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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白凡 金九) 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安斗熙·96년 사망)가 미군 방첩대(CIC)의 정보원이자 요원으로 활동했으며 우익 청년단체인 백의사(白衣社)의 특공대원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미국이 백범 암살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어지는 한편, 백의사의 단장인 염동진(본명 염응택)이 이를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장덕수와 여운형을 암살한 범인들도 백의사일 것이라는 자료도 나왔다.
국사편찬위원회는 국외사료 조사작업의 일환으로 미국에 파견한 정병준 방선주 박사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된 문서철에서 ‘김구-암살에 관한 배후 정보(Kim Koo-Background Information Concerning Assassination)’라는 제목의 문서를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이 문서는 1948년 12월까지 남한 주둔 CIC 파견대에서 근무한 조지 E 실리 소령이 1949년 6월 백범 암살 직후 본국에서 작성해 미국 육군정보국에 제출한 A4용지 5장 분량의 보고서로 비밀등급 3급, 신뢰도 A2를 책정받은 최상급 신뢰도의 문건이다.
실리 소령은 보고서에서 “안두희는 백의사의 특공대원으로, 나는 그를 한국주재 CIC 정보원으로, 뒤에 한국주재 CIC의 요원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그는 염동진이 암살 명령을 내리면 누구든 죽이겠다는 피의 맹세를 했다”고 밝혔다.
백의사는 낙양군관학교 재학시절 백범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던 염동진이 장제스 휘하의 반공 결사단체인 남의사(藍衣社)를 모방해 1942년 8월 창설한 반공 결사조직이다. 백의사는 1946년 평양역 광장에서 열린 3·1절 기념대회에서 김일성 암살을 기도하고, 북한지역 토착 공산주의자인 현준혁을 암살하기도 했다.
실리 소령은 또 “2명의 저명한 한국 정치인인 여운형과 장덕수의 암살도 백의사 구성원들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국사편찬위원회측은 “실리 소령이 한국을 떠난 지 6개월 후에 백범이 암살됐기 때문에 미국이 백범 암살에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암살배후 규명이 진일보하게 된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신용하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안두희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그동안의 심증을 확인해주는 물증”이라고 말했다.
▼백의사단장 염동진은 누구▼
이번 자료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염동진(본명 염응택). 백의사 단장을 맡았던 그가 백범 암살을 사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
고문당한 후유증으로 눈이 멀어 ‘맹인장군’으로 불렸던 염동진은 1909년 경기 파주에서 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상하이에 건너가 1932년 중국 국민정부의 군사교육기관인 낙양군관학교을 졸업했다. 이 학교의 한국 학생들은 김구 계열과 이청천 계열로 나눠져 있었는데 염동진은 이청천 계열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김구와 평소 사이가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광복 이후 공산주의자에 대한 각종 테러활동을 벌였으며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게 살해당했다. 실리 소령은 보고서에서 그에 대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으나 미국인과 인터뷰할 때는 통역을 활용해 신분을 위장할 만큼 비상한 지략의 소유자”라고 회고했다.
☞ 김구 암살 관련 美 정보문건 전문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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