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통문 (四發通文)

(어느 선술집 벽 낙서)

감효전(甘曉典) 2018. 7. 1. 20:34

(어느 선술집 벽 낙서)

이 사람아! 이쁜 자식도

어릴 때가 좋고,

 

서방이나 마누라도 사랑이 뜨거운

젊은 때가 부부 아니더냐.

 

형제간도 어릴 때가 좋고,

벗도 형편이 같고 서로 신뢰가 될 때가

진정한 벗이 아니더냐.

돈만 알아 요망지게 살아도

세월은 가고, 조금 모자란 듯 살아도

손해 볼 것 없는 인생사라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자.

 

얻어먹을 줄도 알면,

사줄 줄도 알아야지!

꽉 쥐고 있다가 죽으면,

자네 아들이 감사하다고

제사 잘 지내 줄 건가?

 

살아생전 친구한테 대포 한잔도 사고,

돈 쓸데 있으면 쓰고 베풀고 죽으면

오히려 친구가 자네를 아쉬워 할 것일세!

 

대포 한잔 살줄 모르는

쫌 보가 되지 말게!

친구 자주 불러 내 대포 한 잔으로

정을 쌓는 것이 바로 돈 많은 것 보다

더 즐겁게 사는 것이라네.

 

그러니 친한 친구 만들어 자주 만나 보세.

내가 믿고 사는 세상을 살고 싶으면

남을 속이지 않으면 되고

남이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면

 

나 또한 가까운 사람에게

가슴 아픈 말 한 적이나

글로 아픔을 주지 않았나

주위를 돌아보며 살아가자.

 

이 사람아! 큰 집이 천간이라도

누워 잠 잘 때는 여덟 자 뿐이고,

 

좋은 밭이 만평이 되어도

하루 끼니 세번 거르지 않으면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세상이니,

 

그저 보통 안주에 소주 한 잔하고

어깨동무하고 우리네

인생을 노래하며 사시 게나

멀리 있는 친구보다

지금 자네 옆에 이야기

들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그렇게 꾸밈없이 살다가 가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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