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벌써 8월 6일, 본격적인 여름입니다. 요즘이야 맛도 있고 보기도 좋은 여러가지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수두룩하지만 우리 어릴적 여름에는 어쩌다 한번 먹는 여름철 귀한 간식이 바로 아이스깨끼(하드)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이 지난 1960년대 말 어느 여름 이야기입니다.
"아이스~~~~깨끼~ 이, 자! 시원한 아이스깨끼가 왔어요, 왔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채 동네앞에서 놀고 있는데, 저만치서 어쩌다 동네에 한번씩 오는 아이스깨끼장사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무로 만든 큰 아이스깨끼통을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는 아저씨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아이스깨끼 소리를 듣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친구들은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쇠붙이, 빈병, 못쓰게 된 그릇 등 고물을 하나 둘씩 가지고 나옵니다. 어떤 애는 고물이 없어서 부모님이 신고 다니는 신발도 들고 나왔습니다. 좀 잘 산다 싶은 친구는 부모님께 돈을 받아와 아이스깨끼를 사먹습니다. 그때는 아이스깨끼도 쉽게 사먹을 수 없을 만큼 사는 게 궁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돈도 없었거니와 올때마다 하드(딱딱하게 얼렸다는 의미에서 'hard'라고도 불렸습니다) 척척 사주던 집은 동네에서 몇 집 안되었습니다.
어머니 치마를 붙잡고 졸라서 찌그러지고 못쓰게 된 양은냄비를 가져다 주면 하드를 하나 줍니다. 고물을 주고 아이스깨끼 하나를 받아들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 고물과 바꾼 아이스깨끼를 언니 한번, 나 한번, 형 한번 나 한번, 친구 한번 나 한번 이렇게 사이좋게 나눠 먹습니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시원함, 빨리 먹기가 아까워 아껴 먹다가 한 여름 태양볕에 주루룩 녹아 흐르면 위로 하드를 치켜들고 입을 벌려 뚝뚝 떨어지는 하드물을 받아 먹던 생각도 납니다. 그땐 그 하드가 그땐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맛있는 여름철 별미였습니다.
동네 구멍가게 앞에 하드통이 놓여졌을 때 그 하드통 뚜껑을 열면 드라이아이스의 하얀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신기해하는데, 구멍가게 아저씨가 하드통에 손을 쏙 넣어 맛있는 하드를 꺼낼 때의 기억이 아직까지 새록 새록 납니다.
어느정도 세월이 지나서는 아이스깨끼 장사나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먹던 그 하드만큼 맛있게 먹던 것이 바로 얼음이었습니다. 한여름이면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기위해 가끔 얼음사오기 심부름을 했습니다. 동네 얼음가게 담벼락에는 큰 동그라미 안에 한자로 빙(氷)자를 크게 써놓은 간판이 붙어 있었고, 그 옆에 한글로 시원한 얼음판매라고 써놓았습니다. 얼음을 사오면 망치와 바늘로 얼음을 톡톡 치면 신기하게 조그만 조각으로 깨집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는 깨진 얼음 한조각을 입에 물고 아이스깨끼를 대신합니다. 그때는 얼음 한 조각도 아주 맛있고 귀한 것이었습니다.
요즘이야 냉장고 문만 열어도 얼음을 항상 볼 수 있고(아무도 먹지 않지만...) 얼음까지 나오는 정수기까지 있으니 참 좋은 세상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우리 어릴적 이런 풍경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보니 문득 아이스깨끼 파는 아저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아이스깨끼~~~, 시원한 아이스깨끼가 왔어요!", "하드 사려~~~!"
이제는 잊혀져 가는 정겹고 아름다운 우리의 추억의 소리입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시원한 아이스깨끼 하나 입에 물고 이 더위를 이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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