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이 의심될 때 CT 찍을까 MRI 찍을까 기계 작동원리·잘 찍히는 부위 달라 병의 진행 등 고려해 의료진이 선택
▲ 와인 마시는 사람을 X선으로 촬영한 모습. 정태섭 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제공
CT(computerized tomography·컴퓨터단층촬영)와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자기공명영상) 같은 영상의학적 진단은 질병 치료의 시작이다.
현재 전국 병원에는 1558대(2005년 기준)의 CT와 630여 대(2006년 기준)의 MRI가 보급돼 있으며, 검사 횟수는 매년 10~20%씩 증가하고 있다. 200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된 CT 검사 건수는 226만 건이었다. 이처럼 CT와 MRI는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이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은 낙제 수준이다. 환자들은 왜 CT나 MRI를 찍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서 검사를 받고 있다. “가격이 비싼 MRI가 정확도도 가장 뛰어날 테니 무조건 MRI를 찍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CT를 찍어도 충분한데 병원이 돈벌이를 위해 비싼 MRI를 찍게 한다”고 의심하는 환자도 있다. 도대체 CT와 MRI는 서로 어떻게 다르며, 어떤 경우에 효과가 있을까? CT와 MRI는 기계의 작동 원리가 다르며, 따라서 잘 찍히는 부위도 서로 다르다. 먼저 CT는 X선 검사를 업그레이드시킨 장비로 봐도 무방하다. 뼈처럼 딱딱한 부위가 비교적 정확하게 촬영된다. 또 조직 사이에 있는 작은 질병을 확인하기 쉬워 둔부(臀部), 흉부, 소화기 및 간담도계, 근골격계, 척추, 비뇨기 생식기계 등에서 전반적으로 사용된다. 촬영 속도(20~40초)가 MRI(5~30분)보다 훨씬 빨라 심장이나 소화기관 등 움직이는 장기와 응급환자에게도 많이 쓰인다. 그러나 근육, 혈액, 인대와 같은 연 조직은 구별이 잘 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또 방사선 노출량이 X선의 최고 100배에 이르므로 응급상황이 아니면 여러 차례 찍으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MRI는 세포 내 수소(H)에 강한 자기장을 걸어 되돌아오는 변화를 2~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장비다. CT와 달리 뇌, 심장, 혈관, 연골 등 수소 입자가 많은 연(軟) 조직이 정확하게 촬영된다. 비용은 CT의 5~10배쯤 되지만 방사선이 아닌 자기장을 이용하므로 방사선 노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강한 자성(磁性)을 이용하므로 금속 인공장기를 몸에 장착한 사람은 촬영할 수 없다. CT와 MRI는 이와 같은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서는 정확하게 구분돼 사용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척추 디스크 진단은 CT보다 MRI가 더 정확하지만, 200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된 CT 검사 건수 1위가 디스크였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재준 홍보이사(영동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어떤 병엔 어떤 장비가 더 좋다고 획일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병의 부위와 진행, 수술 여부, 비용 대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이 선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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