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

어혈이란 무엇인가?

감효전(甘曉典) 2011. 12. 13. 04:03
한의원에 가면 어혈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어혈이라면 타박상을 입거나 넘어져서 삐었다거나 하여 피부가 시퍼렇게 멍이 드는 것처럼 외부에 나타나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는데, 외관상 아무런 표시가 없는데도 몸에 어혈이 많아서 그렇다는 말을 들으면 무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오늘은 어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어혈이란 글자의 뜻대로 해석한다면 더러워진 피, 엉킨 피, 또는 죽은 피란 뜻이다. 우리 몸의 피는 심장의 작용으로 몸 속 구석구석을 순환하면서 각 기관과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해 주는 한편 조직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긴 탄산가스와 노폐물 등을 거둬서 콩팥이나 폐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능을 상실한 비생리적 혈액을 통틀어 어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비생리적인 혈액인 어혈이란 결국 피의 흐름이 정체된 것을 말한다. 흐름이 정체되었다는 것은 흐르는 속도가 떨어지거나, 고여있다거나 또는 흐름이 단절된 것 등을 말한다. 피가 잘 통하지 않으면 그 곳의 조직이 변화를 일으키거나 괴사(壞死)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뇌의 혈행장애에서 나타나는 뇌출혈이나,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 복부나 골반 내에 있는 장기의 울혈(鬱血)이나 출혈, 피하출혈(皮下出血)등도 어혈로 본다.

이러한 어혈이 몸 안에 머물러 있을 때 신체의 조직 구조상에 여러 가지 이상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첫째가 피의 상태의 변화이다. 즉 혈액의 농도(濃度)가 짙어지고 점도(끈적거림)가 높아짐으로써 혈구(血球)의 응집력이 커져 뭉치기 쉬운 상태로 된다. 그 때문에 피의 흐름이 느려지고, 혈전(血栓)이 쉽게 형성됨으로써 조직기관의 영양장애, 신경근육의 기능쇠퇴, 면역기능의 저하, 체액의 조절기능 저하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관상동맥경화성 질환, 당뇨병 등은 반드시 혈액의 농도, 점성, 응집력의 증대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조직구조의 변화이다. 즉 조그만 혈관이 변형되고 경련을 일으키거나 굽어지고, 협착(狹窄)되거나 폐색(閉塞)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피의 흐름에 저항을 많이 받음으로써 혈류(血流)가 지연되고 울체(鬱滯)된다. 또한 백혈구나 적혈구의 기능이 저하되고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여 조그만 혈관 주변에 삼출액(渗出液)과 출혈 등이 보인다. 만약 동시에 동맥경화, 혈관염(血管炎), 혈관경련 등 혈관에 병변이 생기면 주위의 압력이 증대하여 혈관의 흐름을 방해함으로써 울혈, 허혈(虛血), 출혈, 혈전의 형성, 국부의 부종(浮腫), 심할 때는 조직의 변성 및 괴사 등도 일으킨다.



셋째는 혈액을 돌려주는 힘이 떨어진다. 협심증, 심근경색, 폐병에 의한 심장질환 등의 경우에는 심장기능의 저하로 피를 밀어내는 힘이나 량의 감소, 혈관벽의 저항력 증대, 말초순환저항(末梢循環抵抗)의 증대 등으로 인하여 전신 또는 국소의 어혈이 한층 강하게 된다.



어혈이 만들어지는 원인으로는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먼저 외적인 원인으로는 운동 경기나 각종 사고 등에 의한 외상(外傷), 수술(手術) 또는 너무 춥거나, 습한 등의 혹독한 기후에 노출된 경우 등을 들 수 있고, 내적인 원인으로는 정신적 스트레스, 대사장애, 내분비이상(內分泌異常), 동맥경화, 변비, 과로, 운동부족, 수면장애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염증(炎症)이나 고열(高熱), 면역이상(免疫異常), 출혈성 질환, 출산, 생리이상, 노령(老齡), 종양(腫瘍)등에 의해서도 어혈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이러한 어혈이 몸에 있을 경우에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 어혈통(瘀血痛)이 있다: 고정된 곳에 계속적인 동통(疼痛)이 있고, 찌르는 것과 같은 통증이 많고, 누르면 통증이 강하다.



○ 어혈에 의한 반점(斑點)이 나타난다: 입술과 혀가 자주색을 띠며, 혀에 자주색 반점, 어혈점이 나타나고, 혀 밑의 정맥이 확장되거나 짙은 자주색을 띤다. 심할 때는 코피가 나거나 잇몸출혈, 혈변(血便), 까만 변, 혈뇨(血尿), 부정기적인 자궁출혈 및 피하출혈 등이 있을 수 있고 만성적으로 되풀이 되는 경향이 있다.



○ 어혈에 의한 혈종(血腫)이 나타난다: 어혈의 병태가 오래되면 반드시 종류(腫瘤)를 형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피부에 나타나는 거미집 같은 혈관종, 조그만 혈관의 확장, 정맥류, 자궁근종, 난소종양, 그 밖에 복강내 종양(腹腔內 腫瘍) 등, 양성 악성의 종양도 포함된다.



○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 피부에 윤기가 없고, 꺼칠꺼칠하고, 안면이 거무칙칙하다.



○전신에 나타나는 증상 : 어혈이 머리로 몰릴 때는 두통, 현기증 메슥거림, 건망증 등이 나타나고, 가슴에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차고 잠을 못 이루기도 하며, 어깨나 등에 어혈이 몰리면 어깨가 뻐근하고 결리고 팔이 쑤시면서 저리거나 시리기도 하며, 허리에 어혈이 있으면 요통과 하지 방산통, 하지 냉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슴 위로는 열이 나고, 배 이하는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입은 마르나 물을 마시고 싶지 않고, 변비가 있거나 자주 변을 보러 간다. 검은 변을 보는 수도 있다.



○ 여성 특유의 증상: 월경통, 월경과다, 월경색이 암흑색이고 응괴(凝塊)가 있다. 무월경, 월경이 늦어지는 등의 징후가 있다.



어혈은 국소에만 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전신의 모든 장기 조직기관의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장기간 치료되지 않는 질병과 난치성 질환(難治性疾患)등은 모두 어혈과 관련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어혈에 대한 치료 원칙은 피의 흐름에 장애를 주는 요인을 제거하여 피가 원활히 흐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을 가진 약을 한의학에서는 활혈거어약(活血祛瘀藥)이라고 하는데 각각의 약물은 그 특징적인 효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의 순환을 돕고 조혈(造血)을 촉진하는 작용, 지혈(止血)작용, 종류(腫瘤)의 제거작용, 이뇨(利尿)작용, 배변작용, 상처의 치유(治癒)를 촉진하는 작용, 소염작용 등 다양하다.

이러한 약물치료 이외의 방법으로는 침, 뜸, 부항 등을 사용하여 기혈(氣血)의 순환을 돕고 막힌 것을 뚫어 혈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대사기능을 높일 수 있다. 이 밖의 운동요법으로는 전신의 관절을 움직여 부드럽게 해주는 스트레칭이 매우 좋다. 평소 피를 맑게 하는 신선한 야채나 미역, 김 등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