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옷을 짓고 옥으로 발굽을 지어
갈대 숲 물가에서 얼마나 물고기를 엿보았던가?
우연히 날라 산음현을 지나다가
잘못으로 왕희지의 벼루 씻는 물에 떨어졌구나
雪作衣裳玉作趾(설작의상옥작지)
蘆渚窺魚幾多時(노저규어기다시)
偶然飛過山陰縣(우연비과산음현)
誤落羲之洗涓池(오락희지세연지)
눈으로 옷을 짓고 옥으로 발굽을 지어
갈대 숲 물가에서 얼마나 물고기를 엿보았던가?
우연히 날라 산음현을 지나다가
잘못으로 왕희지의 벼루 씻는 물에 떨어졌구나
明(명) 황제를 감탄시킨 성삼문(成三問) 선생의 재주
성삼문(成三問) 선생은 학자로서도 유명하거니와 그의 충절(忠節)은 사육신(死六臣)의 애화(哀話)와 함께 길이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 찬란한 빛을 남기고 있다.
일찍이 그가 중국에 사신(使臣)으로 갔을 때라고 한다.
명(明)나라 황제가 그의 재주를 시험해 볼 양으로 어전에 중국의 신비들을 불러 모으고 두루마리 하나를 내 보이며, [지금, 짐이 가진 두루마리에는 백로(白鷺)의 그림이 그려져 있소, 이 백로(白鷺)를 두고 시(詩)를 지에 보시오.] 라고 하였다.
성삼문(成三問)선생은 즉시
雪作衣裳玉作趾(설작의상옥작지)
蘆渚窺魚幾多時(노저규어기다시)
눈으로 옷을 짓고 옥으로 발굽을 만들어
갈대 숲 물가에서 얼마나 물고기를 엿보았던가?
하고 두 구절을 지으니, 황제는 벽에 그림 두루마리를 펴서 거는데, 그것은 먹으로만 그린 묵화(墨畵)였다.
황제는
[그대의 시에는 “눈으로 옷을 짓고 옥으로 발굽을 만들어....”라고 하였는데, 이 그림은 흰 눈과 같이 백색의 의상도 아니며 붉은 옥으로 된 백로의 발굽도 아니니, 시와 그림이 맞이 않구나.]
하며, 성삼문(成三問)선생을 트집을 잡아 당황하게 만들려고 하였다.
선생은
[외신(外臣)의 시가 다 만들어지려면 아직도 두 구절이 있는데 나머지 까지 체워 보겠습니다.] 하고 다음과 같이 이었다.
偶然飛過山陰縣(우연비과산음현)
誤落羲之洗涓池(오락희지세연지)
우연히 날라 산음현을 지나다가
잘못으로 왕희지의 벼루 씻는 물에 떨어졌구나.
산음현(山陰縣)은 왕희지(王羲之)가 살전 고장이다.
백로(白鷺)는 처음에 흰색 이였는데 왕희지 벼루 씻는 못에 빠져 먹물이 배어 검어졌다고 하는 재치에 황제이하 모든 선비들이 놀라 마지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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