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술집 벽 낙서)
이 사람아! 이쁜 자식도
어릴 때가 좋고,
서방이나 마누라도 사랑이 뜨거운
젊은 때가 부부 아니더냐.
형제간도 어릴 때가 좋고,
벗도 형편이 같고 서로 신뢰가 될 때가
진정한 벗이 아니더냐.
돈만 알아 요망지게 살아도
세월은 가고, 조금 모자란 듯 살아도
손해 볼 것 없는 인생사라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자.
얻어먹을 줄도 알면,
사줄 줄도 알아야지!
꽉 쥐고 있다가 죽으면,
자네 아들이 감사하다고
제사 잘 지내 줄 건가?
살아생전 친구한테 대포 한잔도 사고,
돈 쓸데 있으면 쓰고 베풀고 죽으면
오히려 친구가 자네를 아쉬워 할 것일세!
대포 한잔 살줄 모르는
쫌 보가 되지 말게!
친구 자주 불러 내 대포 한 잔으로
정을 쌓는 것이 바로 돈 많은 것 보다
더 즐겁게 사는 것이라네.
그러니 친한 친구 만들어 자주 만나 보세.
내가 믿고 사는 세상을 살고 싶으면
남을 속이지 않으면 되고
남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나 또한 가까운 사람에게
가슴 아픈 말 한 적이나
글로 아픔을 주지 않았나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가자.
이 사람아! 큰 집이 천간이라도
누워 잠 잘 때는 여덟 자 뿐이고,
좋은 밭이 만평이 되어도
하루 끼니 세번 거르지 않으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세상이니,
그저 보통 안주에 소주 한 잔하고
어깨동무하고 우리네
인생을 노래하며 사시 게나
멀리 있는 친구보다
지금 자네 옆에 이야기
들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그렇게 꾸밈없이 살다가 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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