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 전집 제63장
그릇의 물은 가득차야 넘친다
義器 以滿覆 撲滿 以空全
의기 이만복 박만 이공전
故君子寧居無 不居有 寧處缺 不處完
고군자녕거무 불거유 영거결 불처완
의기(의器)는 가득 차게 되어 엎질러지고 박만(撲滿)은 텅 비어져야 온전하다.
그러므로 차라리 군자는 무(無)의 경지에 살지언정 유(有)의 경지에 살지 않는다.
차라리 모자라는 곳에 머물지언정 가득 찬 곳에 머물지 않는다.
周나라 때에 임금을 경계하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그릇
그릇이 비었을 때는 약간 기울고 물이 8부 정도 차면 반듯이 놓이고
물이 가득차면 그릇이 뒤집어졌다고함.
* 공자(孔子)가 노(魯)나라의 환공(桓公)의 영묘(靈廟)를 참배했을 때
그곳에 기울러져 있는 그릇이 있었다. 공자가 묘를 지키는 사람에게 물었다.
" 이 그릇은 무엇에 쓰이는 그릇입니까?"
묘지기가 대답했다.
"앉은자리의 오른쪽에 놓고 경계를 삼는 그릇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이 그릇이 물이 없으면 기울어지고 물이 반쯤 들어 있으면 똑바로 서 있고
물이 가득 차면 엎어진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공자는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을 넣어보라고 일렀다.
제자가 물을 넣자 그 그릇은 물이 반쯤 차면서 똑바로 섰고
물이 가득 차면서 엎어졌으며 물이 없어지면서 기울어졌다.
공자가 탄식하면서 말했다.
"아아, 가득 차면서 엎어지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또 박만(撲滿)이란 흙으로 만든 벙어리 저금통을 일컫는 말이다.
한번 집어넣은 돈은 꺼낼수가 없기 때문에
돈이 가득 차면 저금통을 깨뜨려야 돈을 꺼낼수가 있다.
그러니까 그 저금통으로 말하자면 항상 비어 있어야만 온전한 것이 된다.
가득찬 곳에 머물지 말라.
완전한 만족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 어떤 만족이라도 괴로움이란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얻을 수가 없다.
이미 가득 찼다면 그대는 서서히 넘치고 있음을 깨달으라.
넘친다는 것은 낭비이며 소멸이다.
그대 자신을 낭비하며 소멸시키느니 가득 차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하라.
무(無), 즉 제로라는 지점은 인간 평등할 수 있는 유일 무이한 지점이다.
그곳에 서라. 적어도 그대의 의식만은 항상 그곳을 지키며 나아가라.
무(無)와 유(有)는 백지 한장의 차이일 뿐이다.
해설
꽃도 만발하면 시들어지고 달도 차면 이지러지는 것이 우주 자연의 순리이다.
『노자老子』에도 "지금 가지고 있는것을 만족하면 수치를 당하지 않고,
자기 영역 안에 머물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며 이로써 오래 견딜 수 있다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라고 했다.
인생의 불행은 만족할 줄 모르는 데서 자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기에『신약성경新約聖經』에도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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