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화해의 길을 향해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를위한특별법쟁취,범국민영남군결의대회
글. 정푸른(기자단 ‘해울’)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지난 21일, 제법 햇볕이 뜨거운데도 많은 어르신들과 기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국 각지 100여개 유족회로 구성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 유족회’가 각종 정당,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주최하여 특별법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연 것이다.
60여 년 전, 한국전쟁을 전후해 국가권력으로 아무런 죄가 없는 민간인들을 대량으로, 개인으로, 또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학살하는 참혹한 만행이 저질러졌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은 그 희생자가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더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총살로 죽이기도 했고, 죽창으로 찔러 죽이고, 몽둥이로 때려죽이고, 불태워 죽이고, 물에 처넣어 죽이고, 심지어 생매장하기도 했다. 이승만정권은 걸림돌이 되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런 죄가 없이도 누구든지 빨갱이로 몰아세웠고 처참히 죽였다. 유족회에서 여러 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대부분 ‘소멸시효’ 문제로 대부분 패소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통해 과거사를 청산하고 정리하기 위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출범했다. 과거 조사를 통해 부당한 국가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들이 시효와 상관없이 국가배상을 받도록 했고, 피해자 보상도 맡았다. 이 일에는 시민운동가, 종교인, 변호사와 전공학자들도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실제 간첩 혐의로 사형당한 조봉암 선생의 누명을 벗기는 등 성과도 있었다. 합동위령제등의 여러 추모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짧은 조사시한을 정해두어 충분한 조사와 진상규명이 되기도 전에 2010년 1월 22일 전원위원회에서 2개월 6일간을 연장해 그 해 6월 30일 조사활동을 끝냈다. 5년 여 간의 짧은 임기를 끝냈고, 새 정부에 들어서는 달리 이어져오는 추가조사나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 없이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려 하고 있다. 오늘 행사 결의문에 나온 대로 진실화해위의 활동으로 과거 청산은 모두 끝난 줄 아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활동은 끝났지만 그후로 꾸준하게 여러 단체나 기관을 만들어 조사해야 했고, 기록하고, 자료를 모으는 일도 병행해야했다. 전국 유족회는 새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을 통한 과거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민족사적 과제로 보고, 이를 특별법 쟁취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범국민 결의대회를 가졌다.
사회자(전국 유족회 대변인 이성번)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개회사, 연대사, 성명서와 결의문 낭독과 거리행진으로 이어졌다. 유족 분들께서는 한 맺힌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를 이어가며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외쳤다. 진실화해위 인권침해 조사국장으로 활동한 이명춘 변호사는 “국제법 어디에도 전쟁 시기에 일어난 민간인 희생문제에 소멸시효는 없다”며 “더 이상 소멸시효를 운운하지 말고 양심적 재판을 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말했다.
평소 나는 역사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을 뿐더러 시대적으로 조금 먼 얘기라 생각했다.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전쟁에 참가하신 할아버지의 얘기를 몇 번 듣거나 역사 교과서에서 읽은 내용이 고작이었다. 그럼에도 채영희 전국유족회 상임의장이 “왜 우리가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느냐”며 외칠 때는 유족들의 심정이 얼마나 절박하고, 마음이 다쳤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참상들을 알고 있었다기보다도 행사를 지켜본 후에 더 찾아보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어서 채영희 상임의장이 목멘 소리로 “진실화해위원회는 시작에 불과했다. 좀 더 철저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제2, 제3의 진실화해위원회가 발족되어야 한다. 그것이 올곧은 시대정신이며 억울하게 학살된 영령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이다.”라며 결의문을 낭독하는 가운데 10월항쟁 유족회 나정태 조직국장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을 거행하기도 했다. 먼 길을 찾아와 함께 모인 유족들은 “100만 민족 단결하여 특별법을 쟁취하자!! 100만 원혼 울린 나라, 각성하고 사죄하라!!”는 구호를 제창하면서 결의대회를 정리하고 시청을 지나 대구역으로 돌아오는 거리행진을 했다. 거리행진은 함께하지 않았지만 광장 앞의 결의대회만으로도 충분히 민간인 학살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중요한 것인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유족 1세대들은 돌아가신 분이 대부분이고 2세대로 내려오면서 여전히 힘을 쏟고 활동하시는 분이 많긴 하지만,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2세대 유족은 2세대도 점점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더 이상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하소연한다. 영원히 과거에 묻히고 잊혀버리기 전에 하루 빨리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지속적이고 확실한 진실규명과 과거의 만행을 사과하고 반성해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들의 한을 풀고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각종 시민단체와 유족회의 활발한 활동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인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사법부의 양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범국민 결의대회는 대구를 시작으로 광주, 대전, 서울 등지에서 100만인 서명운동과 결의대회를 지속적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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