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조박론(糟粕論)

감효전(甘曉典) 2012. 1. 11. 22:05

桓公讀書於堂上  輪扁斲輪於堂下  釋椎鑿而上
問桓公曰  敢問  公之所讀者  何言邪 
公曰  聖人之言也
曰  聖人在乎
公曰  已死矣
曰  然則  君之所讀者  古人之糟魄已夫
桓公曰  寡人讀書  輪人安得議乎  有說則可  無說則死 
輪扁曰  臣也  以臣之事觀之  斲輪  徐則甘而不固  疾則苦而不入
不徐不疾  得之於手  而應於心  口不能言
有數存焉於其間  

臣不能以喩臣之子  臣之子亦不能受之於臣
是以行年七十而老斲輪
古之人 與其不可傳也死矣
然則君之所讀者  古人之糟魄已夫

(환공독서어당상 윤편착윤어당하 석추착이상
 문환공왈 감문공지소독자 하언야  
 공왈 성인지언야 
 왈 성인재호
 공왈 이사의
 왈 연즉 군지소독자 고인지조박이부
 환공왈 과인독서 윤인안득의호 유설즉가 무설즉사  
 윤편왈 신야 이신지사관지 착윤서즉감이불고 질즉고이불입
 불서부질 득지어수 이응어심 구불능언
 유수존언어기간

 신불능이유신지자 신지자역불능수지어신
 시이항년칠십이로착윤
 고지인여기불가전야사의
 연즉군지소독자 고인지조박이부)

 

제나라 환공이 대청 위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윤편은 대청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다

윤편이 망치와 끌을 놓고서 환공에게 물었다

"감히 여쭙건대 공께서 읽고 있는 책은 어떤 얘기입니까" 
환공이 대답하기를 "성인의 말씀이니라" 
또 묻기를 "그 성인은 살아계십니까"
공이 대답하기를 "이미 돌아가셨느니라"
또 묻기를 "그렇다면 공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 사람의 찌꺼기이군요"
환공이 말하기를 "과인이 책을 읽는데 수레바퀴나 깎는 놈이 무슨 참견이냐.

네가 제대로 설명하면 괜찮거니와 그렇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윤편이 말하기를 "저는 제가 하는 일의 경험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느슨하면 헐거워서 꽉 끼이지 못하고

빡빡하면 꽉 끼어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느슨하지도 않고 빡빡하지도 않는 것은 손에 익숙하여

마음에 응하는 것이라 입으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사이에는 정확한 치수가 있는 것이니

저는 그것을 제 자식에게 가르칠 수 없고

제 자식도 그것을 저에게서 배워갈 수 없어서

이렇게 제 나이가 칠십이 되어 늙도록 수레바퀴를 깎고 있습니다 
옛날의 성인도 마찬가지로 깨달은 바를 전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공께서 읽고 있는 것도 옛 사람의 찌꺼기일 뿐이지요"

 

☞ ≪장자(莊子)≫ <천도(天道)>(第十三)

 

※ 輪扁: 수레바퀴 깎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목수)

※ 椎鑿: 망치와 끌

※ 與其: 그와 마찬가지로(如其)

 

※ 糟魄: ①술을 걸러 내고 남은 찌꺼기[지게미(糟粕)]. ②학문(學文)·서화(書畵)·음악(音樂) 등에서 옛사람이 다 밝혀내어 전혀 새로움이 없는 것을 비유(比喩)하여 이르는 말.

 

일례로 양명학(陽明學)의 개조 왕수인(王秀仁)은 천지만상을 '마음의 찌꺼기'(吾心之糟粕)라 했다.

 

"그러므로 만상이 없으면 천지가 없고, 내 마음이 없으면 만상도 없다. 따라서 만상이라 하는 것은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천지란 만상이 만드는 것이요, 천지만상은 내 마음의 찌꺼기이다"(故無萬象則無天地 無心則無萬象矣 故萬象者 吾心之所爲也 天地者 萬象之所爲也 天地萬象 吾心之糟粕也).

 

 

 

 

※ 근현대 중국화가 장신가(張辛稼)의 <화조 책엽(花鳥 冊頁)>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경화수월鏡花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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