구집권을 위한 총통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는 폭탄선언을 터뜨리면서 그전의 대통령선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개표 결과 경상도와 전라도의 표가 두 후보를 따라 칼로 무 치듯이 갈라진 것이다. 그리고 잇따라 서울대생들이 부정선거 규탄데모를 일으키기 시작하는데 …….

 

 <제3부 불신시대>

  술 도매상을 하던 일민은 조총련계의 남자로부터 아버지의 편지를 가져왔다는 소식을 접한다. 집안식구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만남을 거절하지만 며칠 뒤 수사기관에 끌려간 일민은 간첩행위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조당하며, 그의 사업밑천이 공작금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데…….

  1972년 8월 3일, ‘기업 사채 긴급 동결령’인 8·3조치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무렵 임상천 사장은 동업자인 정동진을 배신하고 비밀리에 공장을 처분하는 등 이민 준비에 열을 올린다. 이민을 거절하는 딸 채옥에게 거액의 돈을 건네준 황 집사. 그 돈은 유일민의 새로운 사업자금으로 쓰이게 된다. 한편 임상천에게 배신당한 정동진은 아내마저 위암으로 쓰러지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자 급기야 임채옥의 아들을 유괴하려는 마음을 먹게 된다.

  소신 있는 젊은 야당의원들이 뇌물수수라는 정치조작극으로 대거 수난당하고, 언론자유투쟁을 벌이던 기자들이 신문사에서 쫓겨나던 시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마저 결렬된다. 일민의 어머니 해촌댁은 충격을 받고 쓰러져 세 자녀에게 아버지를 원망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한편 유일표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피신중이던 서경혜와 결혼에 이른다. 그러나 여동생 선희는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출가를 위해 집을 떠나고…….

  한편 긴급조치 9호가 숨통을 옥죄어오는 때 뜻을 모아 물결출판사를 차리게 된 퇴직기자 이상재와 원병균. 그러나 막상 출간한 책이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하자 난데없이 베껴먹기식 출판물이 등장하여 앞을 가로막는데…….

  술상무로 일하던 임채옥의 남편은 급기야 간암으로 쓰러져 운명을 달리한다. 곁에서 오래도록 그녀를 지켜보던 일민은 이윽고 용기를 내어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도시산업선교회에 몸담은 유일표가 수사기관의 표적이 되어 몸을 피하던 중, 일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 소식을 접하고 다시 서울로 향한다.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을 향해 군부대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신문들은 나흘 만에야 18일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계엄사가 발표한 내용대로 옮겨 싣기에 이른다. 세간에는 계엄군인 공수부대가 광주에서 저지른 잔인한 짓들이 소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뜻을 모은 유일표와 이상재, 그리고 원병균은 한강을 가로지르는 기차를 타고 의문에 휩싸인 광주를 향하는데…….

 

 - 출간의의 :

  신들린 듯한 재미와 탁월한 민족정신으로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 된 『태백산맥』.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강인한 민족정신을 뜨거운 숨결과 웅장한 기상으로 승화시킨 『아리랑』. 작가 조정래가 마침내 20세기 한민족 100년사를 소설문학으로 완성하는 대하소설 『한강』을 펴냈다.

  다사다난하게 굽이쳐온 우리 민족의 현대사와 장대한 한강의 물줄기처럼 뻗어나갈 민족의 미래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대하소설 『한강』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작가 조정래의 필생의 업이자 우리 민족의 역사교과서라 부를 만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작가는 『한강』을 민족분단의 상징인 '한 많은 강, 한스러운 강' 인 동시에 민족통일의 상징인 '하나되어 흐르는 강'으로, 또 민족 동질성의 상징인 '한민족의 젖줄과 대동맥인 '한강'으로, 그리고 통일민족의 미래 상징인 '넓고 크게 한없이 흐르는 강'으로 내세워, 분단의 비극과 산업화의 그늘, 그리고 독재의 폭압 아래 이어져온 우리 민족의 삶과 한(恨), 끈질긴 생명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리랑』이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된 전후부터 해방기까지 가려져 있던 우리민족의 수난사이자 투쟁사라고 한다면, 『태백산맥』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6·25휴전기까지 우리가 잃어버렸던 분단사의 복원이었다. 그리고 대하소설 『한강』은 1959년부터의 현대사를 통해 격동과 모색의 한반도를, 그리고 통일민족의 미래를 지향한다.
  한민족 현대사의 향방을 결정지은 분단의 비극 이후, 4·19와 5·16, 10월유신과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항쟁 등을 불러온 계속된 독재의 폭압, 급속한 경제성장이 가져온 불공정 분배라는 산업화의 그늘, 그리고 분단 구조를 온존시키려 획책하는 기득권 세력에 저항해 민중 차원의 통일 열기가 봇물처럼 솟구쳐 올랐던 시기, 바로 이 시대를 통해 한민족 근현대사 100년 동안 우리 민족이 끌어온 역사의 수레바퀴, 그 지난했던 궤적이 『한강』에 녹아 있다.
  이데올로기가 가져온 분단의 비극을 현실의 고통으로 체감하며 살아가는 월북자의 아들 유일민, 변화되는 시대에 따라 새로운 권력에 빌붙으며 살아가는 출세 지향의 정치인 강기수, 가난한 집안의 업보를 등에 지고 입신양명을 꿈꾸는 젊은 법조인 이규백과 김선오, 주먹계의 새로운 신화를 꿈꾸는 일그러진 야망의 서동철, 무너져가는 독립투사 집안의 참담한 전형을 보여주는 허진, 그리고 시대가 바뀌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골 깊어가는 가난과 불평등을 온몸으로 감내하며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과 애환, 저항과 불굴의 세월…….

  『한강』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 걸어온 한국 현대사라는 같은 무대에 올려진 인물들이다. 그리고 대하소설의 긴장감을 유지시킬 지난 현실의 갈등들은 역사적 진실로서만이 아니라, 오늘 이곳 한반도의 현실로까지 이어져 진정 이 시대를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독자들의 삶의 의지를 고취시키고 크나큰 감동을 불러올 것이다.
  『한강』은 한국 현대사가 지닌 한계와 남겨진 숙제, 그리고 굴곡된 역사 뒤에 가려진 거대한 민족적 잠재력과 통일을 향한 민중의 염원을 한 물줄기로 모아낸다. 또한 『태백산맥』 『아리랑』처럼 역사란 힘있고 권력을 가진 소수의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정한 주인인 민중 하나하나의 숨결이 이뤄놓은 결정체임을 여실히 반증하는 것은 『한강』에서도 공통된 작가의 뜻이다. 바로 ' 작가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나 정치체제를 위해 복무하지 않는다. 오로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코자 할 뿐이다' 라는 작가 조정래의 말처럼 말이다.
  정확한 고증을 위한 방대한 자료 조사, 작품 속에 살아 숨쉬는 엄숙한 역사 의식, 대하소설의 고른 호흡을 유지해 주는 치밀한 구성, 숨가쁘게 독자를 몰아가는 흡입력과 재미, 해학적이고 토속적인 사투리 속의 민족성. 이 땅의 작가 조정래가 완성한 대하소설의 기념비 『한강』은 제1부 격랑시대(1, 2, 3권) 출간을 시작으로 2002년 3월까지 총 3부에 이르는 전10권이 완간될 계획이다.
  『태백산맥』 『아리랑』과 나란히 솟아 절정을 이룰 『한강』. 폭넓은 역사적 상상력과 소설적 진실이 만나 빚어내는 대하소설의 새로운 신화를 통해 한국문학과 이 땅의 독자들은 진정 조정래 문학산맥의 최고봉을 오르게 되었다.


 - 저자의 말 :

  소설은 현미경적 구체성으로 그리고 망원경적 총체성으로 그런 인간 세상을 비추고 밝히는 거울이고 등불은 아닐까. 혹자는 지나친 의미 부여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현대사는 곡절도 많았고 변화도 많았다. 그래서 어려움과 아픔도 그만큼 많았다.
소설로 써야 될 의미가 큰 것도 그 까닭이 아닌가 한다.

  우리의 현대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분단의 강화 속에서 경제 발전을 이룩해 낸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의 강화와 경제의 발전, 그 두 가지는 충돌을 면할 수 없는 절대모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어려운 상황을 헤치며 오늘에 이르러 있다.
  그런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오늘의 경제적 성취가 높으면 높은 것일수록 그 아래서는 수많은 우리들이 고통스러운 몸부림으로 서로 뒤엉키며 거대한 기둥들이 되어 떠받쳐 왔음을 본다.

  그 기둥들은 고통과 아픔과 외로움과 눈물이 점철된 거대한 인간의 탑이다.
그건 숨김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그 노역들은 단순히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땅의 비극을 풀 열쇠가 될 수도 있음을 감지케 하기도 한다.

 

 

출처 : 독립운동가오홍탁과전남운동협의회
글쓴이 : 고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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