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하고는 아무 관계없나봐
날이 축축하고 잔뜩 꾸무리한 것이 눈이든 비든 곧 내릴 것 같이 생겨 서둘러 읍내로 장을 보러가게 되었다.
이것저것 장을 다 보고 짐을 차에 실었는데 근간 신경을 많이 쓰고 과로한 탓인지 힘이 쫘악 빠지길래 아무래도 좀 쉬어 가야겠다싶어
좌석을 뒤로 넘기고 눈을 감았다.
근데 바로 하도 시끄러워 눈을 떠보니 60이 휠씬 넘은듯한 어떤 중국남자가 내 차 본넷앞에 뒤로 기대어 누군가와 폰소리를 있는대로 크게 키워 영상폰을 하고 있었다.
나는 중국에 있는 자기 마누라나 아이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비싼 영상통화를 저렇게 길게 오래 하나보다 싶었다.
중국말이라 무슨 말인지 내가 전혀 못 알아듣지만 곧바로 무슨 내용일건지 짐작이 가서 너무 웃겼다.
내가 차를 뒤로 빼야 되는데 본넷에 뒤로 기대고 있어 빵~하고 소리를 내면 방해하는 것도 같고 또 은근히 재미도 있어 차안에서 봉두와 함께 생방송 중국판 멜로물을 공짜로 관람하게 되었다.
집중해서 한참 재미있게 보는데 뒷좌석에 앉아있던 청삽살이 봉두녀석이 운전석 옆으로 떠꺼머리를 내게 쏙 내밀며 오줌 누고 싶다고 발로 어깨를 계속 톡톡 쳤다.
" 임마, 쉬잇, 가만 있어바바 쫌~"
영상폰속에 보이는 여자는 이부자리속에 누워 있는대로 닭살애교를 부리고 있고 이 남자는 아주 좋아 죽겠다는 표정과 몸짓으로 그것도 아주 큰소리로 시끄럽게, 내 차 본넷앞에 기대서서 그러는 바람에 운전석에 앉은 나는 전혀 시청을 원치 않았지만 영상폰속의 여자얼굴을 자동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와아, 대단한 멘탈의 소유자임이 틀림없다. 봉두를 차에서 내리게하여 오줌을 뉘고 다시 차에 태웠음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않고 닭살성 애정행각은 계속 되었다.
다른 사람 시선 같은 건 전혀 안중에도 없다.
떠들썩할 정도로 아주 시끄럽게 중국말로 영상폰속의 여자얼굴을 손으로 줌인해가며 연거푸 입을 침이 묻도록 쪽쪽 맞추고 얼굴과 볼을 비볐는데 세어보니 한 열번쯤 ㅋ 그리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손대면 토옥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라는 현철풍의 중국노래를 크게 불러 제꼈다.
참 가관이다.ㅋㅋ벌써 30분째, ㅋ 도대체 저게 뭔 짓꺼리람,ㅋㅋ 나이하고는 아무 관계없나봐. 나는 이만 바빠서 집으로 가야겠다ㅋ 거 구경 한 번 잘했네.
"빵빵~~~"ㅋ
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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