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3 과 한국인의 삶
숫자 3은 한국인들이 특별한 애착을 가진 숫자이다. 우리 민속신앙의 하나로 하늘과 땅의 매개자로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빌어주는 이 솟대 위에서도 세 마리의 오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천, 지, 인의 三才를 기본으로 음양의 조화가 비로소 완벽하게 이루어진 이 숫자는 오랜 옛날부터 길수(吉數), 또는 신성수(神聖數)라 하여 우리 민족의 생활과 철학에 깊숙히 배어있다. 유별나게 3을 선호한 우리 민족은 신화시대로 부터 역사시대, 오늘의 과학문명 시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민족의 가슴에서 숨쉬고 있다.
단군신화에서의 환인, 환웅, 단군의 삼위일체적 존재는 곧 완성된 하나를 상징한다. 불교에서도 佛, 法, 僧, 이 셋이 모일 때 불교가 성립되며, 민속에서는 출산 후 금줄을 칠 때 아들의 경우 고추와 숯을 각각 세 개씩 매달았다. 사람이 죽으면 삼년 동안 집안에 머물다가 승천한다는 믿음에서 3년상을 치루었는데, 이처럼 3은 관혼상제를 비롯하여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과 속담, 격언 등에서 친근하게 사용돼 왔다.
우리의 전통춤에서도 그 기본이 어르고 맺고 푸는 삼박자로 되어 있고, 간장· 고추장· 된장의 3장은 기본적인 우리의 민족음식이다. 신을 모셔도 삼신을 모시며, 내기를 해도 삼세 번을 한다. 한복에 착용하여 우아함과 화려함을 더해주는 장식용 노리개도 대부분이 삼작이다.
[3월 삼짇날]
길수로 알려진 양수 3이 겹친 삼월 삼짇날은 특히나 3을 선호하는 한국인에게 더없이 소중한 날로 새겨지고 있다. 산과 들에 꽃이 피고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하는 이 날은 처음 보는 짐승을 보고 신수점을 치는데 개구리는 복을, 노랑나비· 호랑나비는 좋은 일을, 흰나비는 상(喪)을 의미한다.아들이 없는 집에서는 절에 가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하는 <삼짇 불공>을 드리며, 무당을 불러 굿을 하거나 용왕신, 산신 등에게 아들을 점지해 달라고 빌기도 하였다.
또한 <삼짇 고사>라 하여 상주가 아니라도 목욕재계하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했으며,부녀자들은 들판에 나가 진달래꽃을 뜯어다가 화전을 해먹는가 하면, 풀싸움과 꽃놀이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각 가정에서는 대개 삼짇날 장을 담그는데 담근 장에는 고추나 숯을 띄워놓고 부정한 것을 막기 위해 왼새끼를 꼬아 금줄을 쳤다.
[한글(훈민정음)]
15세기 중엽에 세종대왕과 그 주변의 학자들에 의해 창제된 훈민정음은 독창적이며, 확고한 전통을 가진 우리 고유의 문자이다.
훈민정음은 한자와는 전연 별개의 독자적인 체계에서 발생한 문자로 놀라운 창조적 정신을 보여주며, 음운 연구의 커다란 성과로서 그 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음절의 삼분법, 즉 초성, 중성, 종성이다. 이것은 중국 음운학의 이분법의 전통을 비판 수정한 것으로 훈민정음이 그처럼 훌륭한 문자체계일 수 있는 것은 이 삼분법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천· 지· 인의 구성으로 우주가 형성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한글 역시 그 우주를 반영하고 있다. 자음으로 이루어진 초성과 종성은 하늘과 땅을 뜻하며, 모음으로 이루어진 중성은 사람을 뜻한다. 이처럼 우리 문화의 상징인 한글에도 음절의 삼분법, 즉 3과 관련된 한국인의 사상과 수에 대한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삼작 노리개]
한복 저고리의 겉고름이나 안고름, 또는 치마 허리에 차는 여성 장신구의 하나인 노리개는 매우 화려하고 그 모양도 갖가지로 다양하고 섬세하여서 우리의 고유 의상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강조해 준다.
단조로운 의상에 액센트를 주어 의상 전체와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노리개에 사용되는 색은 보통 홍, 남, 황의 삼색을 비롯하여 분홍, 자주, 보라, 옥색 등 열두 색에 이른다. 흔히 삼작노리개로 불리워지는 이유는 이처럼 3색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색상의 고운 빛깔의 다회로 매듭을 맺고 술을 드리운 노리개 세 점을 한 벌로 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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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에서는 8월 한가위를 비롯하여 가례, 생일 등 특별한 축의일에 왕비를 비롯하여 행사에 참가하는 귀부인들까지 모두 삼작노리개를 찼으며, 평상시에도 왕비가 대비전에 문안을 드릴 때 금박 스란치마에 당의를 입고 삼작노리개를 찼다고 한다. 보통 삼작노리개는 금, 은, 백옥, 비취, 산호 등 각종 보석을 세공한 패물을 중심으로 위 아래에 매듭을 맺고 봉술, 딸기술 등을 쌍으로 늘어뜨렸다. 장도를 중심으로 박쥐 등의 은세공을 한 이 삼작노리개는 주로 일반인들이 착용하던 것이다.
[삼색 나물]
나물은 반찬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우리 음식이다.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를 각각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갖은 양념을 하거나 물에 불렸다가 삶아서 볶아 보기좋게 한 접시에 올린 이 삼색나물은 혼례, 상례, 제례를 비롯하여 명절 등의 음식에 빠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음식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인은 숫자 3을 유달리 선호했으며 더불어 일상의 모든 개념에 천· 지· 인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색을 의미한 이 나물은 시금치는 청을, 도라지는 황을, 고사리는 홍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삼성혈(三姓穴)]
전설에 의하면 탐라국을 처음 연 시조(始祖)는 고을나(高乙那)/ 부을나(夫乙那)/ 양을나(梁乙那) 세 사람인데 이들이 바로 이 구멍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 전설의 구멍은 평지에 각각 수 미터 간격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한국인에게 전통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3'이라는 숫자를 여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세 개의 구멍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그 의미로 볼 때에 안정적이며 완벽한 출발을 상징하고자 하는 탐라국 사람들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근처에는 이 곳을 기념하는 석비가 있고, 세 시조를 모시는 사당인 삼성전(三姓殿)이 있다. (사적 제134호. 제주시 이도동)
[천마총 청동솥]
(신라 6세기, 높이 26.7· 배지름 21.6· 입지름 14.6cm 경주 천마총 출토)
동글납작한 몸에 뚜껑이 있고, 어깨 부분에 뚜껑 손잡이와 같은 고리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청동솥이다. 특히 이 청동솥에는 동물의 다리를 본딴 3개의 다리가 달려 있다. 불전에 향불을 담아 올리는 그릇으로도 사용되었던 이 청동솥의 다리는 어떠한 요철 바닥에서도 안정되게 세울 수 있도록 세개로 되어 있다. '3'은 가장 완벽한 구도를 가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조각, 회화, 공예, 건축 등에서 선호하던 숫자이다.
한국에 있어서 '3'의 의미를 갖는 문화재는 멀리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삼족오(三足烏)로부터 신라와 고려의 삼층탑과 삼존불, 가까이는 조선의 삼층장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있음으로써 비로서 세계가 완성되고 살아 움직이게 된다고 보았던 '삼'의 표현은 시대나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근본 사상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서산마애삼존불]
(백제 7세기, 높이 : 본존 2.8m, 보살입상 1.7m, 반가상 1.66m 국보 제84호, 충남 서산군 운산면 용현리 2-40) 삼존불상은 본존을 중심에 두고 양쪽에 협시보살을 두는 것으로, 이러한 구성은 이미 인도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로 전래되면서 부처님을 모시는 하나의 단위로 생각되었다. 협시보살은 본존 옆에서 공양도 하고 때로는 본존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등 본존을 보좌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미적으로도 좌우가 대칭이 되므로 안정된 구도를 얻을 수 있다.
불상을 어떤 재료로 만드는가와는 관계없이 마애불, 석불, 금동불 등 다양한 삼존불을 접할 수 있다.이 서산마애삼존불은 삼국시대의 마애불을 대표하는 삼존불로서 특이한 점은 다른 삼존불의 경우에는 양협시가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으나 이 삼존불의 협시 중 우협시보살은 보주를 들고 서 있는데 반해 좌협시보살은 반가사유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제의 미소를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질 만큼 표정처리가 매우 뛰어난 것은 눈은 크게 뜨고 입은 다문 채 한껏 미소짓고 있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부드럽고 풍만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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