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有秀兮菊有芳 懷佳人兮不能忘
…
歡樂極兮哀情多 少壯幾時兮奈老何
(난유수혜국유방 회가인혜불능망
환락극혜애정다 소장기시혜내로하)
난초꽃 아름답고 국화향기 그윽한데
미인을 생각하니 잊을 수가 없구나
환락이 절정에 이르니 슬픔이 스며드네
젊은날 얼마나 가랴 이내 몸 늙음을 어찌할꼬
☞ 한무제(漢武帝), <추풍사병서(秋風辭竝序)> 중에서
※ 일찍이 한(漢) 무제(武帝)는 분하(汾河)의 강물 위에 배를 띄우고 군신과 더불어 대주(對酌)하면서 취흥에 젖어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歡樂極兮哀情多 "즐거움이 다하면 슬퍼진다"는 구절이다. 일견 모순처럼 느껴지지만 의미심장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전국시대 때 기지와 익살로 당대를 풍미했던 제나라의 순우곤(淳于髡)은 "술이 극에 달한 즉 어지럽고, 즐거움이 극에 달한즉 슬퍼진다. 세상사란 다 그런 것이다"(酒極則亂 樂極則悲 萬事盡然)라고 말한 바 있다.
당(唐)나라 때 중서성 관리였던 장온고(張蘊古)는 황제인 태종(太宗)에게 올린 <대보잠(大寶箴)>에서 "樂不可極 樂極生哀 欲不可縱 縱欲成災"(즐겁다고 다 해선 안 되니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생기는 것이요, 하고 싶다고 멋대로 해선 안 되니 욕망을 따라서 멋대로 하면 재앙이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진(晉)나라 초기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부현(傅玄)은 <명월편(明月篇)>이라는 시에서 "근심과 기쁨은 서로 이어져 있어, 즐거움이 극에 달하니 도리어 슬픔이 생기네"(憂喜更相接 樂極反生悲)고 읊었다.
※ 한석봉증유여장서첩(韓石峯贈柳汝章書帖) <추풍사(秋風辭)>. 1596년(선조 29) 당대의 명필 석봉(石蜂) 한호(韓濩)가 친구인 유여장(柳汝章)을 위해 써서 기증한 서첩(보물 제1078호). 한(漢)나라 무제(武帝) 유철(劉徹)의 시 <추풍사(秋風辭)>가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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