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 스님이 쓴 '일본표해록'에 당시 풍습 상세히
"대마도 사람들은 대부분 조선어가 능하였다. 우리를 보러 온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도 조선인이다'라고 하였다. 평소 언어는 조선어와 일본어였으며, 한번도 일본을 본국이라 말한 적이 없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한국불교전서>의 1차 번역분으로 출간한 <일본표해록>(김상현 옮김)에 나오는 대목이다. 대마도가 조선 땅이라는 증언을 담은 흔치않은 책이다.
전남 화순 쌍봉사의 화원승(畵員僧)이었던 풍계(楓溪) 현정(賢正) 스님이 쓴 이 책은 1817년 말 일본 오시마(大島)에 표착했다가 나가사키(長崎)로 이송된 후 대마도를 거쳐 돌아온 7개월여의 표류 생활을 담고 있는데, 당시 조선인을 대한 일본인의 태도와 풍습 등이 지금 봐도 흥미롭다.
<일본표해록>에 따르면 나가사키의 일본인들은 조선을 '부처님의 나라'로 여기며 표류자들을 극진하게 대접했다. 조선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귀하게 여겨 "왜녀들이 반드시 사사로이 정을 통하고자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정 스님은 일본 여성이 조선인의 아이를 낳으면 나라에서 돈까지 주었다고 전하고 있다. 대화할 때는 '일본'이라고 하면 좋아하고 '왜(倭)'라고 지칭하면 싫어했다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대마도인들이 조선인으로 자처했다고 기록한 현정 스님은 "우리나라에 도착한 후 동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대마도는 본래 우리 땅이며 그 사람들도 우리나라의 자손이라 하였다"고 적었다. 불교문화연구원은 1818년 1월 조선인 표류자들을 만난 기억을 더듬어 그렸다는 일본 화가 우키다 잇케이(浮田一蕙)의 그림 '조선표객도'가 일본에 전해지고 있어 이 책의 신뢰성을 더한다고 밝혔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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