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두 日記
그래도 참 다행이다. 오늘 녀석을 데리고 읍내병원에 다녀왔는데 혹시 기부스를 하라는 거 아닌가하고
걱정을 하였다.
녀석이 다리를 저니까 평소처럼 차에 뛰어오를 수
없어 그 큰 덩치를 안아 올리는데 어제 49일이나
단식한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일단 주사를
3대 맞히고 백신과 며칠 분 주사약을 사가지고 왔다.
봉두가 아레 산개울에도 가고 밤도 주울 때
같이 따라갔는데 산언덕에서 개울아래로
점프를 하며 인대를 다쳤는지 앞다리를 절길래
밤가시가 박혔나싶어 샅샅이 만져보았으나 없었다.
손으로 꼼꼼히 살펴가며 여기저기 아프다는
발을 쥐고 더듬다가 어딘가를 만지면
" 아야 " 하듯이 찡그리고 아파하여
거기를 누르며, " 여기냐? " 의사가 물어도 당최
환자가 대답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응급처방으로
안티푸라민을 발라주었다. 오늘밤 자보고
내일 아침에도 안 낫고 계속 아프거든 둘이서
읍내 병원에 가보자했다.
오늘에야 알게 된 한가지, 나는 우리 봉두가
3달만에 왔을 때부터 콧물을 홀짝거리고 기침을 하여 수 없이 주사를 맞히고 약을 먹이고 동절기면
목도리와 옷을 입혀 춥지 않도록하여 건강을 살폈다.근데 오늘 동물병원에 갔더니 옷을 오히려
입히지않는 것이 더 좋단다. 세상에.
강아지는 여름더위가 힘들지 추운 겨울은 괜찮다는
소리를 오늘 병원에 가서 처음 들었다.
아니, 근데 왜 그걸 인제 가르쳐주는거야?
털이 있는 짐승에게 옷을 입히면 정전기가 생겨
모근과 피부에 별로 안 좋단다.
도토리같은 신부님의 모자와 정수리의
탈모현상이 깊은(?)관계가 있다는 거다.
듣고보니 설득력있는 것 같다. 음,
나는 여태 그것도 모르고 녀석이 밤새 방너머에서
기침을 하고 아침이면 개떨듯이 떨고 있길래
얼마나 춥겠노싶어 내가 털신을 신으면 옷을
입히고 내가 목도리를 할 때면 녀석에게도
내 목도리를 해줬었다.
근데 그러지말고 대개 추울 때만 밤에 입혀주었다가 낮에는 벗겨 햇빛을 보게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단다.
시월 초순이라도 아레부터 여긴 밤이면 추워
나도 목수건을 하고 녀석도 얼른 파카로 된
(사실은 갈색 송아지옷)옷을 입히고 목도리를
둘렀는데 오늘 읍에 갔더니 원장선생님이
그걸 보고는 너무 좀 빨리 입혔다며 웃는 바람에
도로 다 벗기고왔다.
" 아이고, 미안하다. 봉두야, 나는 그것도 모르고
9년동안이나 거꾸로 했다는건데..."
읍에 다녀와 방에 들어가지도 않고 봉두녀석이
자는 옆에 쭈구리고 앉아 앞산을 보며 글을 쓴다.
마침 오늘이 5일 촌 장날이라 오면서 도나쓰
꽈배기를 사먹이고 집에 돌아왔더니 오자마자
녀석이 내 무릎 앞에서 바로 도로로롱거리며
곤히 잔다.
그 아픈 주사를 3대씩이나 콕 맞고
지도 힘들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