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日記

37년전 오늘

감효전(甘曉典) 2016. 12. 11. 18:59

 

 

 

 

 

 

 

 

 

 

 

 

 

 

 

 

 

 

 

 

37년전 오늘

 

 

내게는 나보다 세살아래 남동생이 있었다. 오늘은 열 세살 남동생과 37년전에 영별한 날, 우리 둘은 유별나게 우애가 좋았는데 남동생이 죽고나서 백일째되던 날 동생이 묻혀있는 애장터에 가서 동생 무덤위에 엎드려 죽으려고 하였으나 증조모때문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3년후 나는 중이 되었다. 중이 되어 공부하면 내가 온 곳과 동생이 간 곳을 알 수 있다하기에.

 

중이 되면서 동생과 약속한대로 15년만에 내 손으로 애장터에 묻힌 남동생을 수습하여 선산이 보이는 산아래 개울가에서 화장해 어릴적에 물장구치며 웃고 놀던 산개울에 뿌려주었다.

 

오늘, 청삽살이 우리 봉두와 함께 동생이 있는 이곳에 다시 또 왔다. 산천을 둥그렇게 휘감은 긴 둑을 걷다가 녀석이 갑자기 설사를 하는 바람에 입힌 옷과 엉덩이가 똥칠이 되어 엉망, 보온병의 따뜻한 물로 몸을 씻어주고 뒷처리를 하면서 밖에 나와 애먹인다고 짜증내며 타박을 하였는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생은 급성뇌막염으로 열 세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데 그 당시 의학으로 99%는 살 수 없고 운좋게 산다고 해도 몸이 온전치 못할 거라고 하였다.

 

나는 동생을 평생 내가 데리고 살려고 했었다. 동생이 온전치 못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똥을 쌌을 때 내가 오늘 봉두한테 그런 것처럼 하지 않았을까싶었다.

 

긴 병에 효자없다고 엄마없는 동생을 내가 평생 거두고 책임졌겠지만 지금처럼 내가 많이 아프거나 힘들면 너때문에 내가 힘들어 죽겠다라든가 지겨워죽겠다라는 서운한 말을 하거나 지천을 할 수도 있었을거다.

어쩌면 동생이 나를 놔준 것일지도 모른다.

 

찬 날씨에 설사하고 눈치보며 배가 홀쭉해진 떠꺼머리 녀석에게 따뜻한 물을 먹여주며 고향 동산 꼬꾸랑산에 덩그렇게 떠있는 달을 바라보는데 뭐랄 수 없는 아릿한 기분이 들었다. 견딜 수 없도록 사모치는 마음이 들면서 그냥 그대로 둑에 누워 별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눈감고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던 나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밤하늘의 별이 되었다. 머잖아 나도 따라 저 별이 될 것이다.고향의 흙이 되고싶다. 원점으로 돌아가고싶다. 서당골의 노랑나비가 다시 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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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전