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의 나무와 여인)
▲ 박수근 나무와 여인, 1956년, 270 x 19.5cm 개인 소장.
국보, 보물은 100년 이상 된 유물을 대상으로 하므로
20세기의 근대문화재는 국가 지정 문화유산이 될 수 없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한 것이 등록문화재다.
등록문화재는 50년 이상 된 유물을 대상으로 한다.
18세기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19세기 추사 김정희 작품에 국보, 보물이 있듯이
20세기 화가의 작품도 언젠가는 문화재가 될 것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이에 대비하여
근대미술사학계에 검토, 의뢰한 적이 있다.
거기에는 국민화가로 칭송되는 박수근(1914 ~1965)도 당연히 들어 있다.
미술사가들은 그의 대작에 속하는 60호(가로 97cm 세로 130cm) 크기의
<절구질하는 여인>과<나무와 두 여인>을 등록문화재 대상으로 꼽았다.
그러나 박수근은 소품에 더 익숙했다.
생전에 대작을 할 기회가 적어 소품속에 자신을 완벽히 표현해왔다.
박완서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인<나목 裸木>이라는 소설은
한국전쟁 중 밥벌이로 PX에서 미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손수건에 초상화를 그려주던 박수근을 모델로 하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나무 옆을 두 여인이, 아기를 업은 한 여인은 서성대고
짐을 인 여인은 총총히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지난날, 어두운 단칸방에서 본 한발 속의 고목(枯木),
그러나 지금의 나에겐 웬일인지 그게 고목이 아니라 나목이었다.
그것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달랐다.
김장철 소스리 바람에 떠난 나목,
이제 막 마지막 낙엽을 끝낸 김장철 나목이기에
봄은 아직 멀건만 그 수심엔 봄의 향기가 애닯도록 절실하다."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박수근 서거 45주기 유작전"에서 박완서 선생을
만나게 되어 소설 속 작품이 어느 것이냐고 물으니
<나무와 여인: 3호>이라고 가리켰다.
박수근 그림에 나오는 서민들의 모습은
하루를 넘긴다는 것 자체가 힘겨웠던 50년 전
우리네 삶의 표정인데 우리는 나목처럼 그것을
견디어냈고 그것을 그린 그림은 어느덧 문화재가
될 정도로 세월이 훌쩍 가버렸다는 얘기다.
(유홍준의 국보순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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