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장경오훼(長頸烏喙)

감효전(甘曉典) 2012. 5. 15. 17:59

※ 현대 중국화가 오태(吳泰)의 <범려귀호(范蠡歸湖)>

 

장경오훼(長頸烏喙). 목이 길고 입이 까마귀의 부리(喙)처럼 뾰족하게 생긴 사람을 말한다. 이런 인상(관상)을 가진 사람은 슬기가 있고 참을성이 있어 어려움을 잘 견뎌낸다. 러므로 간난신고(艱難辛苦)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탐람(貪婪)하고 시기(猜忌)가 많아 부귀영화(富貴榮華)를  함께 누리기는 어렵다. 

 

춘추오패(春秋五覇)의 대미(大尾)를 장식한 월왕(越王) 구천(勾踐). 그를 도와 패업 달성의 일등공신이 된 범려(范蠡)는 공업(功業)을 완수한 뒤 구천의 곁을 떠난다. 

 

공을 이룬 자는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功遂身退 天之道也)라 했으니 그를 실천한 것이다. 이 때 범려는 동료인 문종(文種)에게도 함께 떠나자고 권유한다.

 

※ 근현대 중국화가 육엄소(陸儼少)의 <범려은거도(范蠡隱居圖)>

 

그러나 문종은 오히려 범려의 퇴진을 극구 말린다. 그런 문종에게 범려는 이렇게 말한다.

 

蜚鳥盡(비조진)이면 良弓藏(양궁장)이요  蛟兎死(교토사)면 走狗烹(주구팽)이라 …可與共患難(가여공환란)이나 不可與共樂(불가여공락)이라.

 

"하늘에 새가 없어지면 좋은 활도 창고에 넣어두게 되고,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가 삶겨지는 법. …(저 구천이라는 사람과는) 환란은 더불어 헤쳐나갈 수 있으나 안락은 함께 할 수 없다네."

 

그러니 같이 떠나자고. 하지만 문종은 남고 범려는 떠난다. 범려는 구천의 생김이 장경오훼(長頸烏喙)의 표본이라 앞을 내다보고 서시(西施)와 함께 미련없이 보따리를 쌌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몇 년 뒤. 문종(文種)은 구천의 미움을 사 죽음을 당하게 되니 이른바 토사구팽(兎死狗烹)이요, 권력자에게 버림받은 추선(秋扇)의 본보기가 되고 말았다.

 

천명을 아는 자 하늘을 원망하지 아니하고, 자기를 아는 자 남을 탓하지 않는다(知命者 不怨天 知己者 不尤人 지명자 불원천 지기자 불우인) 했거늘.

  

誰怨誰咎(수원수구)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리!"

 

※ 근현대 중국화가 서조(徐操)의 <범려유호(范蠡游湖)> (1946年作)

 

※ 근현대 중국화가 장대천(張大千)의 <범려상(范蠡像)>

 

출처 : 청경우독(晴耕雨讀)
글쓴이 : 소요유逍遼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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