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

지렁이(토룡,미미즈(ミミズ)에 대하여

감효전(甘曉典) 2011. 12. 15. 16:58

내용

출처:최훈근


이 글은 ‘풀꽃세상을위한모임’으로부터 지렁이에 대한 글을 부탁받고 제가 아는 범위내에서 두서없이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이 글이 지렁이에 대하여 잘못 이야기하거나 과대평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우리 지구를 위하여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지렁이를 볼 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되며 그 역할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생물체가 아름답거나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우와 멸종의 위기에 처하여서만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물론 이러한 것도 필요하지만 정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겉모양과 경제적 가치를 떠나 우리의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제가 이야기하는 지렁이뿐만 아니라 아직 저희가 모르는 많은 생물체가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우리가 등한시하고 편견된 시각에서 벗어나 자연을 직시하는 풀꽃세상을위한모임에 조금이라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작성해 봅니다. 

1. 왜 지렁이라 부르는가?

흙?파면 볼 수 있는 지렁이는 낙엽 밑이나 쓰레기더미 등 어디에나 있고, 낚시에서는 미끼로서 지렁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비가 내린 후 지렁이는 살고 있던 토양에서 대지의 표면으로 나오게 되어 지렁이를 보는 것은 과거에 흔했던 장면이었다. 땅속에 살면서 지구의 어디에나 서식하고 있는 지렁이는 땅속에 살고 있는 생물체 전체무게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며 지금까지도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자연생태계에서 하는 일은 그 어떤 동물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지렁이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부르는 방법과 활용방안이 다소 상이하나 그것이 갖는 의미는 전세계적으로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렁이라는 발음과 징그럽다는 동사의 발음에 유사성이 있으므로 어떤 이는 ‘징그럽다’는 동사의 어원이 지렁이일 것이라는 말과 지렁이라는 낱말은 지룡(地龍)이라는 한자명에서 지룡이가 지렁이로 변환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며 《동의보감(東醫寶鑑)》, 《본초강목(本草綱目)》 등에서는 지렁이를 지룡(地龍), 토룡(土龍), 구인(□蚓) 및 디룡이 등의 한자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지렁이가 기어다닐 때 길게 뻗었다가 오므라드는 모양을 표현하는 뜻으로 구인이라 한다. 일본에서는 미미즈(ミミズ)라고 부르는데 지렁이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지렁이가 눈이 없어 보지 못한다고 해서 목불견(目不見: 메미즈)으로 한 것이 미미즈로 와전되어 부른다는 설과 다른 하나는 고인 빗물 옆에 있는 지렁이가 하도 괴이하게 생겨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보시오(見:미) 물을(水:미즈)하여 미미즈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다.
서양의 라틴어에서는 ‘대지의 장’이라는 의미에서 ‘Lumbricus’라고 불렀고 영어에서는 ‘Earthworm’ 땅에 있는 벌레 즉 ‘땅속을 기어 다니다’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Regenwurm’으로 비가 오면 말없이 기어 다니는 벌레라는 의미이다. 

2. 지렁이에 대한 역사적 기록 

가. 동양
우리나라의 지렁이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은 편으로 고려시대 태조 8년(925년) 동국통감에 기록된 지렁이는 70척(약 21m)도 넘었다고 하나 그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고 현재까지 이렇게 큰 지렁이가 다시 발견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보아 단지 기록적 가치만 있다고 생각된다. 지렁이를 의약용으로 이용한 기록은 허준이 집필한 《동의보감》에 지렁이의 맛은 짜고 차가우며 독성은 없거나 아주 소량 존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외형상 목 주위에 흰띠(환대)가 있는 것이 오래된 것이므로 약용에 적당하다고 했으며 이용방법으로는 3월에 땅에서 채취하여 햇빛에 건조시킨 후 가루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 산 채로 잡아 흙을 씻은 후 소금을 뿌려서 액체로 만들어 지룡액으로 복용하는 방법, 사람 발에 밟혀 죽은 것(천인답이라 함)을 태워 가루로 사용하는 방법 등이 전해지고 있다. 이용되는 병세로는 고독(蠱毒)의 치료, 장내기생충 특히 장충(長蟲)의 살충(殺蟲), 해열작용, 발광, 황달, 계절성전염병, 인후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이시진(李時珍)이 집필한 《본초강목》에 지렁이의 효능을 복부의 단단한 덩어리 제거, 복부기생충 제거, 고독(蠱毒)의 치료, 전염성질환, 신열(身熱)이 나고 광증(狂症)을 나타내는 질환(疾患), 복부팽만(腹部膨滿), 황달(黃疸), 온병(溫病), 계절성(季節性) 유행질환(流行疾患), 소아열병(小兒熱病), 치질(痔疾), 버즘, 옻나무독, 중이염, 중풍, 인후염, 임파선염, 뱀독 제거, 각기병, 뇨변곤란, 급만성경풍, 신장염, 두통, 치통, 면충혈(眠充血), 혀가 뻣뻣해질 때, 축농증, 대머리, 고환염, 탈황, 거미독 제거 등에 효과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병 증상에 대한 것이므로 적응 질환의 병명을 추측하기 어려운 점도 있으나 주로 염증의 치료 및 해독작용에 사용되었고 기타 혈관성 질환에도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은 1976년 중정학(中井學)이 번역한 《지렁이의 생태와 양식법(ミミズ その生態と養殖法)》에서 지렁이는 강정제, 강장제, 발모제, 이뇨제, 황달, 치질, 해열제 등에 쓰고 특히 인도에서는 방광결석을 축소시켜 체외로 배설하는 효과가 있어 상용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본조식감(本朝食鑑)》, 《왜한삼재도해(倭漢三才圖解)》 등의 고서(古書)에는 지렁이를 해열제로 쓴다는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지렁이에 관한 전설이 지방별로 전해지는데 제주도에서 전해지는 내용은 전라도 지역에서 전해지는 후백제 견훤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전설 내용은 지렁이가 인간으로 분신하여 자식을 낳았는데 힘이 세고 영특하여 큰일을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충청도 지방에서 전해지는 전설은 지렁이 체내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많은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유용하다는 내용으로 지렁이를 복용한 장님이 눈을 뜨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이 전설을 기원으로 하여 용봉탕(龍鳳湯)이란 용어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용봉탕(龍鳳湯)이란 토룡(土龍)인 지렁이와 새(봉(鳳))인 닭으로 만들어진 탕(湯:국)이라는 뜻이다. 어느 지방의 이야기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은 설화이지만 장님인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밭에서 일을 하다가 고기를 먹고 싶어하시는 시어머니에게 지렁이 국을 끓여 드렸더니 눈을 떴다는 이야기도 역시 지렁이의 의학적인 약효나 영양가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한편 중국에서 의약용으로 이용하는 내용에 대한 기록은 앞에서 언급한 <본초강목>에 전해지고 있어 오래 전부터 지렁이의 의학적인 효능을 인정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최근 중국의 광동성에서는 지렁이를 이용해 만든 요리가 성행하고 있다는 내용이 인터넷에 소개되고 있다.
일본의 <금석물어(今昔物語)>라는 책에 땅속에 서식하고 있던 지렁이가 절에서 읽는 법화경을 듣고 중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繪>(1712)에는 단파(丹波)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던 때 1장5척(4.5m)인 지렁이와 9척5촌(2.9m)인 지렁이가 발견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율본단주(栗本丹洲)의 <천충보(千蟲譜>(1811년)에는 3종류의 지렁이가 그려져 있으며, 신슈우(信州)지방의 화다무라(和田村)부락에 어느 땐가 큰 지렁이가 나왔는데 마을 사람들이 이것은 뭔가 천재지변의 불길한 징조로 판단하고 도피하자마자 큰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한다. 지금도 이 지방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구한 마을 사람들이 지렁이를 축원하면서 풍년의 신으로 섬기고 있는 ‘지렁이 신사(□蚓神社)’가 있으며 지렁이 신(□蚓大權縣)이라고 쓰여진 현판이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한약방에서 해열제로서 효과가 있다고 하는 건조시킨 지렁이‘지용(地龍)’이 판매되고 있는데 지렁이 배를 절개하고 내장을 제거하여 만든 것으로 감기 초기의 미열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2∼3마리 달여 마시면 곧 땀이 배설되고 감기가 치료된다고 한다.

나. 서양 
서양에서 지렁이에 대한 기록은 약 4천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슈멜인에 의한 점토화석(粘土化石)에 지렁이가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고 지렁이가 많은 곳에 농사를 지으면 수확이 많다는 기록이 있어 농경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중앙 아프리카 원시 유목민은 지렁이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가축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전해지는데, 이러한 것들에 의하여 지렁이의 존재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생활에 이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렁이는 많은 지역에서 식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정신희사(畑井新喜司)는 그의 저서 《지렁이》에서 뉴질랜드, 바라오, 중국 등에서의 식용하는 예를 말하고 있다. 에드워드와 로프티 등도 《지렁이 생물학》에서 뉴질랜드 마오리 사람들은 지렁이를 특별한 진미로 식용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남아프리카, 아프리카의 일부지역 및 뉴기니아에서는 산지렁이를 먹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인 개디와 더글러스의 《지렁이의 생태와 유용성》이란 책에는 1975년 캘리포니아주 온타리오에서 상금 500달러가 걸린 지렁이 요리 콘테스트가 있었으며 이 중에서 입선한 여러 가지 지렁이 요리, 즉 지렁이 케잌, 지렁이 파이, 지렁이 오믈렛 등에 대한 요리법이 언급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렁이를 식용으로 이용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기네스북에 의하면 세계에서 제일 큰 지렁이는 남아프리카에 있는 ‘마이크로캐서스 래피’로서 1937년 트란스펄 주(州)에서 발견된 것은 몸체가 축소된 상태에서 길이가 6.7m, 몸통이 2㎝이었으며, 1967년 11월 케푸 주(州)에서는 자연적인 상태에서 6.4m이었다. 이 지렁이의 일반적인 평균 길이는 3.3m로 기록되어 있으나 일부 다른 책에는 길이 7m, 두께 7.5㎝, 체중 30㎏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3. 지렁이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 변천

가. 고대
자연 생태계내에서의 지렁이의 역할과 인류와의 관계에 대해 그 유래를 요약해 보면, 약 4천년 전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 폭 250km, 길이 1천 km에 이르는 길다란 강유역에서 번영을 누린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슈멜인에 의한 점토화석에 지렁이가 토양을 비옥하게 해준다는 기록이 있으며,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 문명을 보면 나일강 유역을 비옥하게 하여주는 것은 태양과 물 이외에 지렁이도 한몫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중앙 아프리카 원시 유목민은 지렁이 분변토가 널리 분포된 곳을 중심으로 거주지를 선정해 방목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현재의 관점에서 추론해 보면 강상류 지역에서 떠내려오는 나뭇잎, 식물의 유체, 동물의 사체 등과 같은 유기성 물질 등이 유역에 퇴적되면 지렁이는 이러한 물질을 먹고 잘 부숙시켜 비효성(肥效性)이 좋은 물질로 전환시킬 수 있다.
따라서 고대의 인류들은 유기물이 부숙되어 흙이 검거나 지렁이가 많이 서식하는 곳에서 농경을 하면 수확이 많은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활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점차 인류의 지혜와 과학이 발달됨에 따라 지렁이의 능력은 도외시되고 지렁이에 대한 관심은 인류에게서 멀어져갔다.

나. 근대
19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진화론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그의 저서 《지렁이의 작용에 의한 옥토(沃土)의 형성(The Formation of vegetable mould through the action of worms, with observations on their habits)》에서 ‘인간이 존재하기 훨씬 이전부터 지렁이에 의해서 대지는 경운(耕耘) 작업이 이뤄졌으며 지금도 지렁이는 쉬지 않고 흙에 경운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지렁이의 자연생태계에서의 역할과 그의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발표하였다. 장구한 세월 동안 인류의 인식에서 망각되었던 지렁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도입되면서 동물학자, 토양학자, 농업학자, 식물학자, 원예가 등에 의한 과학적 연구가 태동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1907년 벨지움의 생물학자 라바우더코트와 컴벌트가 식물재배에 지렁이를 입식하여 재배하면 수확량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1922년에는 카스니찌가 많은 지렁이를 밭에 이식시키고 완두콩과 귀리를 재배했더니 평상시보다 70% 이상을 더 수확할 수 있었으며, 1943년 미국 동부 코네티커트에 살고 있는 크리스토퍼 갤럽의 경험에 의하면 4년 동안 쓰레기와 분을 투입하여 지렁이를 사육하면서 옥수수를 경작한 결과 1에이커당 80부셀에서 196부셀로 증산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1954년 햄블린과 딩월이 황폐화된 산성토양에 석회를 뿌리고 지렁이를 이식시킨 결과 지렁이를 넣어준 주위의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4년 후에는 초기의 지점으로부터 반경 66m 지점까지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세계 각국의 농업, 식물, 동물, 목축, 화원, 원예 등의 분야에서 지렁이에 관한 연구가 보고되었으며, 연구분야도 지렁이의 생태적 기능뿐만 아니라 지렁이 자체의 활용과 배설물인 분변토(Casting)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다. 현대
농업분야에서 그 생태적 기능과 유효 이용은 자연적으로 지렁이 생체내의 여러 생화학적인 연구분야까지 발전되었으며 1970년 후반에서 198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종래의 지렁이를 이용한 연구와 활용방안에 커다란 변혁이 초래되었다. 이것은 아마도 과거에 인류의 망각속에 잊혀졌던 지렁이의 역할이 1882년 챨스 다윈에 의해 이에 대한 연구가 발전될 수 있었던 토대를 만들었던 변화에 버금가는 것이다. 
즉 과거에는 지렁이를 주로 작물의 수확 증대에 이용 또는 토양의 경운에 활용했으나 현대에 들어서는 유기성 물질을 잘 섭취해 안정된 물질로 전환시킬 수 있는 지렁이를 환경오염과 그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종 산업시설, 분뇨 및 하수처리시설의 슬러지와 가축폐기물 처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의 변환이라 하겠다.
실제로 이러한 시도는 1970년 카나다 홀랜드랜딩에서 하수처리장 슬러지, 식품공장 슬러지 및 분뇨를 실제 현장 규모로 설치한 것을 모태로 하여 일본에서는 펄프 및 제지슬러지로부터 시작하여 쓰레기와 다른 분야에까지 확장했으며 미국에서는 1979년 텍사스주 루프킨시에서 1일 처리용량 1,800갤론을 처리하는 시설을 제작하여 지렁이퇴비화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켜 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탈리아, 영국 및 네델란드에서는 폐기물을 안정화시키고 발생되는 분변토를 원예에 이용한다. 한편 동남아시아 지역의 필리핀에서는 물소의 분을 처리하여 분변토를 판매하고, 증식된 지렁이는 양계의 사료로 이용하며 인도네시아에서는 토끼의 분을 처리하는데 활용하며 버마, 타이 등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1980년 미국의 미시간주 칼라마조시 ‘유기성 물질에 대한 지렁이의 안정화 역할’이란 주제로 학술회의가 개최된 것을 계기로 학문적인 발전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00년도에는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미국에서 개최되어 한국에서도 지렁이 연구자 및 관련업 종사자들이 참여한 바 있다. 국제적인 지렁이 심포지엄은 찰스 다윈이 지렁이 책자를 발간한 지 100년이 되던 해인 1981년, 영국에서 처음 열렸고, 이 심포지엄은 이후, 2년 또는 4년 주기로 열리면서 지난 1998년 스페인에서 열린 제6차 심포지엄에서는 지렁이 생태, 분류, 사육가, 폐기물 처리 및 지렁이 사육가 및 연구자 등의 심도 있는 연구발표와 활용기술이 소개된 바 있다.

한편 이러한 산업적 측면과 병행해 각 나라에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를 지렁이를 이용하여 처리하는 방법이 많이 도입되어 이용되고 있는데 일부 선진국에서 이용되고 있는 이러한 방법은 머지않은 장래에 많은 국가에 보급되어 소각과 매립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폐기물 처리기술을 환경친화적인 대체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4. 지렁이 생태 

가. 지렁이 출현시기와 종류 
지렁이가 지구상에 출현한 연대는 약 5∼6억년전 고생대로 추정되고 오도비신 (Ordovicin: 5∼4.4억년)기의 화석에서 지렁이 알이 발견되어 적어도 4억년 이상이 된 것은 확실하며, 이 지구상에 약 9,00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약 5∼6,000종(Species) 이상이 갯벌과 심연(深淵)에서 유·무기물을 섭취하여 해양을 정화시키면서 살고 있고, 약 3,000여 종은 담수(淡水)나 토양에서 서식하는데 이러한 동물들은 수서(水棲)나 육상의 많은 무척추 동물의 먹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 지렁이 증식
지렁이의 생식은 다른 동물에 비해 다소 특이하면서도 신기하다. 그 이유는 지렁이는 암수 한 몸으로 각 지렁이 한 몸에 숫생식기(♂)와 암생식기(♀)를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도 번식을 위해서는 다른 개체와 짝짓기를 하고 상호의 정자를 교환해야 한다. 
지렁이는 짝짓기를 한 후 7∼10일이면 약 2∼3㎜의 타원형 난포를 산란한다. 산란한 난포는 처음에는 백색이었다가 2∼3일 후에는 갈색으로 변한다. 이 난포는 14∼21일 후에 부화되는데 한 개의 알에서 부화되는 어린 새끼 지렁이의 개체수는 평균 7마리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도 있으나 여러 가지 환경조건과 지렁이 종류 등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지렁이 알을 어항에 넣고 발효시킨 우분과 제지 슬러지를 급이한 후 담뇨를 덮고 지렁이의 생장을 관찰한 결과, 초기에 알에서 부화되어 나온 어린 지렁이는 크기가 약 1.2㎝에 지나지 않지만 약 40일이 경과하면 3㎝ 정도로 성장하고 약 100일이 되면 5㎝까지 성장하고 환대도 생성되는 것을 관찰하였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은 지렁이 몸체의 색깔이 붉은 관계로 원래부터 붉은색을 띤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처음에는 흰색에서 차츰 노란색으로 변하다가 약 40일이 경과되면 머리 부분부터 붉은색을 띠다가 꼬리부분으로 확산되면서 부화한 지 60일이 지나면 전체가 붉어진다는 것이다.

다. 지렁이 크기
일반적으로 지렁이는 살아 있는 생물체이고 신체의 수축이완 작용에 따라 크기가 변동되므로 크기를 측정한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작은 지렁이 종류로는 주로 숲속에 서식하는 것으로 직경 1∼1.5mm, 길이 10∼20mm인 것이 있고, 큰 종류로는 온대와 열대지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직경 20∼30mm, 길이 1.0∼1.5m인 것으로 주로 삼림의 토양심층이나 초지, 습지 등에서 발견된다.

큰 종류의 지렁이로는 오스트레일리아 지렁이라 불리우는 메가스콜리데 오스트라리스(Megascolides Australis)가 직경 20mm에 길이가 1.4m나 되고 무게는 400∼450g이지만 멜본의 박물관에는 최대 5.9m의 지렁이사진이 있어 지렁이 길이가 늘어나면 이 정도 길이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글로소코랙스자이언테스(Glossoscolex giganteus)는 길이 1.3m, 두께 3cm, 무게는 500∼600g 정도이며 이 지렁이가 바로 도깨비 지렁이이다. 그러나 이러한 큰 지렁이가 딱딱한 토양속에 서식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주로 습지나 부드러운 토양속에 사는 것 같다.

라. 지렁이의 먹이소화
일반적으로 지렁이는 먹이를 섭취한 후 약 12∼20시간 동안의 소화기간을 거친 후 분변토를 배설한다. 먹이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이·화학적 특성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지렁이 분변토는 대개 0.2∼2.0mm의 둥글거나 타원 모양이고, 색깔은 안정화되어 흙갈색을 나타내며 흙냄새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렁이의 분변토 성분은 먹이의 종류와 밀접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으며 양 또는 부피로 총 탄소함량은 소비되어 부피가 줄고 다른 양분들은 농축시키는 경향이 있다. 지렁이 분변토(casting)는 주로 퇴비로써의 효용가치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렁이가 먹이를 섭취하면 부숙화가 촉진되는데 Mitchell 등에 의하면 지렁이 장내에서 효소의 작용에 의하여 humus의 구성성분인 humic acid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관찰한 바 있다. 또한 비료성분인 N, P2O5, K2O 외에도 탄소, 아민산(amine acid), 유기물 등이 함유되어 있어서 식물체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어 국내외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그 상품성을 인정받아 분변토 생산품이 널리 판매되는 단계에 와 있다.

5. 지렁이와 함께하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음식물쓰레기는 일반 사람에게는 필요없고 귀찮은 폐기물에 불과하지만 지렁이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식량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지렁이를 이용하여 우리들이 발생시키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자 하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발생하는 감자껍질, 포도껍질, 양배추, 상추줄기, 샐러리 등과 야채쓰레기는 지렁이가 먹을 수 있고 마카로니, 스파케티, 고기국물, 야채류, 감자 등과 같은 음식물과 냉장고에서 폐기되는 삶은 콩과 함께 구운 베이컨, 탈지유로 만든 치즈나 기타 음식물찌꺼기 등도 지렁이의 먹이로 이용이 가능하다. 한편 커피찌꺼기는 지렁이가 매우 잘먹는 음식물로서 이것은 지렁이를 이용한 유기물처리를 활성화시키고 찻잎과 차봉지와 차 여과지도 지렁이가 먹을 수 있다.
아래는 미국의 네이쳐센터에서 실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지렁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의 종류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필자가 지렁이 연구가 이해철씨와 공동으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의 생활쓰레기 중 유기성 물질인 밥, 잔반(냉면), 잔반(국수), 된장찌개, 열무김치, 사과껍질, 수박껍질, 토마토, 사과+오이껍질, 참외껍질, 신문용지, 화장지 및 치킨 등을 지렁이 먹이로 급이하여 본 결과는 다음의 <표 3.>과 같다. 
표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음식물쓰레기나 종이류를 지렁이가 잘 먹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렁이의 음식물쓰레기 처리능력을 검증하기 위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밥을 하나는 지렁이를 투입하여 놓고 하나는 지렁이를 넣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관찰을 해보니 지렁이가 있는 곳은 밥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으며 반대로 지렁이가 없는 상태에서는 밥에 곰팡이가 발생하였으며 밥이 그대로 있고 냄새가 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사실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지렁이를 이용하여 처리가 가능하며 신속히 분해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지렁이가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속도는 종류별로 다소 차이가 있는데 제일 잘 먹는 것은 잔반(냉면)과 수박껍질로 급이한 지 3일 만에 다 먹었으며 가장 더디게 먹는 것은 신문용지로 10일 정도 소요되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13가지 종류의 생활쓰레기 평균 처리일수는 약 4.9일로 나타났고, 지렁이 사육상에서 지렁이 30g이 하루에 먹는 양은 5.8g으로 다소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먹이의 종류에 따라 먹는 속도가 차이가 있으나 먹이를 50% 먹은 기간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먹이가 투입된 2∼3일 경과되어 어느 정도 분해가 되면 지렁이가 먹기 시작하여 처음보다는 빠르게 먹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렁이가 좋아하는 먹이는 어느 정도 분해가 된 상태의 것이라는 이론과 일치하는 현상이었다. 

지렁이를 키우면서 음식물쓰레기를 주는 처리용기의 구조는 몇가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지렁이 처리용기는 지렁이의 먹이인 음식물쓰레기의 급이와 공기의 유통, 과잉수분의 배출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렁이 처리용기는 뚜껑이 있어야 하며 공기의 출입은 가능하면서 지렁이 탈출을 막을 수 있는 구멍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음식물쓰레기 및 수분의 공급과정에서 과잉의 수분이 발생해 중력에 의해 밑으로 흐르게 되므로 이렇게 집수된 물이 배출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지렁이 처리용기 재질은 어떤 종류도 사용가능하나 지렁이의 탈출을 방지하도록 밀폐가 되어야 하며, 지렁이는 수분이 많은 상태(약 70%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재질이 필수적이므로 목재류 중에서 수분에 약한 합판류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지렁이 처리용기의 재질로는 플라스틱과 목재가 많고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의 낮은 온도를 고려하여 페스치로폴 용기도 고려할 만하고 특히 주거면적이 협소한 상태에서 필요한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다단식 형태의 처리용기도 있다.

6. 지렁이와 함께 하는 유기농업

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영국은 1핵타아르(약 3,000평)의 토양속에 선형충이 약 20억 마리, 지렁이가 약 200만 마리, 그리고 땅쥐가 200마리나 살고 있다. 그밖에 개미, 딱정벌레, 노래기, 지네, 민달팽이, 달팽이, 거미, 응애, 그리고 곳에 따라서는 얼룩무늬 다람쥐나 들쥐까지 수없이 많은 생물이 살고 있으며 조건이 양호한 표토에는 1헥타아르에 약 40톤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이와 같이 토양내부에는 무수한 생물체들이 서로 경쟁과 조화를 유지하면서 상호보완적으로 살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자연생태계에서 필요한 작물을 집약적으로 생산하여 이용하는 것을 농업(農業)이라 한다. 

지렁이는 지표의 낙엽이나 썩은 뿌리 등과 같은 유기물을 지표면에서 채취하여 이것을 터널을 통해 땅속의 서식지로 운반하여 흙과 함께 섭취한다. 이와 같이 지렁이는 먹이를 지표면에서 서식지의 깊은 곳까지 운반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생활하며 먹이와 함께 섭취된 지중의 광물질 토양은 지표면에 배설함으로서 결과적으로는 지표면의 물질과 지중의 흙이 순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즉, 토양과 유기물을 수직·수평 방향으로 교반하고 혼합하는데 농업에서는 이를 땅을 가는 것이라는 의미의 경운(耕耘)이라 한다.
영국의 찰스 다윈(Charles R. Darwin)은 이러한 현상을 <지렁이의 활동에 의한 옥토(沃土)의 형성(The Formarion Of Vegetable Mould Through The Action Of Worms With Observation on Theirs Habits)>이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농업에서 이용하는 쟁기는 우리 인류의 가장 유용하면서도 가장 오래된 훌룡한 발명품이지만 쟁기가 발명되기 아주 오래 전부터 이 지구상의 흙은 지렁이에 의하여 경운되어 왔으며, 인류역사상 지렁이와 같이 이렇게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는 동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The plough is one of the most ancient and most valuable of man's inventions but long before he existed the land was in fact regularly ploughed, and still continues to be thus ploughed by earthworms. It may be doubted whether there are many other animals which have played so important a part in the history of the world.) 


이와 같이 찰스 다윈은 지렁이가 지표면과 땅속을 왕복하면서 땅속 서식지에 상하좌우로 이동통로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토양을 경운하고 지표면의 유기물을 섭취한 후, 비효성이 높은 분변토를 배설하여 농작물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100 여년 전에 발견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찰스 다윈은 잉글랜드 지방의 토지 1에이커(약 1220평)에 25,000∼53,000마리의 지렁이가 서식하며 이 지렁이는 연간 10∼18톤의 흙을 섭취(건조기준)하고 배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다른 연구자들은 영국의 다른 지방에서 약 200톤의 흙을 섭취·배설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지렁이가 토양생태계에서 흙을 상하로 순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농업에 있어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된다.

일본의 와다나베 박사는 페리티마휴페이시스(Pheretimahupeiensis)가 배출한 분변토는 도로변, 가정의 정원 등과 빈 공터 등에서 잘 관찰되며 여름에는 주로 지표에서 생활하며 직경 2mm정도의 좁쌀크기만한 입자의 분변토를 지표로 배출하여 1㎝정도 쌓아 올린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지렁이의 분변토 배설량은 1㎡의 조사구를 10개 설치하고 2∼3일 간격으로 배출된 분변토를 4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6개월에 걸쳐 수집한 결과, 페리티마휴페이시스의 분변토 배출량은 1㎡당 2.3∼6Kg(평균 3.8Kg)으로 헥타르당으로 환산하면 약 38톤의 분변토가 지표면에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변토의 배설량은 계절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6월에 최대로 배출되어 이 시기에 활동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추정되며 9월에 접어들면 급격히 줄어들면서 10월말경부터는 전혀 나오지 않게 된다고 한다.
배출된 분변토의 양을 비중을 감안해 부피로 환산하면 토양 3.1ℓ에 해당하므로 흙 속에 이 만큼의 공간이 형성되고 이것은 지표면에 3.1ℓ의 부피가 추가되어 새로운 토양층이 형성되었다는 것이 된다. 
찰스 다윈은 이미 몇 가지 현상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관찰하고 지렁이 기능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즉 고대의 전쟁터에서는 옛날에 사용하던 화폐나 화살촉 등의 유물이 발견되는데 지표면보다는 지하에서 발견되고 유적지는 왜 땅속에 묻혀 발굴되는가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것을 구명(究明)하기 위하여 집 주변의 밭에서 실험을 통하여 원인을 밝혀냈다. 예를 들면 밭에 석회석을 뿌려놓고 몇 년이 지난 뒤에 보니 지표면에 있던 석회석이 위치적으로 밑으로 묻혀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40년 뒤에 관찰하니 이것은 과거보다 더 깊은 곳에 묻혔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러한 유사한 사례로서 정원에 깔아 놓은 돌들이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서서히 묻혀진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지구가 생기고 지렁이가 태어난 시점부터 현재까지 수억 년에 걸쳐 진행된 사실을 고려해 보면 땅속은 적정한 공간을 유지한 상태에서 유지되고 지표면은 함몰되면서 흙은 지표면을 경계로 수없이 순환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찰스 다윈이 ‘현재 식물 뿌리가 뻗어나 있는 흙은 지렁이 체내를 몇 번이나 통과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쉽게 이해된다. 
필자가 이러한 사실로부터 흙도 지구상의 물과 공기처럼 끊임없이 순환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지렁이를 연구하더니 사람이 이상하게 되었다고 수군거리며 매우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확실한 사실은 흙은 지표면을 경계로 하여 지중의 흙이 지표면으로 나오고 지표면의 흙은 지중에 형성된 공간이 함몰되면서 서서히 가라앉게되어 순환되므로 지표면의 표고의 변동없이 유지되며, 여기에는 생물은 지렁이뿐만 아니라 많은 생물이 기여하리라고 생각되나 지렁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한편 토양의 단립(團粒)은 땅의 통기성과 투수성을 높이고 토양 유실을 막아 단립(團粒)구조가 발달하면 농작물과 식물의 생육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 단립구조의 형성에는 지렁이가 많이 관여하고 있다. 즉, 단립구조는 지렁이의 분변토 그 자체이기도 하고 또 지렁이를 비롯한 다양한 토양 동물의 분비물과 주변의 토양 입자나 유기물이 결합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의 미야시타는 지렁이가 서식하는 토양에는 직경 1∼2mm의 단립구조가 많고 입경이 다른 토양을 담은 용기에 지렁이를 사육해 보면 어떠한 용기에서도 1∼2mm의 단립구조가 많아진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렁이를 인공적으로 사육하는 사육상에서 대부분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원인은 지렁이 먹이가 될 수 있는 유기물을 급이하게 되면 지렁이가 이를 섭취하고 배설하는 분변토 자체가 단립구조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렁이가 서식하는 지역의 토양은 지렁이의 경운작용으로 인해 땅속에 많은 미세한 굴들이 상하좌우로 형성되고 공극이 많아져 일반적으로 땅이 팽창되어 있는 상태이다. 우리가 이러한 지역을 밟아보고 지렁이가 없는 테니스장과 같은 땅을 밟아 보면 흙의 감촉이 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지렁이가 서식하는 지역의 흙은 스폰지와 같이 충격이 적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이와 같이 땅속에 형성되는 많은 굴과 공극은 식물의 뿌리가 잘 활착되고 뻗어 나가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아울러 비가 오는 경우 내리는 강우량의 대부분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강우량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식물에게 필요한 수분을 땅속에 저장하여 이용할 수 있는 기능과 지하수를 확보하는 역할도 한다. 즉 점토가 많은 토양은 물이 통과할 수 있는 공극이 적어 빗물이 흡입되지 않고 흘러 건조한 상태가 된다. 미국 농무성의 헨리 호프 박사는 점토질 토양에 빗물을 살포한 결과 지렁이가 없는 토양에서는 빗물의 흡수속도가 1분에 0.5cm인 반면에 지렁이를 1개월간 서식시킨 점토질 토양에서는 초기의 흡수속도가 2.3cm로서 약 450% 증가하는 현상을 관찰하였다. 빗물이 토양속에 흡수되도록 하는 작용을 하는 것은 식물의 뿌리, 토양상태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이러한 것 중에서도 밭이나 정원 등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지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지렁이를 이용하여 농작물이나 과수원 등을 경작하는 것을 지렁이농업(Earthworm Tillage)이라고 하며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용어는 없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지렁이 유기농법’ 정도가 어떠할까 한다. 지렁이가 직접 농업에 이용된 배렛의 기록에 의하면, 미국의 오하이오주 한 농장에서 1830년부터 1890년까지 지렁이를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했다고 한다. 즉 농작물을 수확하고 남은 옥수수, 귀리 등의 잎을 혼합해 가로 15m, 세로 30m, 깊이 60㎝의 퇴비단 4∼5개 정도를 쌓은 후 여기에 지렁이를 서식하게 한 결과 이듬해 봄, 퇴비단에 쌓아 놓은 물질들은 검은 흙색으로 변하였으며 신선한 흙 냄새가 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밭에 뿌려 비료로 썼다. 다만 이러한 방법으로 하는 경우, 만들어진 퇴비를 전량 다 살포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다음에 만들 퇴비의 종자물질을 하기 위해 보관됐다. 한편 살포된 퇴비에는 많은 지렁이와 지렁이 알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후에 밭에서 지표면의 흙을 상하좌우로 경운해 작물의 뿌리의 활착과 영양분의 제공뿐만 아니라 강우(빗물)를 보관하는 역할에도 기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보다는 나중에 시행된 방법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감귤농사를 하는 프랭크힌컬리라는 사람은 지렁이를 이용해 10에이커의 감귤농원을 18년 동안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이 사람은 1919년, 28년이나 된 감귤나무가 한계에 도달해 1에이커당 300상자밖에 수확하지 못했으나 기존의 방법인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여기에 지렁이를 이식해 무경운으로 바꾸니, 물이 잘 스며들고 감귤나무가 성장해 630상자를 수확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렁이를 이용해 감귤농원을 관리하면서 부터 밭을 갈아주거나 관리인을 둘 필요가 없어졌고 비료의 투입량도 과거에는 질소비료를 1년에 한 그루당 3.25(1.48kg)파운드를 주던 것을 지렁이를 투입한 후에는 1.3(0.59kg)파운드 정도를 투입해도 지장이 없었으며, 감귤나무가 50년 정도 된 상태에서도 기존보다 더 많은 감귤을 생산했다고 한다. 이 감귤농장에서 서식하고 있는 지렁이는 일반 초지와 구릉에 사는 자연적인 지렁이를 이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들어 지렁이를 이용한 유기농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 생각되며,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될 것으로 판단된다.


"The Nation That Destroys Its Soil Destroys Itself” 
(토양을 파괴하는 것은 나라를 파괴하는 것과 같다.) 
Franklin D. Roosevelt

<자료출저 : 풀꽃세상을위한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