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이었다.
심평원 자료는 기대와 한참 달랐다. 큰 병원이, 유명한 병원이 환자를 잘 고칠 것이라는 통념은 깨졌다. 적어도 심평원의
사망비 자료가 보여주는 현실은 예측을 무시했다.
한 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대형 병원인 이른바 ‘빅5’의 사망비를 살펴봤다. 빅5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
학교연건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을 가리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서울을 방문하
는 지방 환자의 절반 이상이 빅5를 찾았다. 전국 환자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5개 병원의 막강한 흡입력은 주지
의 사실이었다. 사망비만 보면 성적은 초라했다. 5개 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학교연건병원 2곳만 사망비가
평균을 밑도는 양호한 성적을 냈다(표1 참고). 나머지 서울삼성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사망비는 전체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수치만 보면, ‘좋은’ 병원이 아닌 ‘평범한’ 병원이었다. 이 병원들 앞에는 ‘숨은 실력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등 지방 종합병원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중병에 걸리면 서울에 가 치료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사는 지역에도 실력 있
는 병원이 있더군요.”(고옥술·56·여·대구광역시 서구) 좋은 병원, 그리고 명의는 서울에만 있을까.
‘J닥터 2011 병원평가’를 보면 지방 곳곳에 훌륭한 병원과 의사가 고루 분포해 있다. 병원 규모나 명성만 보고 서울을 찾으면 시간과 경제적으로 낭패를 보기 쉽다. 지난 12~14일 중앙일보에 소개
된 병원평가에서 다루지 못한 최우수 병원을 주요 항목별로 소개한다.
황운하·이주연·배지영 기자
늦어도 1시간 내 혈전용해제 투여해야
심장질환은 응급처치에 생사가 달렸다. 심장에 혈액이 통하지 않은 시 간이 길어질수록 손상이 심하다.
심장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병원은 우선 수술 건수가 많다. 건
강보험심사평가원 이규덕 평가위원은 “어려운 수술은 경험이 많은 병
원이 진단부터 수술, 퇴원 후 관리까지 능숙해 후유증이 적고, 사망률
이 낮다”고 말했다. 길병원은 1994년부터 심장센터를 특화해 급성 심
근경색증 치료에 대한 표준 진료지침을 만들었다. 경인지역 심장질환
자가 몰려 지난 한해 905건의 관상동맥중재(仲裁)술을 시행했다.
경기도 부천시 세종병원은 1982년 국내 최초로 심장질환을 전문화
한 병원이다. 심장 명의인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
영탁 교수, 길병원 박국양 교수 등이 이곳 출신이다. 세종병원은 최근
2년간 관상동맥 우회술을 424건이나 했다. 전국 병원 평균인 87건보다
다섯 배 많다. 세종병원 흉부외과 나찬영(51) 부장은 “심장은 신속·정
확한 처치가 관건인데 건수가 많아질수록 의료진의 팀워크가 능숙해
진다”고 말했다.
우수 병원은 비상 진료체계가 철저하다. 늦어도 병원 도착 30분 이
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고, 90분 이내에 경피(經皮)적 관상동맥중재
술을 해야 한다. 한밤중이라도 심장 전문의와 방사선사·간호사가 긴급
호출된다. 이때 심장 전문의가 없으면 판단이 잘못되거나 긴급 수술을
할 수 없다.
심장 부문에서 1등급을 받은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시훈(52) 교수는 “모든 의료진이 빠
르게 대처하도록 진료지침을 정비하고 철저히 교육한다”고 말했다.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전두수(49) 교수는 “집이 먼 의사는 병원 앞에 오피스텔을 얻어 당직을
선다”며 “1분이라도 단축해야 예후가 좋기 때문에 심근경색증이란 판단이 서면 검사를 생략하고
곧장 수술한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 결과 전국 상당수 병원이 관상동맥중재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막힌 혈관
부위와 정도·개수에 따라 중재술로 뚫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관상동맥이 손상된 상태라 풍선·스
텐트 도관을 억지로 넣으면 혈관 벽이 터지거나 더 막힐 수 있다. 대한관상동맥외과연구회장 김기
봉(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관상동맥우회술(흉부외과)과 관상동맥중
재술(심장내과)을 둘 다 잘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팀 병원 반경 2㎞에 거주하며 상시 대기
지난 11일 오전 2시쯤. 집에 쓰러져 있던 김모(27·강원도 춘천시)씨가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응급실
로 이송됐다. 급성 뇌졸중이 의심돼 곧바로 뇌졸중센터 교수와 스태프 30명에게 휴대전화 메시지
가 전달됐다.
CT(컴퓨터단층) 촬영 결과 뇌졸중 중에서 피떡(혈전)으로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이었다. 뇌혈관
이 터지면 뇌출혈이다. 신체 좌측이 마비된 상태였다. 마침 병원에 있던 신승훈(41·신경외과) 센터
장이 혈전용해제와 기구를 사용해 뇌혈관의 피떡을 제거했다. 김씨가 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도
안 돼 응급조치가 끝났다. 춘천성심병원은 강원 지역에서 급성기 뇌졸중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신
센터장은 “뇌졸중으로 환자가 내원하면 평균 10분 내에 첫 검사인 뇌CT검사를 마친다. 20분 내에
치료팀이 병원에 도착해 신속하게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미세한 뇌혈관을 능수능란
하게 다룬다. 그는 레지던트와 전임의 시절 닭 날개에 있는 1㎜ 미만의 혈관을 잘랐다가 다시 잇는
혈관문합술을 끊임없이 연습했다. 이 병원은 신경외과·신경과·순환기내과·영상의학과·재활의학과
·응급의학과·마취과·정신과 등과의 협진도 잘 이뤄진다.
충청도에서는 청주 소재 효성병원이 급성기 뇌졸중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신경외과 박용근(44)
과장이 이끌고 있는 뇌혈관센터 의료진은 모두 6명. 이들은 모두 병원에서 반경 2㎞ 이내에 거주한
다. 간호사와 영상의학과 기사들도 환자가 이송되면 10분 내 병원에 도착할 수 있게 대기한다. 박
과장은 “병원 가까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뇌졸중은 응급상황이 많고, 조치 후에도 갑자기 다시
나빠져 곧바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충북지역에서 뇌출혈의 원인 중 하나인 뇌동
맥류(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푸는 병)의 두 가지 치료법(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을 능수능란하
게 하는 유일한 신경외과 의사다.
단국대병원은 충청지역 인공관절수술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 병원 정형외과는
70∼80대 고령 환자를 많이 치료한다. 정형외과 유문집(55)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을 조기에 관리
하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환자를 본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수술을 꼭 필요한 환자
에게만 적용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유 교수는 “관절질환이 있을 때 인공관절만이 해답은 아니
다.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의 감염관리 수준도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을 좌우한다. 단국대병원은 감염 위험이 적은 무
균에 가까운 시설에서 수술한다. 유 교수는 “수술 후 감염으로 골수염이 발생하면 항생제를 많이
써야 하고, 심지어 인공관절을 뽑아내 재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왕절개 줄여야 높은 점수 받아
출산 시에는 어떤 병원을 선택해야 할까.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 중 하나가 제
왕절개 수술률이다. 제왕절개를 하면 병원은 여러 가지 이득이 있다. 특히 자연분만에 비해 환자에
게 쏟는 시간이 훨씬 줄어든다. 제왕절개 항목의 점수가 높다는 말은 제왕절개를 적게 했다는 뜻이
다. 단 산모나 태아의 상태(고령, 산모의 건강상태, 태아의 위치 이상 등)에 따른 위험을 감안해 점
수를 보정했다.
부산백병원은 부산·경남지역 고위험 산모 환자가 가장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제왕절개율이
낮아 시선을 끌었다. 이 병원 김영남 교수는 “우리 병원은 개원 때부터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가 강
했다. 제왕절개를 하면 산모·태아 모두 합병증이나 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
다. 이번 평가에서 혈액투석 치료를 잘하고 있는 병원도 선정했다. 현재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는 5
만여 명에 이른다.
혈액투석은 자칫 급성 쇼크로 사망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혈액투석기와 신장을 연결
하는 혈관에 협착이 일어나는지, 노폐물이 잘 걸러져 다른 장기로 독소가 퍼지지 않는지 계속 확인
해야 한다. 노폐물이 걸러지는 방향이 적당한지, 다른 장기에 위험을 일으키지 않는지도 살핀다.
이번 혈액투석 평가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병원은 강남세브란스병원·충북대병원·계명대병
원·전북대병원 등이었다.
특히 전북대병원은 신장내과에 혈액투석을 전공한 전문의만 5명이 있다. 이 병원 신장내과 이식
교수는 “투석 환자는 혈관이 약해져 심근경색·뇌졸중으로 사망하기 쉽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투
석만 전문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투석 전문의가 직접 환자의 투석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응급상
황이 벌어질 수 있는 투석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5명의 전문의가 24시간 응급 대기하는 것도 장점
이다.
이번에 혈액투석 분야 만점을 받은 병원들은 혈액투석 전문의 배치 외 응급장비, B형 간염 환자
용 혈액투석기, 혈관 협착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등도 잘 갖춰 좋은 점수를 받았다.
☞관상동맥중재술=좁아진 관상동맥에 풍선·그물망을 넣어 넓히는 방법이다. 가슴을 절개하지 않
고 허벅지나 팔의 피부로 얇은 도관을 통해 밀어넣는다.
최우수 병원 평가 어떻게 했나
대형 대학병원 44개, 종합병원 298개를 평가했다. 대형 대학병원은 진료과목이 20개, 종합병원
7~9개 이상인 곳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홈페이지(http://www.hira.or.kr)에 공개한 병원의 29
가지 진료 평가항목 중 6가지를 추려 항목별·지역별로 순위를 매겼다. 6개 항목은 급성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우회술·급성 뇌졸중·혈액투석·엉덩이관절 치환술·자연분만(제왕절개분만 비율 낮은 병
원)이다. 심평원은 각 항목을 별의 개수로 평가했다. 엉덩이관절치환술은 최고 등급이 별 2개다.
나머지 5개 항목은 별 5개가 최고 등급이다. 본지는 이를 점수로 치환했다. 별 2개 항목은 별 한 개
는 1점, 두 개는 5점을 매겼다. 별 5개 항목은 별 한 개당 1점을 부여해 최고 5점을 줬다. 이번 기사
에서 소개하는 병원은 각 항목에서 5점을 받은 최고등급 병원이다. 하지만 최고등급이 없는 평가
항목은 바로 아래 점수를 받은 병원을 표기했다. 평가항목의 진료시기는 2005~2010년이다. 암수
8면에 소개했다.
범례 1 이름(나이) 2 소속 병원(진료과) 3 전문 분야
최우수 병원엔 이런 명의 있어요
서울시 ▶급성 심근경색증 1 박시훈(52) 2 이대목동병원(순환기내과) 3 관상동맥중재술, 심부전증
▶관상동맥우회술 1 이영탁(55) 2 삼성서울병원(흉부외과) 3 관상동맥우회술 ▶급성 뇌졸중 1 유
성욱(41) 2 고려대안암병원(신경과) 3 뇌혈관질환 ▶혈액투석 1 하성규 (60) 2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3 당뇨병성 신증, 만성 신부전 ▶엉덩이관절 치환술 1 조윤제(54) 2 경희대병원(정형외
과) 3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인공관절·관절경 수술 ▶제왕절개 1 박중신(48) 2 서울대병원(산부인
과) 3 조산, 임신중독증, 태아치료
경기도 ▶급성 심근경색증 1 이경훈(38) 2 길병원(심장내과) 3 관상동맥중재술, 협심증·심근경색
증 ▶관상동맥우회술 1 나찬영(51) 2 세종병원(흉부외과) 3 성인심장수술, 대동맥수술 ▶급성 뇌졸
중 1 오창완(52) 2 분당서울대병원(신경외과) 3 뇌혈관우회술 ▶혈액투석 1 신규태(49) 2 아주대병
원(신장내과) 3 신장이식, 고혈압, 사구체신염 ▶엉덩이관절 치환술 1 임수재(50) 2 순천향대부천
병원(정형외과) 3 인공관절·관절염·골다공증 ▶제왕절개 1 김영아(42) 2 일산백병원(산부인과) 3
복강경수술, 불임, 습관성유산
강원도 ▶급성 심근경색증 1 윤덕형(39) 2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순환기내과) 3 허혈성 심장질환,
심장 중재술, 고혈압, 심부전 ▶관상동맥우회술 1 박종빈(52) 2 울산대 강릉아산병원(흉부외과) 3
성인심장질환, 소아심장질환, 대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버거씨병, 하지정맥류, 동정맥루조성술
▶급성 뇌졸중 1 신승훈(41) 2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신경외과) 3 뇌혈관 질환의 수술 치료 및 혈관
내 치료, 뇌종양 ▶혈액투석 1 정해혁(46) 2 강원대병원(신장내과) 3 고혈압, 당뇨성신질환, 사구체
질환(신장염), 신부전, 요로감염 ▶엉덩이관절 치환술 1 황성관(59) 2 연세대 원주기독병원(정형외
과) 3 엉덩이관절 치환술, 엉덩이관절 골절, 골반 비구 골절,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충청도 ▶급성 심근경색증 1 김민웅(43) 2 효성병원(심장내과) 3 급성심근경색증, 협심증 ▶관상
동맥우회술 1 박성식(47) 2 단국대병원(흉부외과) 3 심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급성기 뇌졸중 1
박용근(44) 2 효성병원(신경외과) 3 뇌혈관 질환,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 협착증, 뇌동맥류, 뇌혈
관 기형 ▶혈액투석 1 홍세용(63) 2 순천향대 천안병원(신장내과) 3 농약중독, 만성신부전증 ▶엉
덩이관절 치환술 1 김명호(65) 2 단국대병원(정형외과) 3 엉덩이 인공관절 이식수술, 척추, 관절염
▶제왕절개 1 지일운(48) 2 충북대병원(산부인과) 3 태아 기형 및 심장 정밀초음파, 고위험 임신,
임신 중독증, 임신합병증, 제왕절개술 후 정상분만
전라도 ▶급성 심근경색증 1 오석규(46) 2 원광대병원(순환기내과) 3 관상동맥 중재시술 ▶관상동
맥우회술 1 서홍주(38) 2 조선대병원(흉부외과) 3 심장혈관질환, 흉부종양학, 내시경, 우회로술 ▶
급성뇌졸중 1 안성환 교수(48) 2 조선대병원(신경과) 3 뇌졸중(급성뇌치료), 두통, 말초신경병 등
▶혈액투석 1 이 식(45) 2 전북대병원(신장내과) 3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엉덩이관절 치
환술 1 이상홍(54) 2 조선대병원(정형외과) 3 엉덩이관절(인공엉덩이관절, 고관절골절, 탈구)
경상도 ▶급성 심근경색증 1 박헌식(48) 2 경북대병원(순환기내과) 3 심혈관중재술, 다혈관질환,
심혈관만성완전폐쇄 재개통술 ▶관상동맥우회술 1 김상필(43) 2 부산대병원(흉부외과) 3 대동맥
박리증, 대동맥류 ▶급성 뇌졸중 1 이창영(49) 2 계명대 동산의료원(신경외과) 3 뇌졸중, 뇌혈관내
수술 ▶혈액투석 1 임학(50) 2 고신대병원(신장내과) 3 혈액투석, 신장이식 ▶엉덩이관절 치환술 1
조명래(47) 2 대구가톨릭대병원(정형외과) 3 고관절 골절, 인공관절(고관절 및 슬관절), 골반 질환
및 골절 ▶자연분만 1 김영남(39) 2 부산백병원(산부인과) 3 고위험 산모, 임신 중 시술
제주도 ▶급성 심근경색증 1 조대경(40세) 2 한마음병원(심장혈관내과) 3 심장혈관 중재술, 부정맥 시술 ▶관상동맥우회술 1 이석재(46)
2 제주대병원(흉부외과) 3 심장혈관질환, 우회로술 ▶급성 뇌졸중 1
이상평(51) 2 제주한라병원(신경외과) 3 뇌동맥류, 뇌출혈, 뇌혈관기
형 ▶혈액투석 1 김현우(38) 2 제주대병원(신장내과) 3 혈액투석, 복
막투석 ▶엉덩이관절 치환술 1 이성락(45) 2 제주한라병원(정형외
과) 3 인공관절, 골반외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평가한 대한민국 병원의 점수 |
갑상샘암 파이터 박정수
37년 수술 “걱정 마, 다 낫게 해줄게” … 그가 옮겨간 강남세브란스 7위→1위로
갑상샘암 명의인 강남세브
란스병원 박정수 교수가 10일 50대 여성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박 교수의 안경에 수술 부위를 묶는 의료진의 손이 비친다. [변선
구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중반 여성 성은정씨는 목이 퉁퉁 붓고 기운이 없어 집 근처 종합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갑상샘암 세
포가 기도·식도·성대로 퍼져 있다며 손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절망하던 성씨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강남세브란스병원 박정수(67·외
과) 교수를 찾았다. 박 교수는 “암이 많이 퍼졌네. 그래도 걱정 마. 내가 다 낫게 해줄게”라며 안심시켰다. 성씨는 지난달 18일 큰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성씨는 “박 교수님이 아빠 같은 마음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평생의 은인”이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 전공의 김지예(29·외과 2년차)씨는 “교수님은 수술이 적게 잡혀 있으면 화를 낸다. 수술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고
했다. 박 교수는 37년간 갑상샘암 수술을 해 왔다. 흉터나 후유증을 줄이는 수술법 연구에 매달렸고 조금이라도 나은 기법이 있으
면 후배 것이라도 받아들였다. 그는 마음으로 진료한다. 10일 오전 7시20분 수술 대기 중인 환자의 목에 수술 부위를 표시하면서
“춥죠. 걱정 마세요. 내가 예쁘게 해줄게요”라며 환자의 어깨를 감쌌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4~2008년 갑상샘암 수술 7~10위에 머물다 박 교수가 2009년 신촌세브란스에서 퇴직하고 옮겨오자 4위
로 껑충 뛰더니 지난해 1위로 올라섰다. 한 사람의 명의(名醫)가 병원을 바꾼 것이다.
중앙일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에게 제출한 지난해 암 수술 통계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자료를 토대로 병원별 수술 실적과 한국의 명의를 분석했다. 갑상샘암을 제외한 위·대장·간·유방·췌장·자궁 등 6개 암은 서울아산병
원이 가장 많이 수술했다. 폐암은 삼성서울병원이, 방광암은 서울대병원이 1위였다. 9개 암 전체 실적은 2009년 서울아산병원이
삼성서울병원을 앞선 뒤 2년째 수위였다.
장기 이식 수술 판도도 비슷했다. 신장·간·췌장·심장 이식 수술은 서울아산병원이, 폐 이식은 강남세브란스가, 각막·골수는 서울
성모병원이 가장 많이 했다.
이식 수술에도 명의가 포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62·외과) 교수는 1999년 세계 최초로 우측부위 간 이식에 성공한 이 분
야 세계 최고다.
글=신성식 선임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갑상샘암=갑상선(甲狀腺)암의 한글 표기. 호르몬을 분비하는 목 부분의 갑상샘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암 수술 어디가 가장 많이 했나
● 서울아산병원 : 간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췌장암
● 서울대병원 : 방광암
● 삼성서울병원 : 폐암
●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 갑상샘암
*2010년 기준, 자료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1 병원평가 <중> - 암 수술의 현주소 |
화순전남대 위암 박영규, 서울·미국서도 환자 몰려 …
경북대 대장암 최규석, 그가 수술하면 흉터 안 보여
지방에도 명의 있다
12일 화순전남대병원 ‘치유의 숲’에서 위암 수술을 앞둔 양순임씨(오른쪽)가 박영규 교수(왼쪽), 박애자 간호사와 얘기하고 있다.
양씨는 “수술을 잘한다는 명성을 듣고 병원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화순=프리랜서 오종찬]
지난해 2월 경북대병원에서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배영숙(55·여·대구 북구)씨는 수술을 어디서 받을지 고민했다. 서울 큰 병원들
이 떠올랐다. 서울의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들이 힘들 것이고 수술 후 항암치료 받는 데 불편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다. 배씨는 수
소문 끝에 경북대병원에도 대장암 명의(名醫)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씨는 이 병원 외과 최규석(49)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
고 완치를 바라보고 있다.
암에 걸리면 서울의 대형병원을 떠올리지만 지방에도 실력을 갖춘 전통 명문 대학병원과 명의가 있다. 그 덕분에 지방 환자들의
서울 쏠림을 완화하고 외국환자 유치 성과도 내고 있다. 중앙일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0년 암 수술 자료를 분석했더니 이
런 결과가 나타났다. 본지는 주요 암별로 수술실적 30위 안에 든 지방 소재 병원을 골랐다. 위암은 13곳, 대장암은 11곳, 갑상샘암
은 11곳이었다.
대표 주자는 화순전남대·경북대·영남대·부산대 병원이다. 이들은 서울의 웬만한 대학병원을 능가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화순전남대병원은 위·대장 등 한국인에게 많이 발병하는 6대 암 수술에서 5~8위를 했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110여 명의 암 환자들
이 찾았다. 명의가 여럿 있지만 특히 박영규(49·외과) 교수가 유명하다. 미국 동포들이 위암 수술을 받으러 온다. 재미 동포 위암(3
기) 환자 전모(64)씨는 지인에게서 박 교수를 추천받았다. 지난해 9월 위의 4분의 3을 잘라냈다. 전씨는 재발 여부를 관찰하기 위
해 병원 근처에 방을 얻어 살고 있다. 현재까지 건강하다.
경북대병원은 지방 병원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그만큼 노하우가 쌓여 있다. 과학논문색인(SCI)급 논문 건수가 국립대 중 2
위로 서울대병원을 추격하고 있다. 이 병원이 대장암 수술에서 전국 6위(404건)에 오른 데는 대장암 수술의 대가인 외과 최규석 교
수 덕분이다. 최 교수는 이 병원에서 이 분야 전체 수술의 80%인 312건을 담당했다. 최 교수는 대장을 절제한 후 항문이나 질을 통
해 빼내 배의 상처를 최소화하는 수술법으로 유명해졌다. 박태란 간호사는 “간호사와 후배 의사들에게는 엄격하고 웃음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는데 환자들 앞에서는 딴사람같이 자상하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김동헌(58) 교수는 위와 식도가 만나는 부위에 생긴 암 등 고난도의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학구파다. 현재 대한위암
학회장을 맡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부산·울산·경남 연구 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수술법 등을 공부한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충남대병원은 갑상샘암 분야 전국 9위에 올랐다. 이 병원 김제룡(45) 교수는 지난해 이 병원 갑상샘암 수술(712건)의 절반이 넘는
473건을 수술했다. 김 교수는 하루 종일 100명 가까운 외래환자를 본 뒤에도 퇴근시간을 넘겨 초음파나 조직검사를 직접 한다. 먼
데서 온 환자들이 검사받으러 또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성암에 강한 영남대병원의 외과 이수정(59) 교수는 유방절제술과 재건술을 동시에 하는 ‘피부보존유방절제술’을 전국 처음으
로 시도했다. 특수 칼을 이용해 흉터를 줄이려 애쓴다. 폐암수술 대가인 전북대병원 김민호(54·흉부외과) 교수는 다른 의사들을 감
동시켰다. 네팔 의료봉사를 같이 간 동료 교수의 남편(의사)이 수술 솜씨를 보고 감탄해 김 교수에게 폐암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
다. 전북대 지역암센터 임창열 소장은 “지방병원들의 치료 성과가 서울 병원에 뒤지지 않아 환자들이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
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박유미·황운하·이주연·배지영 기자
"톱20"에 드는 병원 중 수술비가 싼 병원 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