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그 의중을 알 수 없을 만큼 기이한 의전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에서 “필통 표면에 ‘필통’이라고 크게 적은 문구를 붙여 달라”고 요구했다는 제보가 25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페이스북을 타고 전해졌다.
손 의원은 오전 2시7분 페이스북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교민의 제보다. (박 대통령의) 가까이에서 독일어 관련 업무를 도왔던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한다”며 박 대통령의 2014년 3월 방독 당시 의전 요구와 관련한 제보를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세기 전 보냈던 파독 광부‧간호사들을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났다.
제보자는 “박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차량에 비치할 필통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수첩공주’라고 불리는 박 대통령에게 필통이 필요한가 싶어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알록달록한 필통 하나에 온갖 필기구를 채워 줬다”며 “그런데 필통을 가져갔던 사람이 금세 다시 들고 왔다”고 했다.
이어 “(필통의) 겉에 ‘필통’이라고 크게 출력해 붙여 달라는 요구였다. 의전도 좋지만 조금 과한 게 아닌가,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하지만 붙여줬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독일 순방 일정을 도운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들었다는 뒷이야기다.
제보자는 다른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교민간담회를 가진 호텔에서 잠시 대기하기 위해 방을 잡았다. 숙박이 아닌 잠깐 머물 방의 모든 집기류에 한글로 라벨을 붙여 달라고 했다”며 “담당자가 방 도면을 가져와 정리했다. 전등 스위치에 ‘점등’ ‘소등’ ‘침실등’ ‘왼쪽으로 돌리면 어두워짐’ 등의 문구를 적는 식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라벨을 출력해 가져갔다”고 전했다.
그는 “담당자도 부탁하면서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며 “(최근) 뉴스를 보면 영국에서 매트리스와 변기를 바꾸면서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지 않은가. 지금 생각하면 (독일 호텔에서) 숙박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넘어갔던 것이었나 싶다”고 했다.
손 의원은 최근 박 대통령의 의전 기행과 관련한 제보를 수집하고 있다. 김성회 보좌관을 통해서는 박 대통령이 방문지마다 변기를 교체한 일화를 모으고 있다. 인천시장 집무실, 영국 런던 호텔은 물론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변기를 뜯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했다”는 제보가 김 보좌관의 페이스북으로 쏟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국가 일급기밀이라는 점에서 변기 교체와 관련한 일화는 어느 정도 이해의 범주 안에 있지만, 의중을 전혀 헤아릴 수 없는 ‘필통 라벨’ 제보는 여론의 실소로 이어졌다. 페이스북 네티즌들은 “이름을 크게 적어 붙인 물건은 유치원 이후로 본 적이 없다” “외국어를 전혀 못하거나 필통의 생김새를 모르지 않는 이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표를 찍었다.
손 의원은 독일 교민의 제보를 소개하면서 “무식한 대통령도 아닌데 왜 그런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며 웃음거리가 됐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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