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고서화(古書畵)

[스크랩] 고바우 영감,화가들로부터 받은 편지봉투그림들

감효전(甘曉典) 2012. 3. 12. 20:00

 


[CBS문화부 김영태 기자]

편지봉투에 그려진 대가들의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경자, 김기창, 장욱진,김흥수 등 원로에서 황주리, 김덕용 등 중견 작가, 그리고 허영만,박수동 등 만화가와 임권택 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113명의 편지봉투 그림 260점이 롯데갤러리에서 선을 보였다. 만화 고바우 영감으로 잘 알려진 김성환 화백(79세)이 1965년부터 2006년까지 50여년 동안 화가들로부터 편지봉투에 받은 그림들이다.

새 우표가 발행될 때마다 그 우표를 편지봉투에 붙이고 거기에다 아는 화가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여,하나 둘 모인 것이 161명에게서 550여통의 방대한 작품수집이 된 것이다. 그 작품들은 편지봉투라는 작은 공간에 그려진, 독특한 형식의 수집형태를 띠게 되었다.그 수집형태는 우리나라에서는 김화백만이 할 수 있는 전무후무, 유일무이한 것이 되었다.

김성환 화백이 편지봉투 그림 수집에 나서게 된 것은 박수근 화백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다. 1960년대 초반, 서로 친하게 지내던 박 화백이 김화백의 유화 전시에 찬조출품을 하기로 약속했으나, 갑자기 박화백이 세상을 뜨는 바람에 박화백과 친분관계의 증표는 전시회 방명록에 쓰여진 사인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이를 계기로 우표수집이 취미이던 김화백은 새 우표가 나올 때마다 편지봉투그림을 아는 화가에게 부탁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김화백이 다른 이에게 그림을 부탁할 때는 자신의 고바우 원화를 건네주었다. 서로 주고받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화들이 있었을 것이다.

우표가 사회상을 반영하듯이 그 우표를 배경으로 한 화가들의 그림 역시 시대상을 반영한다. 중광스님이 1986년에 그린 편지봉투그림의 우표에는 '하나 낳아 알뜰살뜰'이라는 표어가 적혀 있다. 이 그림(위에서 두번째 작품)은 엄마 아빠로 보이는 두 얼굴이 맞대고 있는 그사이로 큰 얼굴이 우뚝 솟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간략한 선과 몇개의 점으로, 세 인물을 묘사해내며 그 의미를 극대화한 중광의 솜씨가 놀랍다. 반면 2003년 허영만 화백의 편지봉투그림의 우표에는 '아이를 키우는 행복한 나라'가 적혀 있다.이 그림(바로 위 작품)은 젖으로 불어터진 가슴을 드러낸 채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건강한 산모가 묘사되어 있다.

우표에는 각기 '버섯'과 '나비'가 등장하지만,화가의 상상력으로 음양의 조화와 남녀의 사랑으로 한 차원 발전한다. 황창배 화가의 버섯 우표 그림(바로 위 작품)에는 남자 성기 모양의 잘빠진 버섯이 여성성기 모양을 한 나비를 향해 솟아 있다. 황주리 화가의 나비 우표 그림(바로 아래 작품)에는 남녀 한쌍이 다정하게 앉아 팔을 두르며 다정하게 감싸안고, 그 옆에 나비 한마리가 그 연인들의 감정이 승화됨을 알리듯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른다.

신윤복의 미인도 우표(1978년)는 삽화가 김영주와 서양화가 박영선의 그림에 의해 미인상이 다시 태어나고, 정선의 인왕제색도 우표(1977년)는 김기창과 장욱진, 박고석 화백에 의해 저마다의 필치로 그 아름다움이 재현된다. 분청사기우표(1982년)는 도자 작가 권순형의 그림으로 그 은은함을 더한다.

십이지신상의 쥐 우표(1984)에 그려진 임직순 화가의 소녀 그림(맨 위 작품)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모습을 상상하는, 성장기 소녀의 설레임을 담고 있고, 천경자 자화상(1976년) 그림은 커다란 두 눈에서 왠지 모르게 우수와 불안이 느껴진다.

송영방의 삽살이와 고양이,개에서 살아넘치는 활력과 익살이 느껴지고, 김기창의 참새 한쌍 그림은 단아함과 고적함이, 천경자의 백합꽃 그림(바로 아래 작품)에서는 실물의 꽃보다도 더 청순하고,고결하게 그린 화가의 솜씨에 찬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김성환 화백의 고상한 수집벽에 의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들의 편지봉투 작품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이것은 김화백만의 오롯한 자존심 덕분인지도 모른다. 그는 말한다."누구든지 모으지 못하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돈만 있다고 비싼 그림을 사들이는 것은 과시일 뿐이다"고.

전시기간:11.9-11.24
장소:롯데갤러리 본점(02-726-4428~9)서울시 중구 소공동 1번지 롯데백화점 본점 12층/14층
grea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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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 네티즌본부
글쓴이 : 라일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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