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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나라 최초의 안경은, `이것`

감효전(甘曉典) 2012. 1. 3. 17:13

 

 

 

 

[오마이뉴스 이돈삼 기자]

안경이 친숙한 시대다. 안경 쓴 학생이 쓰지 않은 학생보다 많을 정도다. 안경점도 지천이다. 거리 상가엔 몇 집 건너 안경점이 눈에 띌 정도다. 안경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선글라스, 고글 등 특수안경과 패션용 안경까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 안경을 생각하면 여전히 애틋한 추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였다. 어느 날 학교에 친구 한 명이 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처음 보는 안경이 정말 신기했다. 안경 쓴 친구가 멋있게 보였다. 안경을 벗고 찡그린 듯한 인상마저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문화의 발달과 함께 안경의 생김새와 쓰임새도 다양하게 변해 왔다. 조선시대에 쓰였던 실다리안경과 석류 모양의 나무 안경집이다.

ⓒ 이돈삼

하여, 안경을 쓰고 싶었다. 안경을 쓰려면 시력이 좋지 않아야 했다. 방법이 없었다. 눈이 나빠져야 했다. 그때부터 눈에 좋지 않다는 행위만 골라서 했었다. 일부러 책을 눈 가까이 대놓고 읽었다. 두 눈 부릅뜨고 하늘을 쳐다보며 비를 맞기도 했다. 심지어 흙 묻은 손으로 눈을 비비기도 했었다.

하지만 노력은 허사였다. 짧은 시간에 시력이 나빠질 리 없었다. 결국 안경을 쓰고야 말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학창시절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최근 안경을 맞췄다. 작은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서다. 이른바 노안(老眼)이 찾아온 것이다. 학창시절 그토록 갈망하던 꿈을 이뤘지만 예전 그 마음이 아니다.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게 불편한 안경을 왜 쓰려고 했는지…. 생각하면 헛웃음만 나온다.





대못안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이다. 1350년 경에 쓰였다.

ⓒ 이돈삼





대모 실다리 안경. 안경테를 거북의 등껍질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안경으로 1500년대 김성일 선생이 쓰던 안경이다.

ⓒ 이돈삼

안경은 언제부터 썼을까

이 안경은 대체 언제부터 썼을까. 고대 중국의 재판관들이 연수정으로 만든 검은색 안경을 썼다고 전해진다. 표정의 변화를 감추기 위해서. 로마 네로 황제가 에메랄드 안경을 쓰고 검투를 봤다는 기록도 있다. 시력교정용으로 안경이 쓰인 건 13세기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시작됐다는 게 통설이다.

우리나라에선 16세기 후반, 임진왜란 직전이다. 일본에 통신사로 건너갔던 김성일(1538∼

1593) 선생이 쓴 게 처음이라고 전해진다.





나무 실다리 안경. 16세기 조선시대에 쓰인 것이다.

ⓒ 이돈삼





오래 전 안경은 상당한 예법을 요구했다. 제자는 스승 앞에서 안경을 쓸 수 없었다. 사진은 안경을 쓴 훈장이 학동들을 가르치는 모습이다. 안경박물관에 게시된 사진이다.

ⓒ 안경박물관

당시 안경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널리 쓰였다. 스페인에서는 신분이 높은 사람일수록 큰 안경을 썼다. 미국인 선교사 제임스 게일은 그의 저서 '코리언 스케치'에서 "조선의 고위 관리들은 한 손에 긴 담뱃대를, 다른 한 손에는 부채를, 그리고 눈에 굉장히 큰 원형의 수정구 2개를 걸고 다녔다"고 적고 있다.

안경을 쓰는데 대한 예법도 까다로웠다. 지위가 높거나 나이 많은 사람 앞에서 안경을 쓰는 건 금물이었다. 신분이 높더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임금도 어전회의에서는 안경을 벗는 게 원칙이었다. 우리 역사에서 처음 안경을 쓴 임금은 조선 정조였다.





안경박물관 내 옛 안경 전시실. 오래 전에 쓰이던 다양한 안경과 안경집이 전시돼 있다.

ⓒ 이돈삼





안경과 함께 안경집도 다양하게 변해왔다. 물고기 껍질(어피)로 만든 안경집들이다.

ⓒ 이돈삼

이처럼 재미난 안경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 있다. 초당대학교(전라남도 무안군 무안읍 소재)에 있는 안경박물관이 그곳이다. 지난 2001년 대학 본관건물 내 3층에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고 있다.

여기에 가면 역사 속 안경에서부터 최근 안경까지 다 만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못안경(1350년경 독일)과 우리나라 최초의 김성일 안경도 있다. 김성일 안경은 대모(玳瑁·거북의 등껍질)로 안경테를, 피나무로 안경집을 만들었다.

안경다리 대신 실을 매단 실다리안경과 꺾기다리안경, 무테안경 등 다양한 형태의 안경도 있다. 안경을 보관하는 안경집도 어피(魚皮·상어껍질), 가죽, 종이, 우각, 자수를 이용한 호화롭고 멋스런 것까지 모두 볼 수 있다.





꺾기안경. 조선시대 쓰였던 안경이다.

ⓒ 이돈삼

조선시대 정조대왕, 고종황제의 안경, 백범 김구 선생의 상징이 된 뿔테안경도 볼 수 있다. 이승만,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이 쓰던 안경도 전시돼 있다. 전봉준 장군, 프란체스카 여사, 맥아더 장군, 도공 심수관이 쓰던 안경도 볼 수 있다.

전시물품이 모두 3000여 점에 이른다. 안경박물관은 옛 안경 전시실, 광학기기 전시실, 특수안경 전시실, 유명인사 안경 전시실 등 모두 6개의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관람료도 따로 없다.





백범 김구 선생이 쓰던 검은 뿔테 안경. 백범 선생의 상징물이 되다시피 했다.

ⓒ 이돈삼





안경박물관 내 유명인사 안경 전시실. 이승만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이 쓰던 안경을 비롯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쓰던 안경을 모두 전시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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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 네티즌본부
글쓴이 : 라일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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