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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과연 무엇을 들어야 하나?

감효전(甘曉典) 2012. 2. 23. 21:58

 

과연 무엇을 들어야 하나?


  듣기학습에서는 듣는 방법 못지 않게 "과연 무엇을 들을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듣는 것도 좋지만 아무 것이나 마구 들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식생활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처음에는 모유나 우유를 먹이다가 젖 뗄 무렵 이유식을 먹이듯 듣기학습도 단계에 맞추어 교재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기 아동에게는 균형 있는 영양섭취를 위하여 곡류, 단백질 식품, 야채, 과일 등을 잘 조합해서 주는 것처럼 각 장르를 골고루 섭렵해서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늘날 현대인의 질병은 과잉섭취와 편식에서 오는데 이것은 과거와 달리 모든 물자가 풍부하여 자칫하면 과식하기 쉽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골라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풍요가 질병을 초래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요즘은 정보통신의 발달과 문화개방 등으로 인해 일본에 대한 정보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학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맛도 좋고 영양만점인 음식이 좋겠지만 때로는 입에 쓴 보약도 필요한 것처럼 다소 재미가 없더라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반드시 들어야 한다.

 

① 처음에는 동화책으로 시작하자
  본격적인 듣기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소리와 친숙해지기 위해서 소리에 몸을 맡기고 히어링(hearing)을 하는 것은 아기에게 모유나 우유를 먹이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듣기학습의 이유식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몸에 좋다고 아무거나 마구 먹일 수는 없듯이 듣기학습의 초보자가 충분히 소화시킬만한 교재가 필요한데 가장 적합한 것은 동화책이다. 느닷없이 동화책이라고 해서 의아하겠지만 그냥 동화책을 보라는 것이 아니라 본문 내용이 녹음된 Tape를 들으면서 소리와 문자를 맞추어 나가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뜻을 몰라도 좋다. 무조건 소리와 문자를 맞춰가며 반복해서 들으면 된다. 그러다 어느 정도 소리에 익숙해지면 따라 읽도록 하는데 이 때는 되도록 원어민의 악센트와 억양을 그대로 흉내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만약 따라 읽는 것마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책을 덮고 받아쓰기를 해보자. 아마 생각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이상의 방법으로 듣기학습을 시작하는 이유는 문자학습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갑자기 소리학습에 들어가면 적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처럼 소리와 함께 문자를 접하게 함으로써 충격을 최소화시키고 자연스럽게 소리학습으로 유도코자 하는 것이다. 동화책의 선정은 난이도에 따라 하면 되는데 책마다 등급이 표시되어 있으므로 되도록 아는 단어가 많고 쉬운 것을 고르도록 하자. 그리고 기존에 알고 있는 내용의 동화책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듣기학습에서는 말을 정확하게 듣는 것 이상 스토리 전개를 파악하고 다음 이야기를 미리 예측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용을 아는 동화책을 가지고 그러한 연습을 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회화Tape도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
  이상의 방법으로 동화책을 1∼2권 정도 받아 적었으면 그것으로 이유식을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하자. 하지만 아직까지 뉴스를 듣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그전에 한번 더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음식에 비유하면 이유식 다음의 유아식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각자의 학습경력과 듣기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자신만 있다면 이유식과 유아식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뉴스를 들어도 좋다. 유아식으로 사용할 교재는 가급적 문장이 짧고 주요어휘와 문형을 골고루 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회화교재에 딸려있는 Tape이다. 회화교재는 어휘와 문형을 엄선하여 회화에 즉시 응용할 수 있는 예문 위주로 구성된 것이라면 아무거나 좋지만 Tape는 반드시 원어민이 녹음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책은 사지말고 Tape만 따로 사도록 하자. 이것은 원천적으로 책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이때부터는 절대로 책을 보지말고 오직 듣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회화교재의 예문들은 본격적인 듣기학습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푸는 의미에서 간단한 문장 위주로 받아쓰기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잘만 익혀두면 나중에 실제 회화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 할 수 있다.

 

③ NHK뉴스를 들으면 귀가 뚫린다
  누가 뭐래도 듣기학습의 교재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NHK뉴스이다. 처음 뉴스를 접하는 사람은 속도에 압도되어 기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꼬리를 빼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잘 몰라서 그렇지 듣기학습에서는 발음과 억양만 정확하면 빠르기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나라나 공영방송의 뉴스는 모든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발음을 들려주기 때문에 듣기학습의 교재로서만이 아니라 회화를 위한 발음교본으로도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각 방송국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들을 수 있도록 가급적 쉬운 말로 방송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들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뉴스를 듣는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는 NHK방송의 구체적인 노력은 다음과 같다.

 

    ★ 어려운 한자어의 사용을 피한다.
       예를 들어「過日(かじつ)」는 'さきごろ'로,「擧行(きょこう)する」는 'おこなう'로 바꾸어 말한다.

    ★ 가급적 동음이의어의 사용을 피한다.
       예를 들어「藥のテイカについて」라고 하면, 이것이「定價」인지「低下」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내용상「定價」인 경우에는「値段(ねだん)」으로 바꾸어 말한다.

    ★ 어려운 한자어는 풀어서 말한다.
       예를 들어「實現の可能性を再審議する(실현 가능성을 재심의한다)」라는 표현은「實現できるかどうか再び審議する」와 같이 일반 회화체 문장으로 쉽게 풀어서 말한다.
 
이것 외에도 방송언어는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가 도중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따라들을 수 있도록 용어선정과 말의 순서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단순히 듣기능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 이전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일본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시사용어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고 때로는 옳게 듣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체적으로 뉴스보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도 제대로 듣기학습을 하려면 뉴스청취로 기초를 다진 후 기호에 따라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으로 분야를 넓혀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④ 강연Tape을 듣고 교양을 높이자
  뉴스와 더불어 듣기학습 교재로서 활용가치가 높은 것은 강연Tape이다. 물론 뉴스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평상시 자연스럽게 하는 말이 아니라 방송언어이기 때문에 실제 회화에서 듣는 말소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뉴스청취로 리스닝(listening)의 기초를 튼튼히 한 다음에는 강연Tape을 구해 새로운 각도에서 학습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강연은 비록 일반 회화와는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상대로 직접 대면한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뉴스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현장감이 있다. 이러한 강연청취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통해 폭넓은 교양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전에서 풍부한 화제로 대화를 유도할 수 있고, 여러 분야의 전문용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 특정 주제를 가지고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 생각과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논리를 전개하고 상대를 설득시키는 요령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 아무래도 최소한 1시간 이상의 강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긴 이야기 속에서 전후 사정을 요약·정리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강연Tape은 이처럼 듣기학습은 물론 회화의 기술적인 측면을 강화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긴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하기가 약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문화개방 등으로 일본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국내에서도 초청강연 같은 것이 많이 열리고 있으므로 관심을 가지고 수소문한다면 1∼2개 정도는 힘들이지 않고 구할 수 있을 것이다.

 

⑤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회화의 감을 키운다
  TV나 VTR로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은 듣기학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눈으로 너무 많은 신경이 분산되어 그만큼 집중해서 들을 수 없고 받아쓰기를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화나 드라마를 가지고 듣기학습을 하려면 반드시 대사만 따로 녹음하여 그것을 가지고 받아쓰기해야 한다. 물론 받아쓰기와 관계없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감상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같은 영화나 드라마도「러브레터」처럼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 잦고 사투리가 많이 나오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그리고 심리극이나 추리극 역시 학습용으로는 적당치 못하다. 이러한 것들은 듣기도 어렵거니와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어 자칫 잘못하면 듣기학습보다는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영화와 드라마가 듣기학습에 적합할까? 각자의 취향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학습적인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춘 영화나 드라마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신변잡기와 같은 가벼운 내용이 좋다
★ 흥미를 유발시키는 내용으로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 줄거리가 복잡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 적어야 한다.
★ 스토리의 전개나 결과 예측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 등장인물이 적고 진행속도가 느린 것이 좋다.
★ 반드시 표준발음이어야 한다. 

 

  이러한 영화나 드라마를 가지고 듣기학습을 할 때는 먼저 등장인물 각각의 특성과 등장인물 사이의 상호관계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전체적인 진행상황을 염두에 두고 들어야 한다. 그래야 작품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듣기학습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일본어도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말하는 방법이 다르고 사용하는 어휘가 다르므로 공부를 하면서 이것을 몇 가지 타입으로 정리해두도록 하자. 틀림없이 나중에 회화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가 비록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연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리얼리티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일본어가 실제 회화에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목련꽃이 질 때
글쓴이 : 어린왕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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