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선언문
오늘 우리는 실로 반세기만에 이 자리에 다시 모였습니다. 1960년 6월 12일 노현섭 어른과 김용국 어른 등이 앞장서 마산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유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마산유족회가 결성된 지 꼭 49년 하고도 8일만이며, 1961년 5월 16일 정치군인 박정희 등의 군사쿠데타로 강제해산된 일도 48년이 되었습니다.
49년 전 노현섭 회장의 일기장은 그날의 모습을 "장내는 울음바다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의 울음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당시의 사진은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숙부들이 소복을 한 채 울부짖고 있습니다. 그 분들 중 대부분은 한(恨)을 풀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국민을 보호해줘야 할 국가로부터 두 번씩이나 학살을 당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학살이었고, 두 번째는 5·16쿠데타 세력에 의한 유족회 강제해산과 간부들의 구속, 그리고 무덤에 대한 부관참시였습니다.
이제 남은 우리의 사명은 더욱 분명합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아무런 저항수단도 갖지 않은 비무장 민간인을 합법적인 재판도 없이 무자비하게 수장 또는 총살하는 방식으로 학살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신을 바다에 유기하거나 암매장한 사실은 어떠한 말이나 논리로도 합리화할 수 없는 반인권, 반인륜적인 국가범죄입니다.
이러한 민간인학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묻어둔 채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고, 법치를 외치는 것은 모두 말짱 헛말이며 위선에 불과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없이는 일제와 나치의 제국주의 전쟁이나 인권말살을 비난할 자격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을 위축시키는가 하면 내년에는 진실규명 자체를 중단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인권이 상실되고 민주주의가 말살되었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마산지구 민간인학살 유족들은 과거 독재정권에 의해 두 번이나 죽임을 당한 원통한 역사를 낱낱이 밝혀내 아직도 바닷속, 땅속에서 눈을 감지 못하고 있는 원혼들의 한을 풀어드려야 할 의무와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다시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48년 전 쿠데타정권의 탄압이 다시 벌어진다 해도 이제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그런 결의를 위해 우리는 다시 여기에 모였습니다. 다시 마산유족회 창립을 선언합니다.
2009년 6월 20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마산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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