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5·16 군사정권 "북한동조" 몰아 간부 3명 사형·중형 재심 법원 "진상규명 학살 원혼 달래주려 했을 뿐" 한국전쟁 뒤 군경에 의한 민간인 집단학살의 진상을 밝히려고 유족회를 구성했다는 이유로 사형 등을 선고받은 이들이 재심에서 50여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5·16 쿠데타 이후 '북한에 동조했다'며 한국전쟁 민간학살 희생자의 유족회를 처벌한 '피학살자 유족회 사건'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용대)는 1962년 사형 선고를 받은 이원식(당시 49·1978년 숨짐)씨 등 당시 처벌받은 유족회 간부 3명의 재심에서 25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이씨 등의 활동 기록에는, 진상을 규명해 관련자를 처벌하고
위령제로 피학살자들의 영혼을 달래주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 북한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며 "피학살자 유족회를 결성한 게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전제가 되는,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이들이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 역시 인정할 증거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의사로 병원을 경영하던 이원식씨는 1950년 8월께 자신을 잡으러 온 경찰에 붙잡혀가 행방불명된 아내 정아무개씨가 '보도연맹 민간학살'에 희생된 사실을 알게 된 뒤 1960년 경북피학살자유족회를 조직해 유골 발굴 등에 나섰다. 그러나 5·16 이후 이씨는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돼 1962년 혁명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10년가량 형을 살았다. 성주지구피학살자유족회를 조직한 고 이삼근씨와 마산지구피학살자유족회를 조직한 고 노현섭씨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5·16 쿠데타 세력이 한국전쟁기에 군경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유골 및 합동묘를 강제로 훼손하고,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유가족들을 반국가 행위자로 몰아 사형을 선고하는 등 무차별하게 탄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글·사진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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