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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추억의 아~이스께~~끼

감효전(甘曉典) 2012. 1. 3. 17:51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 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날이 더워서인지 쬐끔한 애기들이 아이스크림을 자주 찾습니다.   어제 저녁 ○-마트에 가서 수박 한통을 사려 하니 무더위 탓인지 한 통에 1만원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참외 몇 개를 산 후 50% 세일하는 아이스크림을 한아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놓았더니 아들놈이 틈만나면 냉장고 문을 열고 하나씩 잘도 꺼내 먹습니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보니 문득 지금은 듣기 힘든 '스~깨~끼~이~~" 하는 소리가 그리워 집니다. 지금은 듣기 힘든 추억의 소리요, 고향의 소리입니다.

오늘이 벌써 8월 6일, 본격적인 여름입니다.  요즘이야 맛도 있고 보기도 좋은 여러가지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수두룩하지만 우리 어릴적 여름에는 어쩌다 한번 먹는 여름철 귀한 간식이 바로 아이스깨끼(하드)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이 지난 1960년대 말 어느 여름 이야기입니다.

"아이스~~~~깨끼~ 이,  자! 시원한 아이스깨끼가 왔어요,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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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채 동네앞에서 놀고 있는데, 저만치서 어쩌다 동네에 한번씩 오는 아이스깨끼장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무로 만든 큰 아이스깨끼통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는 아저씨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옛날엔 돈을 벌기위해 나이가 어려도 아이스깨끼통을 많이 둘러메고 다녔습니다. 그 시절에 그런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었고, 아무도 부꾸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스깨끼 소리를 듣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친구들은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쇠붙이, 빈병, 못쓰게 된 그릇 등 고물을 하나 둘씩 가지고 나옵니다.  어떤 애는 고물이 없어서 부모님이 신고 다니는 신발도 들고 나왔습니다.  좀 잘 산다 싶은 친구는 부모님께 돈을 받아와 아이스깨끼를 사먹습니다.   그때는 아이스깨끼도 쉽게 사먹을 수 없을 만큼 사는 게 궁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돈도 없었거니와 올때마다 하드(딱딱하게 얼렸다는 의미에서 'hard'라고도 불렸습니다) 척척 사주던 집은 동네에서 몇 집 안되었습니다.

어머니 치마를 붙잡고 졸라서 찌그러지고 못쓰게 된 양은냄비를 가져다 주면 하드를 하나 줍니다.  고물을 주고 아이스깨끼 하나를 받아들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고물과 바꾼 아이스깨끼를 언니 한번, 나 한번, 형 한번 나 한번, 친구 한번 나 한번 이렇게 사이좋게 나눠 먹습니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시원함, 빨리 먹기가 아까워 아껴 먹다가 한 여름 태양볕에 주루룩 녹아 흐르면 위로 하드를 치켜들고 입을 벌려 뚝뚝 떨어지는 하드물을 받아 먹던 생각도 납니다. 그땐 그 하드가 그땐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맛있는 여름철 별미였습니다.

동네 구멍가게 앞에 하드통이 놓여졌을 때 그 하드통 뚜껑을 열면 드라이아이스의 하얀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신기해하는데, 구멍가게 아저씨가 하드통에 손을 쏙 넣어 맛있는 하드를 꺼낼 때의 기억이 아직까지 새록 새록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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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세월이 지나서는 아이스깨끼 장사나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먹던 그 하드만큼 맛있게 먹던 것이 바로 얼음이었습니다.  한여름이면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기위해 가끔 얼음사오기 심부름을 했습니다.  동네 얼음가게 담벼락에는 큰 동그라미 안에 한자로 빙(氷)자를 크게 써놓은 간판이 붙어 있었고, 그 옆에 한글로 시원한 얼음판매라고 써놓았습니다.  얼음을 사오면 망치와 바늘로 얼음을 톡톡 치면 신기하게 조그만 조각으로 깨집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는 깨진 얼음 한조각을 입에 물고 아이스깨끼를 대신합니다.  그때는 얼음 한 조각도 아주 맛있고 귀한 것이었습니다.

요즘이야 냉장고 문만 열어도 얼음을 항상 볼 수 있고(아무도 먹지 않지만...) 얼음까지 나오는 정수기까지 있으니 참 좋은 세상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우리 어릴적 이런 풍경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보니 문득 아이스깨끼 파는 아저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아이스깨끼~~~, 시원한 아이스깨끼가 왔어요!",  "하드 사려~~~!"

이제는 잊혀져 가는 정겹고 아름다운 우리의 추억의 소리입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시원한 아이스깨끼 하나 입에 물고 이 더위를 이겨봅시다!!




작성:한국 네티즌본부

출처 : 한국 네티즌본부
글쓴이 : 함박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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