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보는 시각을 바꾸다
우주의 가속팽창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으므로,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를 도입해야 한다. 첫 번째는 우주상수나 미지의 암흑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지의 물질을 도입하는 대신 아인슈타인의 중력을 거시적 공간에서 수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우주표준모형이 기반하고 있는 원리 중에서 우주의 균일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암흑에너지를 도입해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하는 방법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흔히 우주가속팽창의 발견을 암흑에너지의 발견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가설에 기반한 불완전한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관측뿐이다. 2006년에는 관측 및 이론 우주론 전문가들이 모여 암흑에너지 전략 회의록을 출간했다. 이 모임에서 우주가속팽창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미래 관측 계획을 논의했다. 첫 번째는 초신성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우주의 가속팽창을 관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다른 관측 방법을 사용해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물질을 도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인슈타인의 중력을 거시적으로 수정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짧은 기간에 일어난 급속한 변화였던 탓에 한국은 우주의 가속팽창 연구 1세대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세대에서는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한국의 우주론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1세대 연구가 어떤 결과로 끝날지는 15~20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한국 우주론자들도 단순히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대 우주론이 변화시킨 우주관을 요약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지금까지 우주론을 통해 우리가 알아낸 사실을 모아 보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는 사과를 바라보며 중력을 연구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4개의 암흑사과(암흑물질)가 함께 떨어지고 있었고,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중력의 법칙도 따르지 않는 15개의 암흑사과(암흑에너지)도 함께 있었던 것이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우리가 아는 것은 20개의 사과 중 눈에 보이는 단 하나, 즉 우주의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