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그리 오래된 옛날 이야기도 아니지만 우리에겐 보릿고개라는게 있었죠
대부분의 우리 윗대 어른들은 그렇게 고생해서 거두어들인 농작물을
소작료와 이런저런 것들을 제하로 얼마 되지 않은 양식으로 겨울을
지나면서 쌀독엔 이미 바닥을 들어내면서 봄을 맞이합니다.
아직 보리가 익을려면 두,세달을 기다려야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넘기 힘든 고개가 바로 보릿고개 [춘궁기(春窮期) 또는
맥령기(麥嶺期)] 였을것입니다
그것도 어쩌다 격는 힘든 삶이 아니라 해마다 봄이면 찾아드는
우리 조상들과 부모님들이 넘고 넘어온 삶의 보릿고개였습니다.
그때는 왜 그리도 식구들이 많은지 먹을건 없는데 입은 많았죠
입에 풀칠한다는말처럼 보리를 조금 갈아 거기에 연한 보릿잎을
넣고 끓여 입에 풀칠을 하고 채 여물지 않은 감자를 삶아 먹었고
쑥과 밀가루를 섞어 그대로 쪄서 먹었고 산나물로 대신했습니다
보리가 익을때까지 그 모두를 우리들 어머니가 담당했습니다.
그렇게 지나다가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이 돌아오면 어른들은
아직도 여물지 않은 보리를 베어다가 솥에 넣고 살짝 볶아
절구질을 해서 껍질을 벗깁니다.자연적으로 익은 보리가 아니라
급하게 보리를 만들어 보리쌀을 만드는 것입니다,
밥을 해놔도 시퍼렇고 씹기도 거북하고 냄새도 고약했답니다.
겨우 50여년 이전의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는 소비가 미덕이라는
시대에 살면서 아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보리고개 이야기
우리가 겪었던 힘들고 어려운 그 일이 지금도 세계 여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했던 시절은 지나간 세월이 아닙니다
망각하고 절제 없이 산다면 보릿고개가 또다시 찾아 올겁니다
식량은 새로운 시대에서 가장큰 자원이고 무기가 되어있습니다
고달프고 허기진 모습을 감춘 채 꿋꿋하게 살아온 선조들의
존경스러운 보릿고개의 교훈을 영원히 후손들에게 남겨야합니다
힘들게 겪고 있습니다
보릿고개 /김근이·어부 시인
나 어릴 적 어머니와
보리이삭 하나 둘 주워 모아
힘겹게 넘어온 보릿고개
그 세월이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위로
햇살에 담겨 내려온다
태양이 하늘 한복판에 박힌 듯
지루하기만 하던 한낮
땡볕에 타는 내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주던
어머니 치마폭에 배인
그 정겹던 땀 냄새
그때 내 어머니는
그 고달프던 보릿고개를 넘어
지금은 저 세상에서
편히 쉬고 계시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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