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日記

시공간을 뛰어넘어

감효전(甘曉典) 2017. 2. 28. 06:04

 

 

 

시공간을 뛰어넘어

 

조선청년으로 21살때 동지나로 징용 끌려가서 죽을 고생을 하고 일본이 패망하고나서 일본인도 아닌데 전범재판에 회부되어 26살때 B급전범으로 분류, 억울하게 그곳에서 형장의 이슬이 되어야했던 조선청년 조문상.

 

일제시대에 태어나 작가이기도 했던 그는 전쟁터에 징용되어 통역일과 포로 감시하는 일을 임무로 맡았다. 당시 일본은 병든 포로에게 일을 세게 시키면 안됨에도 무리하게 노역을 시키라고 하여 그 명령에 따랐고 그런 중에 또 포로 구타사건에 연루, 전후 B급전범이 되어 군사재판에서 사형구형을 받았다.

 

그런 열악한 전쟁통에서도 그는 늘 사유하는 글을 썼는데 그게 일본 NHK에서 60분짜리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사람이다.

 

절망의 끝까지 가봐야 인간은 비로소 깊은 심연을 느낄 수 있고 편안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일정때 나라뺏긴 나라에 태어나 조선인도 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일본인도 될 수 없었던,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던,

 

21살이라는 새파란 청춘에 나라없는 죄로 전쟁에 끌려가 실컷 이용당하고 단지 잡혀가서 시킨 일을 했을 뿐인데 그것이 죄가 되어 일본인의 이름으로 원통하게 죽어야만 했던 사람.

 

26살의 젊은 나이로 교수형을 당했는데 집행 2분전까지 자신이 썼던 유서를 담담하게 계속 읽었다고 한다. 전생에 아는 사람인 듯. 나와 모습이 너무 닮아 사진보고 깜짝 놀랐다.

 

어떤 일본인이 그 사람의 사진을 프로필 사진에 걸고 트윗을 하였는데 그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고 이상하게 계속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가슴팍에 영문표기로 된 히라하라란 일본이름, 누가 봐도 일본인인 것처럼 보였으나 보는 순간 이 사람은 사연이 아주 깊은 조선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나는 직감하였다.

 

그래서 그 일본사람에게 이 사람이 누구냐고 했더니 조선인이라고 하여 너무 놀랬다. 더 놀란 것은 이 사람의 나이가 26살쯤,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 같았는데 그것도 사실이었다.

 

이상하게 사진속의 그 사람이 눈으로, 온 몸으로 자기 이야기를 내게 하고 있는 것 같았으며 마치 전생에 내가 직접 아는 이를 70년만에 극적으로 몸을 바꿔 다시 만나는 그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름이 <조문상>이라는 거, 일본명 히라하라. 그리고 유서, NHK에서 방영된 적이 있었다는 몇가지 간단한 단서를 얻었고 구글을 돌렸더니 일본으로 넘어갔고 관련자료들이 나왔다.

 

자료글들을 부족한 일어실력으로 더듬거리며 대충 훑어보니 내용이 대략 짐작이 갔고 그 유서를 내가 번역하고 싶었다.

그를 <아까(붉은)작가>라고 불렀다고 하였는데 작가로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이었다.

 

아무튼 나는 무척이나 조문상이란 사람이 알고 싶었다. 마치 내가 전생에 알고 있었던, 아니 어쩌면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었는지도, 21살때 강제로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에 끌려가 전쟁통에 헤매다 연락이 끊겨 눈물로 애태운 그런 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7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산 자와 죽은 자가 서로 교감이 되고 이런 글을 쓴다는 자체가 참으로 놀랍고 분명 나와도 어떤 인연이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억겁의 세월속에 수없이 만나고 헤어져왔을 우리는 어쩌면 먼 전생 전생에는 서로의 연인이었을지도 모른다.

 

효전

'창작 > 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3.1.음2.4  (0) 2017.03.01
또 버려질까 두려워 자는 주인 밤새 지켜보는 리트리버  (0) 2017.02.28
趙文相  (0) 2017.02.25
2017.2.22 비  (0) 2017.02.22
人生の半分はブルーだよ。  (0) 2017.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