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진실 · 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소식지 Vol. 21 『 2010. 5+6 진실화해 』실린 오원록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의장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和解
진실 인터뷰
“60여 년 전에 억울하게 돌아가신 내 부모형제들의 명예회복을 바란다”
오원록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상임대표의장
- 유족회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아버님이 항일독립운동을 하셨는데, 주변 분들이 아버님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시다 한국전쟁기에 보도연맹사건과 관련돼 많이 희생됐어요. 유족회 활동을 통해 당시 희생된 분들과 그 유족들에게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해남유족회 회장을 맡아서 하기 시작했고, 전국유족회 상임대표 및 상임고문, 학살규명범국민위원회 상임대표도 맡고 있어요.
- 유족회 활동을 주도적으로 하시는 입장에서 전국에 계신 유족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지금 유족들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예요. 아시다시피 2010년 6월이면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활동이 끝나잖아요. 앞으로 유족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사람들은 전국유족회인데 유족회를 중심으로 뭉쳐야 합니다. 우리는 부모님의 명예회복이나 진실규명이 될 때까지 계속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그러나 우리 유족들은 대부분 어려서 부모를 잃고 60여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유족들의 개인적인 형편이 다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더라도 전국유족회를 중심으로 뭉쳐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 올해는 진실화해위원회 활동을 마무리 해야하는 시점입니다. 유족회의 의견이 있다면.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5년 동안 활동을 잘 해왔습니다. 위원회 내에 계신 분들이 역사적으로 잘 마무리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위원회의 진실규명활동 이외에도 과거사재단, 한국전쟁기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관련된 유족에 대한 배∙보상문제와 발굴된 유해안장 문제 등에 대한 건의도 하고 좋은 생각들도 가지고 계셨잖아요. 그런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 올해가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0년 되는 해입니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유족들은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한국전쟁 당시 남한에서만 백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추정하는 것이 아니고 역사학자들이 얘기하는 그런 논거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한에 백만이라고 하더라도 희생자 한사람의 가족들이 지금 다섯 명 내지 열 명, 스무 명 이렇게 돼요. 한다리 걸치면 유족하고 관련이 없는 국민이 없습니다. 거의 다 유족하고 관련이 돼요. 이렇게 산술적으로 계산해본다고 하면 전국민의 약 10%정도는 우리 유족, 또는 유족하고 관련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흔히 국가에서는 국민통합을 한다 또는 상생하자라고 얘기하는데 상생이나 통합을 누가합니까? 국가가, 정부가 나서서 해줘야 합니다.
- 상생이나 통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한 사건에 대해서라도 추모사업이라든지, 배∙보상 문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보상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명예회복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지요. 60여 년 전에 훌륭한 아버지들을 잃고, 연좌제라든지 빨갱이 자식이라든지 이런 누명을 쓰고 어려운 세월을 살았는데 이제 와서 아무것도 없이 그냥 덮고 가자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우리 유족들이 살아온 생애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60년 동안 살아온 세월을... 60여년이 적은 세월입니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여섯 번 변한 세월이예요. 일제 식민지 시절이 36년인데 거의 배에 해당하는 시기인 6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로부터 어떤 화해의 손짓을 받지 못하고 있고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보수다 진보다 흔히 그런 얘기를 하는데, 우리 유족들은 그것과는 상관이 없어요. 다만 60여 년 전에 억울하게 돌아가신 내 부모형제들의 명예회복을 바랄뿐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번에 진실화해위원회 이영조 위원장과 면담하셨는데 그 결과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이영조 위원장님은 지난 5년 동안 위원회 창설과 동시에 참여하셨던 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존경합니다. 그래서 몇 가지 사항을 말씀드렸는데, 우선 20%의 미해결된 사건에 대한 위원회의 조사∙심의 과정에서 기존의 사건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 진실규명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또 한국전쟁 60년을 맞이해서 합동위령제 행사를 계획하고 계신다면 우리 유족회가 구경꾼이 되지 않고 같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 주시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지금 충북대학교에 임시 안치돼 있는 유해가 내년 7월이면 그 안장기간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유해를 좀 편안하게 모실 수 있는 대책을 부탁을 드렸더니 그런 준비를 열심히 하고 계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 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후에 유족회 활동은 어떻게 하실 예정인지요
지금 저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위원회가 끝나면서 과거사 재단이 설립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과거사재단과 유족회가 같이 협력해 나갈 수 있을텐데 현재는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우리 유족회 나름대로 더욱 열심히 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과거사재단이 설립된다면 재단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재단이 설립이 된다면 현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했던 일을 거의 이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현재 미신청 사건의 유족들이 많습니다. 다시 신청을 해서 조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법을 바꿔야하겠지만. 또 추모사업, 유해발굴, 배∙보상 문제 등 이런 문제들을 과거사재단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배∙보상 관련해서 현재 울산보도연맹이나 다른 민간인 희생 관련 사건들이 개별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족회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요.
울산보도연맹사건이 5월 이후에는 대법원 선고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 추이를 봐가면서 다른 유족회에서도 개별적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위해 사법부와 입법부 모두와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저희 위원회 조사관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조사관들은 참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굉장히 열심히 하셨습니다. 제가 고향이 해남인데, 해남 관련사건 담당 조사관이 나보다 해남을 더 많이 알더라고요. 한 1~2년 조사하면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거기서 수십 년 살아온 나보다 해남을 더 잘 알아요. 이것은 비단 해남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의 모든 사건을 담당했던 조사관들이 그와 같이 열심히 했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역사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참 고맙게 생각하지요. 조사관들이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어 줬으면 좋겠고, 과거사 재단이 설립된다면 그런 훌륭한 조사관들이 같이 참여해서 마무리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 유족 또는 전체 국민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한국전쟁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져요.. 점점.. 세월이 흘러가면서... 한국전쟁을 똑바로 이해하고 한국전쟁유족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또 우리 유족들에게 당부 드리자면, 현재 지역에 80개 지역유족회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 단체를 어떻게 하던지 성숙하게 잘 활성화시켜 정부를 상대로 우리의 목소리도 낼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1950년을 전후해서 비슷한 시대에 부모, 형제를 잃은 사람들입니다. 실제 만나면 오히려 동기간보다 더 가깝습니다. 만나면 헤어질 줄을 모르고 살아온 얘기들을 하고 어려움을 도와주려 애쓰는데, 그래서 이 단체를 어떻게든 성숙하게 키워 우리 2세, 3세들이 계속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_ 김기자 사진_ 한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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