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funE ㅣ 손재은 기자] “친일파 청산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대로 남아서 권력 반대하는 국민에게 사용됐다”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광복절 주간을 맞아 아직 청산하지 못한 과거를 조명하고, 그에 따른 갈등을 풀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방송은 ‘도둑골의 붉은 유령-여양리 뼈무덤의 비밀’이라는 부제로 한 여인의 믿을 수 없는 살인 사건 이후 163명의 백골이 발견된 사건을 추적해 나갔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해 경남 마산의 여양리 마을의 비극이 세상에 드러났다. 큰 비에 휩쓸려 수십 여구의 유골이 밭으로 쏟아졌다. 밭 주인은 놀라 경찰에 신고했지만 마을 노인들은 묵묵히 유해를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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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유골이 쏟아져 내려 한바탕 난리가 난 2년 뒤 경남지역 유해 발굴팀에서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수 십 여구에 불과한 줄 알았던 유골은 구덩이마다 쌓여있었다. 총 200여구의 시신이 여양리 뒷산에 긴 시간 잠들어있었던 것이다. 해진 양복과 구두 주걱, 탄피 등도 유해와 함께 발굴됐다. 발굴팀은 유류품을 토대로, 죽음을 당한 인물이 누구였는지 추적에 나섰다.
마을의 맹노환 할아버지는 “국민학교 올라올 때 여기서 죽이는 거 봤거든. 총으로 쏴 죽이는 거”라며 마을 이장 박씨는 “온통 빨갰다. 비가 와서 냇가가 벌겋게 물들어있었다”고 증언했다.
맹노환 할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1950년 여름날의 마산 여양리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할아버지가 가던 길을 멈춘 건 수십 대의 트럭 때문이었다. 여양리 너머에서부터 낯선 얼굴들이 트럭에 실려 왔다고 했다. 이내 어디선가 큰 총소리가 들려왔고, 비명이 이어졌다.
맹노환 할아버지는 “살려고 시키는대로 보도연맹 가입해라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가입한 사람은 다 따라가서 죽은거다”고 말했다.
국민보도연맹, 이승만 정부는 1949년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취지로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었다. 조직을 키운다는 이유로 사상과 무관한 국민들도 비료며 식량을 나눠 준다며 가입시켰다. 심지어 명단엔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니 좌익이 아님을 증명했던 보도연맹원증은 돌연 살생부가 됐다. 보도연맹원들이 좌익에 협조할 수 있다는 명복으로 자행된 학살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평범한 이웃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 측은 보도연맹의 원형은 친일파와 연결돼 있음을 밝혔다. 일본 제국주의가 반대자들과 독립운동가의 사상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 ‘보국연맹’이었다. 그런데 해방 후 친일 검사와 경찰들이 보국연맹과 꼭 닮은 보도연맹을 창설된 것이다.
친일파는 친일이라는 치부를 덮고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해 반대자들을 ‘빨갱이’라 명명했다. 공산주의를 거부하고 남하한 우익민족주의자도,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저항한 시민들도,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도 ‘빨갱이’로 분류해 위험한 존재로 몰렸다.
독립운동가 김영생의 손녀는 “1950년 마산의 한 바다에 수장됐다. 할아버지는 밀양 의열단 소속이었다. 독립운동 한 사람 중 의열단을 가장 A급으로 빨갱이로 몰았다”고 증언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에 따르면 학살 당한 인물 중에는 안용봉 독립운동가도 있었다. 해방 후 지역사회 시민들로부터 존경받았으나 이승만 정권에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로 보도연맹에 가입돼 학살당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 김상중은 “광복 이후 친일세력에서 친미세력이 된 이들은 친미세력에서 친정부세력이 됐다. 이를 알면서도 눈감아준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반공에 집중했고 보도연맹을 만들었다. 전향을 독려하며 낙인을 찍고 수시로 반공 교육을 했지만 결국 학살했다. 이는 일제시대 시국대응전성 사상보국연맹, 대화숙과 비슷한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보도연맹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소개됐다. 보도연맹 최고지도위원이었던 고(故)선우종원을 비롯해 고인이 학살의 발포 명령한 사람으로 지목한 고 김창룡 육군특수부대 지휘관, 장경근 보도연맹 부총재, 백한성 보도연맹 부총재, 오제도 보도연맹 기획 검사, 이태희 보도연맹 최고지도위원 등이다.
끝으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학살에 피해를 입은 유족과 보도연맹을 이끌었던 인물들의 가족을 인터뷰한 내용을 전했다. 유족들은 과거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고, 보도연맹을 이끌었던 인물들의 가족들은 과거를 덮자는 주장을 했다. 이처럼 상반된 내용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매주 토요일 방송된다.
사진=SBS 캡처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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