猛虎一杯山中醉 蛟龍兩杯海底眠
(맹호일배산중취 교룡양배해저면)
사나운 호랑이도 한 잔이면 산중에서 취하고
이무기도 두 잔이면 바다 밑에서 잠드네
※ 중국 10대 명주(銘酒)의 하나로 꼽히는 두강주(杜康酒). 두강주의 본고장인 복우산(伏牛山) 아래 두강선장(杜康仙莊)의 기둥에 붙어있었다는 글귀(柱聯)이다.
※ 현대 중국화가 풍대중(馮大中)의 <장취도(長醉圖)>
2500여 년 전 춘추시대 두강(杜康)이라는 양조기술자가 있었다. 그가 낙양(洛陽) 남쪽 두강하(杜康河) 근처 이천(伊川)에서 물맛 좋은 샘을 발견했다. 그는 이곳에 양조장을 차리고 술을 빚기 시작했고 술맛이 뛰어나 금방 유명해졌다.
마침내 그의 술 솜씨는 임금의 귀에도 들어갔고 술맛을 본 임금은 이 술을 궁중에서 사용하는 어용주(御用酒)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또한 두강에게 주선(酒仙)의 칭호를 내린다. 이후 사람들은 두강이 술을 빚던 마을을 두강선장(杜康仙莊)으로 부르고 이 곳 샘은 주천(酒泉)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훗날, 그러니까 기원 후 3세기 말의 서진(西晋)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유령(劉伶)이 마침 이곳을 지나다가 우연히 예의 주련에 쓰여진 글귀를 보게 된다. 천하의 호주가(好酒家)인 유령이 그냥 지나칠 리 있겠는가.
"사나운 호랑이가 한 잔에 취하고, 이무기가 두 잔에 곯아떨어진다"는 경고쯤은 애시당초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주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석 잔을 연거푸 마시고는 주기를 못 이겨 일어서다 넘어지고 만다. 그 바람에 술독을 깨뜨리고는 집에 돌아와 3년을 취해 잠드니 이른바 '두강취유령'(杜康醉劉伶)이다.
※ 근현대 중국화가 섭윤(葉昀)의 <유령음주(劉伶飮酒)> 成扇 (1943年作)
그의 아내가 남편이 취해 잠든 것을 모르고 죽은 줄만 알고 장사지내고 묻는다.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하늘에 올라가 있던 두강(杜康)이 매장된 지 3년 뒤 땅으로 내려와 부인에게 이런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유령의 관(棺) 뚜껑을 여니 술 냄새를 풍기며 눈을 비비고 깨어 일어났나고 한다.
춘추시대의 인물인 두강(杜康)이 서진(西晉)시대에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도 그렇고, 3년을 술에 취해 잠든 것도, 매장된 지 3년이나 지난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어디까지나 두강주에 얽힌 얘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두강주는 1971년 복원된 뒤 1975년부터 정식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원료는 수수이고 알코올 도수는 52%.
※ 현대 중국화가 범증(范曾)의 <송하유령(松下劉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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