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소식/박재삼
아, 그래,
건재약(乾材藥) 냄새 유달리 구수하고 그윽하던
한냇가 대실 약방‥‥‥ 알다 뿐인가
수염 곱게 기르고 풍채 좋던
그 노인께서 세상을 떠났다고?
아니, 그게 벌써 여러 해 됐다고?
그리고 조금 내려와서
팔포(八浦) 웃동네 모퉁이
혼자 늙으며 술장사하던
사량(蛇梁)섬 창권(昌權)이 고모,
노상 동백기름을 바르던
아, 그분 말이라, 바람같이 떴다고?
하기야 사람 소식이야 들어 무얼 하나,
끝내는 흐르고 가고 하게 마련인 것을……
그러나 가령 둔덕에 오르면
햇빛과 바람 속에서 군데 군데 대밭이
아직도 그전처럼 시원스레 빛나며 흔들리고 있다든지
못물이 먼 데서 그렇다든지
혹은 섬들이 졸면서 떠 있다든지
요컨대 그런 일들이 그저
내 일같이 반갑고 고맙고 할 따름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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