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日記

2015.10.29

감효전(甘曉典) 2015. 10. 30. 12:59

더 이상은 도저히 못견디겠다.

 

 

청삽살이 우리 봉두녀석을 내 보호자라 생각하고 어제도 연일 대동하여 머리 MRA를 대학병원에 찍으러 갔다.

 

그곳은 큰 병원이라 평소 늘 환자가 넘치는데 그 넓고 큰 주차장자리에 지상 3층짜리 주차장을 더 지은 것으로 봐서 차댈데가 없을 정도로 환자가 많아졌다는 의미이다.

 

2층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며 창문밖으로 쏙 떠꺼머리를 내고 나를 쳐다보는 녀석에게 다녀오마고 인사를 하는데 녀석이 내게 이러는 것 같았다.

" 스님, 어디가? "

 

녀석을 놔두고 검사하러 본관으로 털레털레 걸어가는데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가슴이 뛰면서 긴장되고 만감이 교차하였다.

 

꼼짝없이 30분간 통속에서 몸을 꽁꽁 묶이고 고정되어 검사를 받는데 너무 힘들어 다음부터는 수면검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전과 다르게 암병동의 낯선 감마 나이프실에서 검사결과를 길게 설명받았는데 상당히 기분이 좀 그랬다.

 

결과는 종양크기가 눈에 띄게 전체적으로 30%가 커져 바로 수술을 하지않으면 신경을 누르기때문에 그대로 놔두면 아무래도 여러가지로 복잡해져 문제가 되고 결국 머리를 열고 수술해야하는 부담이 있다는 거였다.

 

방사선이 아무래도 너무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아무튼 선택의 여지가 없고 어서 수술을 서둘러야한다고 하였다.

 

지난 4년간 침 뜸 특히 단전 직구뜸, 인산처방 유황오리 엑기스복용, 사리장, 토룡탕, 49일간의 장기단식, 지독한 산침 치료, 비단풀 복용 하루 한시간씩 걷기등등 나도 나름 엄청 노력을 한다고는 하였는데 결국 커졌다.

 

나도 각오는 이미 4년전 하였으나 결단할 때가 된 것이고 두 달후 3일간의 감마 나이프 수술일정으로 12월 29일로 날짜를 잡고 왔다.

 

아프면 양병원보다는 자연요법 대체요법으로 치료하겠다는게 기본적인 내 오래된 생각이나 고민해야 하는 것은 그 동안 내가 나름 노력을 엄청 무지막지하게 했음에도 결국 커졌다는 사실이다.

 

식이부분에서 더욱 철저히 노력을 해야하고 여러가지로 더 신경을 쓰고 그래야겠지만 나는 30년이 넘도록 신장병과 심장병으로 오랫동안 지긋지긋하게 투병을 한데다가 이미 너무 지칠만큼 지쳐있어서 지금보다 조금은 모르겠지만 2배로 더 잘 할 자신은 없다. 왜냐면 그간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봉두가 지난 봄부터 이상하게 사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나하고 검은 콩을 갈아 두유에 섞어먹거나 다른 걸로 먹고 있는데 기침도 게글게글하고 다리도 아직 약하여 실내서 나와 함께 지내고 방에서 자는데 내가 3일간 입원수술하면 얼음이 꽁꽁 얼고 추울텐데 녀석을 누가 챙기고 보살펴줘야할지 그게 걱정이 된다.

 

병원으로 데리고 갈 수도 없고 그게 걸린다.

전에 내가 병원에 한 달씩 두 번이나 장기입원했을 때 녀석이 나 올 때까지 밥도 안먹고 나를 보자 어쩔줄 몰라하며 내 눈을 맞추고 털얼굴이 다 젖도록 멍울멍울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 때문이다.

 

아, 더 이상은 도저히 못견디겠다. 더는 못하겠다. 이러고 그냥 죽을 생각이다.ㅠ

 

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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