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우서(閑中偶書) - 한가한 중에 우연히 적다 - 沖止스님[고려]
飢來喫飯飯尤美
睡起啜茶茶更甘
地僻從無人扣戶
庵空喜有佛同龕
배고파 밥 먹으니 밥맛이 더욱 좋고
잠 깨어 차 마시자 차 맛이 한층 달다.
땅이 후져 찾아오는 사람도 하나 없고
텅 빈 암자 부처님과 함께함이 기쁘다. *
* 정민지음[한시 미학 산책]-휴머니스트
* 산거(山居) - 혜근(慧勤) 나옹선사
白雲堆裡屋三間 - 백운퇴리옥삼간
坐臥經行得自閑 - 좌와경행득자한
澗水冷冷談般若 - 간수령령담반야
淸風和月遍身寒 - 청풍화월편신한
흰 구름 쌓인 곳에 초가집이 세 칸인데
앉아 눕고 쏘다녀도 저절로 한가롭네.
시냇물은 졸졸졸 반야를 속삭이고
맑은 바람 달빛에 온몸이 서늘하다. *
* 정민지음[한시 미학 산책]-휴머니스트
* 過李處士家 - 이 처사의 집을 지나며 - 초엄스님
庭下千竿竹 -- 정하천간죽
架頭百本書 -- 가두백본서
悠悠春夢裏 -- 유유춘몽이
各爲一生居 -- 각위일생거
뜰 밑에는 천 그루의 대나무
선반 위에는 백 권의 책
아득한 봄날의 꿈을 꾸며
나름의 인생을 살고 있구나 *
* 김용택의 한시 산책-화니북스
* 山中何所有 - 도홍경(陶弘景)
山中何所有 - 산중하소유
嶺上多白雲 - 영상다백운
只可自怡悅 - 지가자이열
不堪持贈君 - 불감지증군
산중에 무엇이 있는가
산마루에 떠도는 구름
다만 스스로 즐길 뿐
그대에게 보내줄 수 없네 *
* 법정스님[오두막편지]-이레
* 還鄕 - 옛마을에 돌아오니 - 휴정 서산대사
三十年來返故鄕 人亡宅發又寸荒
靑山不語春天暮 杜字一聲來渺茫
一行兒女窺窓紙 鶴髮隣翁問姓名
乳號方通相泣下 碧天如海月三更
서른 해 만에 고향 오니 청산은 말이 없고
사람 죽고 집은 헐고 마을은 황폐한데.
어디서 두견이 소리 봄밤은 깊어가네.
여자들 문틈으로 엿보고, 백발 노인 성명을 묻기
어릴 때 이름 대자 서로 잡고 울다 보니,
바단 양 푸른 하늘에 달은 황황 삼경일레. *
* 손종섭역[손 끝에 남은 향기]-마음산책
* 至龍門寺 - 용문사에서 - 초의선사
山空春去後 - 산거춘거후
雲起客來時 - 운기객래시
不干去來者 - 불간거래자
終不爲人知 - 종불위인지
산이 비니 봄 간 뒤요, 손 오자 구름이 인다.
가거나 오거나 간여할 뜻 없다마는,
끝끝내 사람 알게는 아니하려 하는구나! *
* 손종섭역[손 끝에 남은 향기]-마음산책
* 운산음(雲山吟) - 흰구름 푸른 산 - 태고국사 보우白雲雲裏靑山重 - 백운운이청산중
靑山山中白雲多 - 청산산중백운다
日與雲山長作伴 - 일여운산장작반
安身無處不爲家 - 안신무처불위가
흰 구름 구름 속에 푸른 산 첩첩하고
푸른 산 산중에 흰 구름 많도다
날마다 구름과 산 벗하고 살아가니
이내 몸 쉬임에 내 집 아닌 곳 없네 *
* 이병한엮음[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를 기다리노라]-궁리
* 보현사(普賢寺) - 서산대사
萬國都城如蟻垤 - 만국도성여의질
千家豪傑若醯鷄 - 천가호걸약혜계
一窓明月淸虛枕 - 일창명월청허침
無限松風韻不齊 - 무한송풍운부제
풀이1.초파리 같은 영웅호걸
만국의 도성은 바글거리는 개미굴이오
수많은 호걸들은 우글대는 초파리 떼로다
밝은 달 비쳐드는 창문 아래 욕심 없이 누웠으니
솔바람 맑은 소리 그 화음 즐겁도다 *
* 이병한엮음[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를 기다리노라]-궁리
풀이2. 끝없는 솔바람 소리
만국 도성은 개밋둑이요, 역대 호걸도 초파리인 양,
창 하나 가득 달 밝은 밤 허심히 누웠노라면
끝없는 솔바람 소리 가지런하지 않아라! *
* 손종섭역[손 끝에 남은 향기]-마음산책
* 대취음(大醉吟) - 천지간에 너울너울 - 진묵대사
大醉遽然仍起舞 却嫌長袖掛崑崙
달이 촛불이요 구름이 병풍 바다는 술통
크게 취하여 벌떡 일어나 너울너울 춤을 추다가
문득 긴 소매 곤륜산에 걸릴까 저어된다네 *
* 이병한엮음[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를 기다리노라]-궁리
* 상추(賞秋) - 냇물이 산새들이 시를 말하네 - 서산대사
遠近秋光一樣奇
閒行長嘯夕陽時
滿山紅綠皆精彩
流水啼禽亦說時
멀고 가까이 가을 풍광 마냥 새로워
해질녘 한가롭게 거닐며 길게 시도 읊조려 보네
온 산 울긋불긋 단풍이 정채로운데
흐르는 물 지저귀는 새들도 시를 말하네 *
* 이병한엮음[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를 기다리노라]-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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