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무곤 씨(45ㆍ가명)는 최근 악성 뇌종양 말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즐기지 않는 편이다. 또 신앙심이 깊어 주위에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김씨는 최근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가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 진료를 받은 결과, 4~5㎝ 크기의 악성 뇌종양이 똬리를 틀고 앉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었다.
↑ 뇌는 30대를 넘어서면서 노화가 진행돼 40ㆍ50대부터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 뇌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돌이킬 수 없는 중증 질환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장년층은 건강검진 때 정기적으로 뇌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사진 제공=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그는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뇌쪽 부위를 빼고 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땅을 치고 후회해봤자 너무 늦어버렸다. 김씨처럼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지만 상당수가 위나 대장 내시경에만 신경을 쓴다.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뇌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국립암센터 뇌척수종양클리닉 이승훈 박사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중추신경계 종양환자는 5500여 명으로 인구 10만명당 12명꼴로 발병한다"며 "종양은 흔한 질환이 아니지만 후유장애가 크고 치료가 쉽지 않은 악성이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다"고 말했다.
뇌종양은 두개골 안에 생기는 종양을 말한다. 뇌종양 중 뇌신경, 뇌막 등 뇌 속의 구조물에서 종양이 발생한 경우를 원발성 뇌종양이라고 한다. 종양은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는데, 악성 뇌종양은 줄여 '뇌암'이라고 하며 양성 뇌종양은 '뇌혹'으로 부른다.
◆ 대표적 뇌질환은 뇌종양ㆍ뇌졸중 뇌에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으며 이를 한 줄로 펼쳐보면 약 4만5000㎞에 달한다. 세포마다 정보가 담겨 있고 서로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돼 정보를 전달하면서 몸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뇌는 달걀만큼 약해 두개골이라는 머리뼈가 보호하고 있다. 뇌는 크게 대뇌와 소뇌로 구분돼 있으며 대뇌는 생각을 조합하고 복잡한 일들이 여기에서 이뤄지고 소뇌는 조화로운 동작, 반사, 평행기능을 담당한다.
뇌는 위치에 따라 전두엽(이마엽ㆍ계획 성격 행동 감정을 조정하고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줌), 두정엽(팔과 다리 감각과 운동을 담당, 미각 및 말하기와 언어를 이해하는 기능담당), 후두엽(시각영역 담당), 측두엽(청각 및 단기기억을 담당) 등으로 구분된다.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한 뇌는 30대가 넘으면 노화되면서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 특히 뇌혈관 질환은 60세 이상 3명 중 1명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무섭다. 대표적인 뇌질환으로 뇌졸중과 같은 혈관질환, 알츠하이머, 뇌종양(암), 파킨슨병, 불면증, 우울증 등이 있다.
◆ 뇌 질환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안 돼 뇌는 용량이 1.5ℓ밖에 안 되지만 소우주라고 불릴 만큼 신비스럽다. 뇌의 80%는 수분이며 나머지 20%는 물리적ㆍ화학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 뇌의 무게는 70㎏인 사람의 경우 전체 몸무게 중 2%에 불과하다. 다 자란 어른의 뇌 무게는 남자가 평균 1400g, 여자가 1250g쯤 된다.
뇌는 몸이 사용하는 산소와 당분 중 25%를 영양분으로 소비한다. 뇌는 산소 부족에 매우 민감해 성인의 경우 4~5분 동안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신경세포가 죽는다. 뇌에 흐르는 혈액량은 전체 혈액의 15%에 이르며 뇌 신경세포는 산소와 포도당을 사용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뇌는 아프면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각종 신호를 보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통이 점점 악화되고, 특히 한밤중에 심해지면서 경련, 근력 약화, 신체 일부의 감각 저하 현상이 나타나면 뇌종양을 의심해볼 수 있다. 뇌종양은 첫 증상이 생길 때까지 2년 정도 시간이 걸리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확인해야 한다. 악성 뇌종양은 그 크기가 몇 달 또는 몇 주 만에 갑자기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천둥처럼 머리가 울릴 정도로 몹시 괴롭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두통이 나타나면 뇌출혈일 가능성이 있다. 뇌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혈액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두개골 안의 압력으로 이어진다. 뇌출혈의 증상에는 심각한 두통, 구토, 어지럼증, 전신경련, 일시적 시각상실, 기면상태, 언어장애, 의식불명 등이 있다.
떨림증, 둔한 움직임, 근육의 뻣뻣함, 보행장애가 있으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이광수 교수는 "파킨슨병은 60세 이상 중 약 1%가 영향을 받는 만성 퇴행성 뇌질환"이라며 "파킨슨병은 중간뇌 신경세포가 퇴화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져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감기처럼 시작해 고열과 전신 근육통이 생기면 뇌수막염일 가능성이 높다.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아찔하거나 현기증을 느낀다면 순간적으로 혈압이 낮아지는 기립성 저혈압이다. 어지럼증은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나 혈압을 유지하지 못해 나타나는 것이다.
◆ 뇌질환 진단은 어떻게 하나 뇌의 영상검사는 단순 두개 촬영, CT, MRI, 뇌혈관조영촬영, 초음파검사와 도플러검사 등이 있다. 현재 자기공명영상(MRI)이 정확한 진단과 수술, 방사선 치료계획을 세울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검사다. 컴퓨터단층촬영(CT)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진단용으로 많이 사용됐지만 MRI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므로 이젠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요되는 시간이 짧고 편해 응급상황이나 수술 전후의 추적검사에 한정적으로 이용된다.
MRI는 세포의 밀도뿐만 아니라 그 구성성분이 다른 것까지 감지할 수 있어 종양 발견율이 더 높고 종양 혹은 주변 부종의 파급범위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또 뼈가 두꺼운 부위에서도 명확한 영상을 얻을 수 있어 후두 및 두개저부의 종양을 진단하는 데 특히 유리하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은 양성이냐 악성이냐의 판별, 과연 수술을 해야 할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 그 판별을 돕기 위해 종양의 활동도를 아는 데 도움을 준다.
◆ 뇌를 더욱 젊게 하려면 어떻게 그동안 어른이 되면 하루 2만~10만개 뇌세포가 줄어든다고 알려져 왔지만 최근 뇌를 쓰면 계속 자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전문의들은 '잠든 뇌'를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라고 말한다.
일본 최고 뇌 전문의인 오시마 기요시 박사는 "머리 정수리 좌우에 손과 발, 턱을 통해 전해진 정보가 도달하는 체성감각령이 있는데, 이곳은 걷거나 먹기, 수작업 등과 같이 끊임없이 움직일 경우 체성감각령이 자극을 받아 뇌 전체가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웃음과 명상도 뇌건강에 좋다. 마이클 로이젠, 메멧 오즈 박사는 '내몸 사용설명서'에서 "웃음은 불안, 긴장 및 스트레스를 줄여 1~7년 또는 8년까지 뇌를 젊게 하고 명상은 뇌세포를 유지시켜 기억력 감퇴를 막을 뿐만 아니라 불안감과 우울증을 예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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