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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맑스·레닌주의 입문을 읽고...

감효전(甘曉典) 2012. 3. 30. 10:11

 

 

 이 책을 알거나 읽은 분이 계실려나? 아마도 드물 것이다. 본서는 이미 오래 전 절판되어 헌 책방에서도 희귀한 도서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이 놈을 처음 만난 때는 고교 2학년 시절로서 고교도서관 서가의 가장 위 가장 구석에 꽂혀서는 수상한 기운이 마구 발산하고 있었다. 당시 친한 동무들과 함께 시사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지원과 또한 지금도 그리운 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외교에 관심이 거의 최대치에 가까우리만치 높았던 시기였다. 매 쉬는시간마다 복도에서 언쟁을 하곤 했는데 필자는 말할 것도 없이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업이며 당연히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반대파들이 수두룩하여 덮어놓고 빨갱이라며 조롱하곤 했는데 자의반타의반으로 불그스름했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책을 알게된 시기와 필자의 입장이 그럴싸하게 맞아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고교 3학년 때 수능을 마치고 다시 찾았는데 애석하게도 도난을 당했는지 사라져버리고 자취조차 없었다. 고교시절에도 여전히 읽는 속도가 느렸던데다 내용이 원체 난해하여 이해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이상하게 지워지지 않는 아쉬움으로 어린 마음에 새겨져 버렸다. 이해도가 10%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해도 과장이 섞였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웹서핑을 하다가 본서를 검색해보았는데 인터넷헌책방에 단 돈 3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포착하였다. 말할것도 없이 당장 질렀다. 책을 받아보니 오래된 책이라고 하기 믿기힘들 정도로 상태가 좋았고 책 사이에 출판당시 끼워주었을 법한 책갈피도 석여 있었다. 책갈피도 인상 깊은 부분이 양면에 각각 <민중의 역사 1,2>, <안개 흐르는 새 언덕(전5권)>이라는 책의 홍보글이 인쇄되어 있단 것이다.  최근에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운동에 동참하여 <민중의 역사> 한 세트를 질렀는데 아직 읽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관심이 상당히 집중된다. 이 얘기는 나중에 그 책의 감상을 적을 때 적기로 하자.

 

 이 책은 구입한지는 기억나진 않으나 1년은 족히 지났을 것이다. 그렇다... 읽는 속도가 느려 1년에 걸쳐 읽어내었다... 휴우. 이 녀석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구매한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도 읽지 못한 채 완전 새 책으로 서가에 꽂아두었다. 본서를 완독해내었다는 거사(?)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해방시킬 수 있게 됨에 더욱 힘이 솟는다. 그야말로 주객전도가 아닐 수 없는 상황이다. 본서는 김소민 님께서 엮으신 것인데 아마도 2중, 3중을 거친 언어로 번역되었음이 분명하다. 노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우리말 번역한 것인지, 거기서 일어로 번역된 것을 번역한 것인지 문장구조가 복잡하다 못해 질린다. 우리말 기본구조가 주어 동사 목적어라면, 목적어가 적어도 10개 이상 있고 목적격 보어가 두배 이상은 되는 문장을 읽어내야 한다면 감이 오려나? 입문자가 입문하다 혹사당하다 못해 고문을 감내해야 하게끔 이끄는 듯 하다.

 

 그렇지만 김소민 님이 얼마나 독한 정신력으로 책을 엮었는지 그 노력이 책 구구절절에 녹아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구성이 깨알같이 오밀조밀하고도 중요하고 누구나 맑스주의에서 레닌주의, 더 나아가 모택동주의까지 발전해 온 전과정을 엮은이의 커리큘럼을 따라 지나올 수 있다는데에 형언할 수 없는 가치가 함유되어 있다. 본서가 국가지정 불온서적에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불온의 요소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게 사실이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역사와 변천과정을 심도있게 연구하기 위한 번역서일 뿐이기 때문인데, 머리말에서 엮은이가 뭐라고 적어 놓았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1년 전 기억이다보니...) 엮은이는 확실히 공산주의를 찬동하고 있는 듯 하였다. 엮은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전화라도 한 번 해보고 싶을 정도이다. 방금 검색을 해 보았더니 한겨레 신문의 기자 중 한 분의 성함이 '김소민'이다. 설마...? 만약 동일 인물이라면 대박인데... 헐헐

출처 : 두드러짐
글쓴이 : 몽구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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