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日記

해방(解放)

감효전(甘曉典) 2016. 6. 10. 22:47

 

해방(解放)

 

 

내게는 유리 항아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거울처럼 맑고 아주 비밀스런 항아리였지요.

바다로 뛰어갈 순 없었지만

그 유리 항아리속엔

어여쁜 물고기가 하나 살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어두운 벽장속에

32년간 가엾게 살고 있었댔지요.

나는 날마다 벽장속을 열어 먹이를 주며 물고기와 이야기를 하곤 하였습니다.

그간 나는 죽도록 많이 많이 아팠습니다.

어느 날 밖에 나갔다 돌아오니

그 유리 항아리가 산산히 부서져

벽장속에서 물고기가 아가미를 뻐꿈거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대로 쓰러져 아주 여러 날

눈물로 범벅져 함께 울다가

그 물고기를 가슴에 안고 맨발로

먼 먼 아주 먼바다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바다에 놓아주었습니다.

 

 

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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