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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족부족(足不足) / 귀봉 송 익필

감효전(甘曉典) 2012. 3. 26. 08:34

              

              족부족(足不足)  / 귀봉 송 익필(龜峰 宋 翼弼: 1534- 1599)

 

군자는 어찌하여 늘 스스로 족하며

소인은 어찌하여 늘 족하지 아니한가.

부족하나 만족하면 늘 남음이 있고

족한데도 부족타 하면 언제나 부족하네.

 

즐거움이 넉넉함에 있으면 족하지 않음 없지만

근심이 부족함에 있으면 언제나 만족할까.

때에 맞춰 순리로 살면 또 무엇을 근심하리

하늘을 원망하고 남 탓해도 슬픔은 끝이 없네.

 

내게 있는 것을 구하면 족하지 않음이 없지만

밖에 있는 것을 구하면 어찌 능히 만족하리.

한 표주박의 물로도 즐거움은 남음이 있고

만금의 진수성찬으로도 근심은 끝이 없네.

 

고금의 지극한 즐거움은 족함을 앎에 있나니

천하의 큰 근심은 족함을 알지 못함에 있도다.

진(秦) 이세(二世)가 망이궁서 베개 높이 했을 젠

죽을 때까지 즐겨도 충분할 줄 알았지.

 

당 현종이 마외파(馬嵬坡)에서 길이 막히었을 때

다른 삶을 산다 해도 족하지 않으리라 말했네.

필부의 한 아름도 족함 알면 즐겁고

왕공의 부귀도 외려 부족하다오.

 

천자의 한 자리도 족한 것은 아닐진대

필부의 가난은 그 족함 부러워라.

부족함과 족함은 모두 내게 달렸으니

외물이 어찌하여 족함과 부족함이 되리오.

 

내 나이 일흔에 궁곡에 누웠자니

남들야 부족타 해도 나는야 족해.

아침에 만 봉우리에서 흰 구름 피어남 보노라면

절로 갔다 절로 오는 높은 운치가 족하고.

저물녘엔 푸른 바다 밝은 달 토함을 보면

가 없는 금 물결에 안계가 족하도다.

 

봄에는 매화 있고 가을엔 국화 있어

피고 짐은 끝없으니 그윽한 흥취가 족하고.

책상 가득 경서엔 도의 맛이 깊어 있어

천고를 벗삼으니 스승과 벗이 족하네.

 

덕은 선현에 비해 비록 부족하지만

머리 가득 흰 머리털 나이는 족하도다.

내 즐길 바 함께함에 진실로 때가 있어

몸에 책을 간직하니 즐거움이 족하도다.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아 능히 자재로우니

하늘도 나를 보고 족하다고 하겠지.

 

 

 

출처 : 진불선원 () 선불교대학
글쓴이 : 成佛華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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