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日記

봉두 日記

감효전(甘曉典) 2014. 10. 7. 19:27

봉두 日記

 

 

그래도 참 다행이다. 오늘 녀석을 데리고 읍내병원에 다녀왔는데 혹시 기부스를 하라는 거 아닌가하고

걱정을 하였다.

 

녀석이 다리를 저니까 평소처럼 차에 뛰어오를 수

없어 그 큰 덩치를 안아 올리는데 어제 49일이나

단식한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일단 주사를

3대 맞히고 백신과 며칠 분 주사약을 사가지고 왔다.

 

봉두가 아레 산개울에도 가고 밤도 주울 때

같이 따라갔는데 산언덕에서 개울아래로

점프를 하며 인대를 다쳤는지 앞다리를 절길래

밤가시가 박혔나싶어 샅샅이 만져보았으나 없었다.

 

손으로 꼼꼼히 살펴가며 여기저기 아프다는

발을 쥐고 더듬다가 어딘가를 만지면

" 아야 " 하듯이 찡그리고 아파하여

 

거기를 누르며, " 여기냐? " 의사가 물어도 당최

환자가 대답이 없어 하는 수 없이 응급처방으로

안티푸라민을 발라주었다. 오늘밤 자보고

내일 아침에도 안 낫고 계속 아프거든 둘이서

읍내 병원에 가보자했다.

 

오늘에야 알게 된 한가지, 나는 우리 봉두가

3달만에 왔을 때부터 콧물을 홀짝거리고 기침을 하여 수 없이 주사를 맞히고 약을 먹이고 동절기면

목도리와 옷을 입혀 춥지 않도록하여 건강을 살폈다.근데 오늘 동물병원에 갔더니 옷을 오히려

입히지않는 것이 더 좋단다. 세상에.

 

강아지는 여름더위가 힘들지 추운 겨울은 괜찮다는

소리를 오늘 병원에 가서 처음 들었다.

아니, 근데 왜 그걸 인제 가르쳐주는거야?

 

털이 있는 짐승에게 옷을 입히면 정전기가 생겨

모근과 피부에 별로 안 좋단다.

도토리같은 신부님의 모자와 정수리의

탈모현상이 깊은(?)관계가 있다는 거다.

듣고보니 설득력있는 것 같다. 음,

 

나는 여태 그것도 모르고 녀석이 밤새 방너머에서

기침을 하고 아침이면 개떨듯이 떨고 있길래

얼마나 춥겠노싶어 내가 털신을 신으면 옷을

입히고 내가 목도리를 할 때면 녀석에게도

내 목도리를 해줬었다.

 

근데 그러지말고 대개 추울 때만 밤에 입혀주었다가 낮에는 벗겨 햇빛을 보게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좋단다.

 

시월 초순이라도 아레부터 여긴 밤이면 추워

나도 목수건을 하고 녀석도 얼른 파카로 된

(사실은 갈색 송아지옷)옷을 입히고 목도리를

둘렀는데 오늘 읍에 갔더니 원장선생님이

그걸 보고는 너무 좀 빨리 입혔다며 웃는 바람에

도로 다 벗기고왔다.

 

" 아이고, 미안하다. 봉두야, 나는 그것도 모르고

9년동안이나 거꾸로 했다는건데..."

 

읍에 다녀와 방에 들어가지도 않고 봉두녀석이

자는 옆에 쭈구리고 앉아 앞산을 보며 글을 쓴다.

마침 오늘이 5일 촌 장날이라 오면서 도나쓰

꽈배기를 사먹이고 집에 돌아왔더니 오자마자

녀석이 내 무릎 앞에서 바로 도로로롱거리며

곤히 잔다.

 

그 아픈 주사를 3대씩이나 콕 맞고

지도 힘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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